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4명, 제가 작정하고 외부활동시키러 갈 때야 아이들 의사나 태도와 관계없이 다 몰고나가지만 잠시 바깥일(필요한 물건사기, 택배보내기 등)을 봐야할 때는 4명 모두 챙겨서 데리고 나가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닙니다. 태균이만큼만 키워놓아도 참 쉽다라는 생각이 들곤하죠.
엄마가 나갈 채비만 해도 잽싸게 같이 움직여주고, 여간 귀찮지않으면 함께 움직이려고 합니다. 아침에 엄마가 일어나면 자신은 더 자더라도 같이 눈떠주고, 식사준비하면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하나 들여다보고, 대체적으로 시키는 일은 수행해주려고 합니다. 어제와 같이 장봐온 물건 여러 차례 나르라는 것에는 살짝 뭉기적거리지만...
리틀준이와 완이에게 모든 식사에는 김치가 꼭 필요합니다. 비도 오니 밖에 나가기도 어렵고, 이 참에 깎두기와 배추김치만 해놓으면 한달이 편하겠다 싶어, 도착 첫날 깎두기 해놓고 어제는 배추김치하기위해 장보러 나선 길. 준이는 안간다하고 완이는 여간 뺀질거리며 옷입기를 거부합니다.
안되겠다싶어 리틀준이만 데리고 나선 길, 가까이에 커다란 하나로마트가 있어 장보기 좋습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성산일출봉이 떡 버티고 있으니 그 풍경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가슴뭉클합니다. 장보고 비록 올라가진 못하지만 성산일출봉 앞에서 사진 한 장씩 찍어주고...
오는 길에 제주귤 판매처에 들려 귀여운 제자 Y에게 천혜향 한박스 보내고, 이번에 선생님한테 칭찬받을 행동 많이 했으니 제주도 여행 때 귤 한박스 보내주겠노라고 약속했거든요. Y는 정말 귤 종류를 좋아했기에 딱이다싶었습니다.
그렇게 길지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아연질색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완이를 한달 넘게 데리고 있었어도 완이공간 내에서의 생활이 주였고 감시하지 않은 때가 별로 없어 미쳐 몰랐던 일... 저지래... 뭐든 부서대고, 먹던 걸 마구 휙 던져놓고, 끊임없이 먹을 걸 뒤지고 하는 것은 일상사라서 참 수정해 나갈 게 많기는 하지만 순차성에서 밀린 상황이었는데요
그야말로 ABA기법으로 말하자면 사회적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환경조작 상황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행동수정 교육이 교실에서 잘 되어도 실생활에서 활용이 되어야하기에, 아이에게 필요하다 싶은 환경을 연출한 후 문제행동 유도해서 수정해나가는 기법인데요, 저는 이런 환경 유도기법에서 혼자 놔두어보기를 자주 시행하는 편입니다.
태균이와 준이를 놓고보면 현재 상황에서는 수정해야 할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준이는 무기력하게 침대에만 있으려해서 TV라도 보도록 준이방에 따로 TV를 설치해주었죠. 그런 면에서 태균이가 좀더 성숙해져 있는 것은 맞습니다.
완이를 놓고보면 개별 수정대상 행동이 얼마나 산재한데 일반화 과정까지 가려면 한참 멀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제는 정말 한숨이... 김치담그려 사다놓은 새우젓을 모두 쏟아 그걸로 얼마나 저지래를 해놓았는지 이 넓은 집 전체가 새우젓 자국입니다.
비릿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하고 새우젓에서 뒹군 몸으로 집안 곳곳을 얼마나 헤집고 다녔는지 새우젓 자국이 안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을 지경입니다. 다행히 침대가 없는 안방에 이부라지가 있었는데 거기는 안들어온 모양인지 거기만 자욱이 없습니다. 사실 새우젓이 다는 아니었죠. 계란 3개 깨서 바닥에 문질어놓기, 먹던 물 엎어 질쩍한 상태만들어 놓기 등
기회다싶어 어마어마하게 혼을 내고 취사실 좁은 공간에서 못나오도록 벌을 주면서 그런 행동은 곧 엄청 혼나는일 이라는 인식이라도 주려고 하지만 워낙 제멋대로 살아온 삶이 10년인지라 쉽게 깨닫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ABA교육에 관심도 많고 다양한 아이들에게 적용해보았지만 이 교육에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상벌의 개념이 애초부터 작동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야말로 신생아 앞에서 교사의 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보는데요, 그렇다보니 상벌의 개념부터 생기게 해주는게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상벌의 개념, 즉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우쭐해지며 더 잘하고 싶고, 벌을 받으면 슬프고 위축되며 반성하게 되는 이 기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뇌의 보상기전을 관장하는 것은 도파민입니다. 아래 도파민의 뇌 속 통로(파란색)는 보상(Reward)기전의 핵심입니다. 도파민 작동이 약하면 약할수록 동기의식이 발동되지 않아서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태도가 상습화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완이에게 도파플러스를 꼬박꼬박 먹이는데요, 이렇게 도파민 작동이 잘 되지않는 아이를 통제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세월이 오래된 경우 이런 결과는 비일비재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사실 스스로의 힘이 생길 때까지 통제하면서 다듬어가야만 합니다. 방법을 몰라 그냥 하는대로 내버려둔 상황은 반드시 복수로 돌아오게 되어있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도파민작동이 되려면 말입니다. 다시 머리를 써야되겠습니다.
첫댓글 에구 기절할 일입니다. 그림이도 저지레가 많습니다만, 큰 저지레는 안 하니 인지가 좀 되는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한게 있는데 도파민 보충제를 계속 먹다보면 도파민작동이 언젠가는 자연적으로 활성화 되나요~? 아니면 계속 먹어줘야하나요~?
우리 아이들은 뇌신경전달물질들이 흘러다녀야하는 뇌신경망이 어떤 이유로든 잘 안 만들어지는 게 병의 원인이니 그만큼 뇌신경전달물질들의 작동도 어렵겠지요. 검사를 해보면 도파민을 포함 대부분의 신경전달물질 대사가 아주 낮게 나오는 것은 물질합성능력보다는 (물론 합성능력도 떨어지기도 하고요) 가동이나 활용면에서 유난히 더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로가 뇌신경망이라면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가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볼 때 비록 도로망이 약하긴 하지만 자동차가 어쩌다 지나는 것보다는 그래도 자동차가 자주 지나다니면 훨씬 낫겠지요. 도로와는 달리 뇌신경망은 자주 쓸수록 더 튼튼해지고 생성도 재촉이 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자신이 합성한 도파민을 잘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외부에서 도움을 주어야하지 않을까요?
@황순재 아, 그림이 갑상선 홀몬이 잘 안만들어져 매일 먹어야 하는 신지록신 같은 역할을 보충제가 하는군요. 오늘 중요한 공부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