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玆山魚譜)
자산어보는 1814년 정약전(丁若銓)이 쓴 어류학서(魚類學書)로, 흑산도 근해의 수산 동식물 155종에 대한 명칭·분포·형태·습성 및 이용 등에 관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1801년(순조 1) 신유사옥(辛酉邪獄)으로 흑산도(黑山島)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그 근해의 수산 생물을 실지로 조사하고 채집한바, 책명에서의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라는 뜻이다. 정약전도 그의 책명을 자산어보라고 붙인 까닭을, 자서(自序)에서 “자(玆)는 흑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으므로, 자산은 곧 흑산(黑山)과 같은 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인용한 글을 보면, 종종 글자를 틀리게 쓴 경우를 보게 된다. 한자에는 그 모양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주의하지 않으면 잘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玆山의 ‘玆’ 자도 모양과 뜻이 비슷한 두 개의 글자가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가려 써야 한다.
즉 자(玆)와 자(茲)가 그것이다. 컴퓨터에도 이 두 글자가 따로 나와 있긴 하지만, 두 글자를 출력해 놓고 보면 구분이 잘 안 된다. 이는 컴퓨터에 이 글자들을 입력시키면서 담당자가 두 글자 모양의 차이점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두 글자는 다 대명사 ‘이[此]’의 뜻으로 통용되고 있으나, 전자는 ‘검다’는 뜻을, 후자는 ‘무성하다’는 뜻을 각각 갖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검을 현(玄)’ 자 두 자를 겹으로 쓴 것이고[玄玄], 후자는 ‘풀 초艹’ 밑에 ‘작을 요(幺)’ 자 두 자를 겹으로 쓴 글자[艹 + 幺幺]이다. 그러므로 자산어보(玆山魚譜)는 당연히 ‘무성할 자(茲)’ 자가 아닌 ‘검을 현’ 자 두 개를 나란히 겹친 ‘검을 자(玆)’ 자를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