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쇤베르크가 아내 마틸데와 친구인 화가 리하르트 게스트를(쇤베르크보다 9살 연하)의 불륜으로 인한 심적 고통에서 작곡되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작곡된 해는 1907년부터 1908년 7월이었고, 마틸데와 게스트를이 함께 가출을 한 것은 한 달 뒤 1908년 8월이었으니 아내의 불륜과는 직접적인 관련보다는 이전부터 쇤베르크의 여러 작품들에서 있어왔던 무조 음악의 징조가 현악4중주 2번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1899년 작곡된 현악6중주(정화된 밤)가 아내 마틸데의 미래를 예견했고, 8년 뒤의 현악4중주 2번을 아내의 미래를 확인한 작품으로 그의 가정사와 관련지으려 했다. 이 작품이 완성된 한 달 후 불륜이 드러난 아내가 내연 남 게스트를과 가출했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고, 그해 1908년11월 게스트를이 자살하고, 쇤베르크가 아내를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이 현악6중주와 현악4중주가 작곡된 해와 오버랩되어 이런 이야기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아무튼 음악 사상 처음으로 조성을 파괴한 음악가로서 그의 초기작이 화성의 무질서로 연주가들로부터 연주를 거부당하거나, 현악4중주 2번이 초연되었을 때 청중들의 격한 반감 표출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천재들은 언제나 외롭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베토벤이 운명 교향곡을 초연했을 때나, 쇤베르크 이후 스트라빈스키가 봄의 제전을 파리에서 초연했을 때의 극장 밖 반대 군중데모처럼...
-배홍배
https://youtu.be/kxhUYRDZG50
이 음반은 Vox의 저가 라인업 Turnabout 음반임에도 초기 스테레오 특유의 넓은 스테이지감과 악기 간의 명확한 정위감이 돋보이고, 음악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60년대 중반 미국 아날로그 바이닐 특유의 따뜻하고 생생한 현악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숨은 명반으로 컬렉터들 사이에 은근히 인기가 있다.
라모 콰텟(헝가리) : 정교하고 담백하며 이성적인 해석을 들려줌.
소프라노 마리아 테레샤 에스크리바노(스페인과 벨기에 부모, 프랑스 태생, 오스트리아 국적) : 현대 음악 전문으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날카로우면서도 지적인 소프라노.
1907년은 음악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 중의 한해였다. 이 해에 쇤베르크의 현악 4중주 2번의 마지막 악장이 작곡되었는데, 이는 역사상 최초로 완전하게 조성이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33세였던 이 젊은 작곡가는 이미 이전 작품들로 인해 대중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었다. 초기에는 바그너 이후의 낭만주의에 확고히 뿌리를 두고 있었으나, 그의 작품들은 점차 조성 음악의 기존 규칙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전에 발표한 현악 6중주곡 정화된 밤(Verklärte Nacht) Op. 4에선 화성 면에서 정통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었으나, 그의 대규모 교향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Pelléas et Mélisande), 현악 4중주 1번 Op. 7, 그리고 실내 교향곡 Op. 9는 다성 음악적 기법과 조성 관계의 복잡성이 심화되는 동시에 리듬의 정교함과 음향에 대한 매우 새로운 실험적 시도를 보여주었다. 끊임없는 전조와 조성의 이동, 반음계적 미끄러짐(chromatic glides)으로 인해 조성감이 이미 상당히 모호해진 상태에서 마침내 조성과의 마지막 끈을 끊어내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결정적인 해인 1907년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야누스적인 작품 현악 4중주 2번이 탄생한다.
분명 쇤베르크는 이 작품을 시작할 때와는 상당히 다른 심리 상태, 그리고 그에 따른 음악적 언어로 이 곡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전작인 현악 4중주 1번 D단조와 의도 및 효과 면에서 유사한 2번은 전통적인 F#단조라는 명확한 조성을 지닌 소나타 형식의 1악장에서부터 자유 무조성을 도입하고, 기악 에필로그에 와서야 비로소 으뜸조로 회귀하는 마지막 악장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새로움과 복잡성은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서로 상반된 두 성격의 작품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진정한 과도기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쇤베르크의 다른 현악 4중주곡들이 지닌 통일성과 강렬함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이 곡은 음악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작품으로 기억된다.
쇤베르크는 자신이 겪고 있던 엄청난 변화에 압도되었을 것이다. 전통적인 모든 지지 기반이 사라진 이 경이롭고 신비로운 새로운 세계에서, 그는 말(spoken word)에 의지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마지막 두 악장에 소프라노 독창을 도입한 점은 이 현악 사중주곡을 전체 레퍼토리 중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1악장은 가장 전통적인 형식을 띠고 있으며, 제1번 현악 사중주곡과 비교할 때 명료함과 간결함이 더해졌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이 악장의 주된 성격은 서정적이고 애가(哀歌)적이다. 이는 낭만주의라는 좋았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 어린 작별 인사로 느껴질 수도 있다. 제2악장은 매우 기묘한 스케르초로, 그 리듬과 화성의 유동성은 후기 드뷔시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쇤베르크는 종종 (특히 '마법적' 분위기를 자아낼 때) 자신만의 독특한 인상주의적 색채를 만들어내곤 했다. 이 스케르초의 분위기는 냉소와 비애로 가득 차 있으며, 빈의 대중적인 술자리 노래인 ‘오, 사랑하는 아우구스틴(O du lieber Augustin)을 반어적으로 인용한 대목은 말러가 의도적으로 사용했던 '사소함(trivialities)'과 매우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형식적 구성 또한 리듬 및 화성 구조만큼이나 자유분방하여 곡 전체에 무정부주의적인 기운이 감도는 것은 제1악장의 지나간 세계에 대한 풍자와 조롱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두운 분위기의 내림마단조(E-flat minor)3악장의 주제와 변주 형식으로 자유롭게 전개되는 매우 짧고 느린 부분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개입하는데, 이 악장은 도입부 주제를 통해 제1악장과 연관성을 맺고 있다. 가사는 슈테판 게오르게(Stefan George)의 시 「연도(Litanei)=기도하는 노래」에서 가져온 것으로, 길고 고통스러운 여정 속에서 육체적·정신적 고난을 겪은 이가 안식과 구원을 갈구하며 올리는 절박한 기도다. 스케르초가 보여준 부정과 냉소의 뒤를 이어 이제 새롭고 미지의 우주 문턱에 선 고독하고 상처 입은 한 인간의 모습이 여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