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척이 이단에 빠진 걸 알게 됐다면… “싸움보다 관계 먼저… 구조자의 마음으로 접근을”
입력:2026-09-28 03:04
이단 전문가 “다른 가족이 나서 관계 끊으라 요구하면 오히려 거부감만 키워”… 관계 유지 권면 상담 도움 염두하고 뉴스 등 객관적 정보 제공, 스스로 분별하게 도와야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 신도들이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포교하는 모습. 국민일보DB
“홀로 지내는 아버지가 어느샌가 이단 신도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단 교리 교육도 들은 것 같고, 1억원까지 빌려준 상황입니다.”
한 권사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장 박형택 목사에게 털어놓은 상담 내용이다. 명절이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척으로부터 이단 단체에 속해 있거나 관련 교리를 전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전해진다. 박 목사는 두 사람이 이미 가까운 관계를 형성한 상황에서 다른 가족이 나서 당장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섣불리 교리 논쟁을 벌이기보다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문 상담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관계를 유지하면서 회복의 기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적대감을 갖고 논쟁하다 관계가 틀어지면 회복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소 조하나 실장도 “교리로 미혹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면서도 “감정적으로 충돌하기보다 상대의 신앙과 인격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고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신앙과 입장은 분명히 하되 가족관계 자체를 배척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단 교리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논쟁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상대는 이단 집단에서 훈련받은 대로 준비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오히려 “성경을 모른다”는 식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대신 전문가들은 교리 논쟁에서 한발 물러나 신앙생활 전반에서 정보와 행동, 시간표 등이 지나치게 통제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며 관련 내용을 교차 확인해 보도록 권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이단전문상담소의 도움도 일찍부터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조 실장은 “무조건 내가 맞고, 가족이 나를 나오게 하려는 것은 미혹이라고 생각하면 상담소에 와도 마음을 닫게 된다”며 “한번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다는 정도의 마음이 있어야 이단 교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억지로 이단전문상담소에 데려가기보다 당사자가 스스로 확인해볼 필요성을 느끼도록 돕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 목사는 가족 모임에서 갑자기 상담소를 권하기보다 별도의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명절에는 “요즘도 그곳에 나가느냐” “만약 종교지도자의 신변에 변화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와 같은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대화의 문을 닫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목사는 “이단에 빠진 사람을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건져내야 할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구조자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