폐열 팔고 빈병 모아 5년간 43억원 벌다
복지시설·도로건설에 충당… 폴란드·리비아 견학 오기도
지난 9월 29일 오후 2시쯤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용인시재활용센터. 센터 가운데 위치한 혼합재활용품 선별동 한쪽에 45도 경사로 놓인 길이 10m 폭 70㎝의 이송 컨베이어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컨베이어 위에 30㎝ 간격으로 설치된 받침대에는 빈 유리병 수백 개가 담겨 위쪽 선별작업장으로 운반됐다.선별작업장에선 직원 10명이 컨베이어를 사이에 두고 5명씩 마주 선 채 운반된 유리병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유리병은 무색(투명)·갈색·녹색 세 종류로 나뉘어 파쇄기로 들어갔다. 잘개 부서진 유리들은 컨베이어를 따라 다시 바깥으로 운반돼 살색 대형 포대에 담겼다. 유리병을 투입구에 밀어 넣을 때 병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유리 파쇄음이 선별동에 가득했다.
재활용센터 김병현 소장은 "오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렇게 파쇄되는 유리병이 하루 평균 8~9t"이라며 "올해 1~8월 유리병 약 143㎏, 2200여만원어치를 판매했다"고 말했다.
◆자동선별 시스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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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9일 오후 용인시재활용센터에 있는 유리병 이송 컨베이어의 모습. 컨베이어를 타고 올라간 빈 유리병들은 3가지 색 상별로 분류, 파쇄된 후 사진 오른쪽 대형 포대에 담긴다./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재활용센터에선 유리병뿐만 아니라 PET·PE·PP·PS 등 플라스틱 여섯 종류와 스티로폼 등을 자동선별 시스템으로 분류한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07년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도입됐다. 시(市)는 이곳에서 나온 재활용 쓰레기들을 공개입찰 형식으로 매각해 올해 4억6000만원, 지난 2007년 9월 이후 15억7000만원의 쓰레기를 판매했다. 손으로 분류할 때보다 약 4배 정도 판매금액이 증가했다.
플라스틱류 쓰레기는 재활용센터에서 유리병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효자종목'이다. 플라스틱 자동선별은 자력·풍력·근적외선 등을 이용해 유리병보다 더 정교하게 진행된다.
경사 이송 컨베이어를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가 선별대로 옮겨지면, 우선 손으로 종이·비닐 등 이물질을 제거한다. 이어 자력선별기를 통해 금속류를 골라내고, 풍력선별기는 30마력의 풍력으로 유리 등 무거운 물질은 아래쪽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 등은 위쪽으로 분류한다. 마지막으로 플라스틱에 근적외선을 쏘아 종류별로 나눈다. 이렇게 세밀하게 분류하면 일괄 분류보다 종류별로 1㎏당 2~3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쓰레기는 청소 대상 아닌 자원
쓰레기 활용에 힘쓰면서 용인시는 지난 2007년 2월 쓰레기 담당부서의 명칭을 '청소과'에서 '자원관리과'로 변경했다. 용인시청 이태용 자원관리과장은 "'청소'라는 개념 대신 '자원관리'의 관점으로 쓰레기 문제를 바라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근 수원시나 성남시는 '청소행정과', '청소시설과' 등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수지구 풍덕천2동에 위치한 수지환경센터는 지역난방공사에 폐열 판매를 시작한 200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3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지역난방공사는 센터에서 생활폐기물을 소각할 때 나오는 폐열을 공급받는다. 폐열로 온수 생산에 필요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용인시는 연료 절약분을 온실가스 방출 감축량으로 환산해 2006~2008년 정부로부터 6000만원의 인센티브도 받았다. 폐열 판매금은 주변영향지역으로 지정된 센터 반경 300m 내 아파트 6개 단지 4279가구의 지역난방비로 지원되고 있다.
용인환경센터도 2007년 7월부터 한국전력공사에 잉여전력을 역송전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전력판매량은 158만㎾(2007년)에서 286만㎾(2008년)로 늘었고, 지난 상반기 1억3300여만원의 판매 성과를 올렸다. 한전 용인변전소에 판매된 잉여전력은 포곡읍·고림동·마평동 일반주택에 재공급된다.
◆소각열로 체육시설에 전력 공급
오는 12월 개관을 목표로 처인구 포곡읍에 건립 중인 용인시 시민체육시설(가칭)도 용인환경센터에서 발생한 소각열만을 활용해 냉·난방시설을 가동할 계획이다. 체육시설의 건물 외벽에는 태양열발전기가 설치돼 일부 전력이 자체 생산된다.
용인시의 폐열·잉여전력 활용 노하우가 알려지면서, 국내 지자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한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군포·하남시, 충남 아산시의 청소·폐기물 관련 공무원들이 수지환경센터를 방문했다. 지난 5월과 6월엔 폴란드 환경산업 관련 기업인 6명과 리비아 환경담당 부서 공무원 10여명이 용인환경센터를 찾았다.
서정석 용인시장은 "쓰레기를 활용해 벌어들인 돈은 복지시설과 도로 건설 등 각종 일반 예산으로 사용돼 도시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새로운 자원으로 값지다는 것과 이것이 값지도록 시당국이 창의적 생각으로 매진 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터인데 화려하고 엉뚱한 방향만 생각 한다면 발전이 없고 소모만 커져 가면서 비전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관리자의 경영 철학이 필요 한것 입니다.
백만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