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다름없는 5월 24일의 이동장터입니다.
어제는 학생과 함께 동행했다면 오늘은 다시 혼자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합니다.
9시 15분,
오늘은 손주가 다시 오나봅니다.
"저기 매운라면 하나 주고~"
손주 먹을 불닭볶음면을 주기적으로 사시는 어르신. 손주가 집에와서 밥을 잘 안먹어도 잘먹는것 사주시려고하는 것이 어르신 마음이시겠지요.
윗 언덕에 사시는 어르신도 오셨습니다.
"그... 피죤하고 계란 한 판 주쇼"
둘다 들고 가실 수 있을지 싶은지 여쭤보니,
"아 당연히 들어다줘야지~~ 저길 내가 어떻게 올라가~~" 하십니다.
건너편에서 점빵차가 오는걸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이 있어, 언넝 뛰어갔다옵니다.
그 사이 윗집 어르신, "계란 한 판 주쇼~" 하셔서 윗집도 한 번 또 뛰어갔다옵니다.
지난번 커피 한 잔 주셨는데, 오늘도 "커피 한 잔 먹을랑가? 먹고가~~" 하십니다.
건너편 기다리는 어르신이 없었다면 한 잔 했을텐데, 오늘은 양해를 구하고 바로 이동합니다.
9시 30분,
지난번 빵 찾았던 어르신, 오늘은 빵을 갖고 왔습니다.
"어메, 이거 좀 많이 갖고 오지~~" 어르신은 소보로 빵이 좋았나봅니다.
우리 젊은 사람들은 퍽퍽한 것보다 안에 팥이 들어있는게 어르신들이 더 잘 소화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요즘 어르신들은 소보로 빵을 많이 찾습니다. 다음엔 소보로 빵을 더 많이 갖고 오겠다고 말씀드리며 돌아섭니다.
9시 55분,
오늘도 어르신이 앉아 계실까 싶어, 어르신 잘 드시는 것 중심으로 물건챙겨와봅니다.
오늘도 현관에서 앉아서 손짓하시는 어르신. 어르신께서 앉아 있고 불러주심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바닥에 내려놓고 나니 빵, 황도, 요구르트, 두부 챙기십니다.
이번에도 노트에 적어놓고 오는데, 한가지 아쉬운점은 어르신이 필요한 것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싶었습니다.
말씀이 어눌하시다보니, 어떤것이 필요한지 듣지 못하는 일이 아쉬웠네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싶습니다.
10시 15분,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위에좀 가달라고 하십니다. 지난번에도 물건을 못샀다며 와달라고 하셨던 어르신.
평소 코스는 아니지만 요청이 있었기에 한 번 올라가봅니다. 농번기라 한창 바쁠때이구나 싶었습니다.
올라가니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어르신. 아드님들과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어르신께는 다음번엔 회관에서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리며,
물건 드리고 나서봅니다.
10시 20분,
오늘 딸 아이가 감기가 걸려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회관 마당에서 우연히 만나 딸 아이를 태워봅니다.
평소 점빵차를 타고 싶었다던 아이.
안전밸트 동여메고, 오전 남은 코스만 함께 해보기로 합니다.
10시 30분,
젊은 삼촌이 주문한 새우탕컵라면,
한창 바쁘신지 시정에 두고 가라고 하십니다.
"여기 둬도 암도 안갖고 가니깐 그냥 두고 가~~" 하시는 삼촌,
마을의 신뢰가 보입니다.
10시 35분,
어르신들의 공동구매입니다.
양계장에서 계란을 때왔다는 어르신. 한판에 4천원이랍니다. 점빵 계란은 8500원.
하지만 알이 조금 작습니다. 그래도 어르신들은 양이 좋나봅니다.
싼 값으로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공동구매는 역시 진리입니다.
10시 55분,
오랜만에 회장님이 나오셨습니다. 지난가는길 안보였지만 뒤에서 부르십니다.
"공병 안갖고가나?" 창고 들어가보니 2박스 가 있는 공병.
공병창고가 비어져있으니, 다음주에 갖고가겠다고 말씀드립니다.
회장님은 미안하셨는지,
"커피 있나? 캔커피. " 하시며
"2박스만 내려줘~"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거래는 늘 주고 받습니다. 그것이 마음이라 생각되네요.
11시 30분,
오늘은 딸 아이가 같이 있었던 덕분에, 오전 내내 어르신들이 반가워하셨습니다.
마을에 한 어르신은
"자..보자~~ 뭘 좋아할까~~ 하시며 카스타드 포함해서 계산하게~" 하시기도하고,
"내가 또 사줘야지~ 어떤 과자 좋아하나?" 하시며 다른 것도 사주시려는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아이가 동네에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많은 어르신들에게 사랑받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한 순간이었네요.
13시 40분,
오늘도 어김없이 길가에 나온 닭.
차로 살살가니 다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갑니다. 회관에서 어르신들께 여쭤보니,
"걔가 원래 그려~~ 그렇게 놀다가도 다시 들어가~~" 하십니다.
이야기만해도 누구네 집 닭인지 아시는 어르신들. 신기 합니다.
회관에가니 한 어르신은
"서운하네~~" 하십니다. 뭐 때문인가 싶었더니,
"오늘은 돈이 하나도 없네~~ 암것도 못 갈아줘서 서운하네~~" 하십니다.
늘 많이 사주시는 어르신이었는데, 항상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울 집에 술쪼까 내려주고 가게~~" 하십니다.
평소보다 술을 두배로 사서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내가 생일이여~~ 울 아덜덜 온다는데, 사놔야지~~" 하십니다.
어르신 생일에 저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작은 주전부리 하나 선물해드렸습니다~
바로 회관과서 함께 나눠드시는 어르신.
회관에서 가려고하니 옆에 계신 어르신이
"두홉 짜리 하나 주쇼" 하십니다.
맞은편에 앉아 계신 어르신이 술을 좋아하는데, 술 못먹고가는게 아쉬우셨나봅니다.
한 병 받으셔서 안주거리랑 같이 쟁반에 드립니다. 술 받은 어르신 기분이 좋아지십니다.
별거 아니지만 누군가 나를 챙겨준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14시,
요양보호사가 미리 주문하신 물건 배달하러 집에 도착 사이,
어르신 집에는 기독병원에서 와있었습니다. 그러곤 물건 들고 가려고 하던 찰나 요양 보호사분께서 나오셔서 물건을 챙겨가십니다.
어르신 발을 빨리 치료했어야했는데, 병원을 가기 싫다는 어르신으로 인해 병원에서 방문해서 치료를 하고 있는듯 싶었습니다.
무엇때문인지, 병원에서 안좋았던 기억이 있으셨는지, 어르신의 트라우마가 해소되어 병원에가서 치료 받으시길 바래봅니다.
14시 10분,
오늘도 우유값을 놓고왔다는 어르신. 괜찮습니다.
밭일하다보면 우유값 챙기기 어렵습니다. 다음번에 주실것이니 믿고 갑니다.
어르신 집 냉장고에는 이미 우유를 갖다 놓았습니다. 어르신도 그것을 알고 계십니다.
14시 20분,
모내기 기간입니다.
곳곳에 모내기가 완료된 논들이 보입니다. 다른 밭작물들이 흉작이 많은데,
올해 논농사는 풍년이 될 수 있을까요? 곳곳에 모내기 하는 어르신들이 한창입니다.
14시 50분,
어르신께서 다시 카스를 드시기 시작하십니다.
일전에 몸이 자꾸 부어서 안좋다고 하셨는데, 다시 괜찮아지셨는지 갈 때마다 한 박스씩 사십니다.
"내 몸에 영이 있는데, 그 영이 날 잠을 안재워~" 하시는 어르신.
불면증이 문제인것 같은데, 일전에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잘 안왔다고 하십니다.
어르신의 수면 장애는 무엇때문에 있으실지 궁금해집니다.
다른 어르신은 미원 한봉지를 사갑니다. 작은 미원 말고 좀 더 큰 거 달라고 하십니다.
미원 가격듣고 놀라시는 어르신.
"내 이따 돈 갖고 올께요~ 알겠지요?" 하시며 집으로 가십니다.
미원 250g 7,000원, 미원 500g 14,000원
소고기 다시다 300g 9,000원.
조미료들의 값이 어르신들 지출하는 품목들에 비하면 꽤 비산 편에 속하기에 한 번 살 때마다 어르신들은 놀라시곤 합니다.
15시 10분,
오늘은 더 많이 모여계시는 회관.
어르신 한 분이 지폐 뭉치를 주십니다.
"자 봐~! " 딱 3만원, 아들이 온다고 술 한 박스 사시려고 하셨습니다.
집에 갖다 놓고 가라는 어르신. 항상 거칠게 대하시지만 그 안에 점빵을 향한 마음이 있음을 생각합니다.
무엇을 사도 늘 점빵에서 사시는 어르신.
어르신 집에 술 놓고 가려니 집 앞에 택배상자가 큰 것이 있습니다. 못드실것 같아 집 안 현관에 옮겨놓습니다.
들기도 힘든 큰 택배 상자들, 기사님들도 힘드시겠지만 조금 더 가까운 곳에 내려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15시 30분,
"울 집에 들어오면 안될랑가?" 하시는 어르신
평소 걷는것 재활하는 차원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힘드셨나봅니다.
"오늘 내가 많이 살랑게~ 음.. 참이슬도 한 박스, 두유도 한 박스, 설탕도 하나... "
이것저것 많이 사시는 어르신. 다 사셨는지 흡족해하십니다.
점빵차가 집 마당까지 들어오니 얼마나 좋으실까요.
15시 40분,
점빵차 소리 듣고 옆집 에서 나오십니다.
"도시락 정말 잘먹었어요~~ 고마워요"하시는 어르신.
이동점빵차를 보고 밑반찬 받으시는 어르신들은 빈 가방을 주시곤 합니다.
이동점빵차량은 지역에서 이뤄지는 공공유통 서비스를 함께 병행합니다.
15시 50분,
어르신댁에 가니 완두콩을 정리하고 계십니다.
"어쨰.... 완두콩이 속이 안찼어" 하시며 속상해하십니다.
지난번에 결제 못한 코다리 값 결제하십니다.
"이번달은 회관서 밥먹을 횟수가 다 지났어. 이제 못써~ 담달에 더 사줄께." 하시는 어르신.
회관에서 부식비로 쓸 수 있는 날들이 지정이 되어있나봅니다.
한달에 10번의 식사를 할 수 있는 회관.
가끔 20번 먹으면 어떻나 싶기도하고...
보조금이 있어야만 밥을 먹는다는 요즘의 식사문화가 아쉽기도 합니다.
옛날엔 밥만 있어도 함께 숟가락 하나 놓고 먹었는데,
간혹 이런 보조금들이 어르신들의 그런 마음을 헤쳐놓는 것 같아 아쉽기도하면서도,
어떻게하면 더 유용하게 쓰일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외부 손님이 온다고 하셔서, 이동장터를 다소 빨리 움직였네요.
다음주에는 벌써 5월의 마지막입니다.
제가 이동점빵 시작한지 1년의 끝을 보는 주간이네요. 다음주도 잘 마무리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