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길게 느껴졌던, 누군가에게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한 해의 끝을 맞이하여 한국 음악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케이팝 시장을 둘러싸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 몇 가지를 통해 올 한 해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파악해보자.
케이팝은 물론 다양한 장르, 다양한 영역을 모두 다룰 예정이니 올해를 한 눈에 보고 싶으신 분들은 지금 당장 확인할 것!
'가시나'에 이어 '주인공', '사이렌'까지 성공시킨 선미와 그 뒤를 잇는 청하, 블랙핑크의 성공과 시너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제니, 그리고 솔로로 활동을 시작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소유부터 엘리스의 소희까지 여성 솔로 음악가들이 올해 많이 등장했다.
워낙 걸그룹 자체가 보이그룹보다 그 수가 많아 그에 따라 솔로로 나올 수 있는 수도 많고, 솔로 활동이 그룹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기존의 인식이 깨지고 있으며 오히려 시너지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솔로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다.
효린처럼 아예 독립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고, 솔로 활동이 예정되어 있는 소미도 있는 만큼 내년에도 여성 솔로 전쟁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열린 레코드페어라는 행사에서는 몇 음악가의 한정판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게 만든 데에는 ADOY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OY는 많은 공연을 매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캐치한 아트워크와 시티팝 열풍을 선두하는 음악, 단순히 청춘이라는 단어로 말하기에는 청량함을 비롯해 아도이만의 색이 담긴 곡까지 여러 요소가 고루 사랑을 받고 있다.
ADOY뿐만 아니라 새소년 역시 프론트맨 황소윤의 카리스마를 필두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올해는 침체되어 있던 밴드 씬이 조금씩 다시 좋은 모습을 드러낸 시기이기도 하다.
데카당,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를 비롯해 인기도 있고 독창성도 뛰어난 밴드가 많아지며 내년에는 밴드 음악도 좀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근 이태원의 소프는 키츠네 서울 파티를 비롯해 큰 행사를 했을 뿐더러 세계적인 음악 서비스에서 큐레이션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케익샵과 소프, 헨즈 모두 모데시, 콘트라를 비롯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뛰어난 해외 디제이/프로듀서를 데려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로컬 파티를 꾸준히 열며 음악가 간의 교류는 물론 주목도까지 늘리고 있다.
마샬, 수민, 딥샤워, 엘라이크를 비롯해 여러 퍼포머와 디제이/프로듀서가 클럽과 파티를 기반으로 활동량을 늘리는가 하면, 흔히들 알고 있는 유명한 래퍼들도 종종 클럽에 와서 라이브를 하는 걸 만날 수 있다.
클럽과 파티를 기반으로 한 플레이어들의 활동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심 그들이 좀 더 빛을 보기 바라는 마음도 있다.
워너원이 11월 19일 마지막 앨범이자 정규 1집을 발표하며 사실상 활동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연초에 유앤비나 유니티, 혹은 '믹스나인'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나온 과정을 생각하면 이런저런 논란이 있었음에도 잘 마무리되는 듯하다.
여기에 아이즈원이 데뷔하여 활동 기간이 겹쳤지만 자연스럽게 '프로듀스'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받는다.
최근에는 '언더나인틴'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에 있지만, 여기서 나온 그룹이 좋은 활동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힘들다.
반면 우려가 많았던 '아이돌 학교' 출신의 프로미스나인은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서바이벌 데뷔 프로그램의 인기는 아마 내년에도 계속되지 않을까.
여기에 워너원을 떠난 멤버들이 아이오아이만큼 각자의 그룹에서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케이팝, 아이돌 음악에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래퍼들이다.
특히 '고등래퍼2'는 우승자 하온이나 준우승자 웹스터 비, 3위 빈첸을 비롯해 4위 애쉬 아일랜드, 5위 조원우까지 모두 좋은 힙합 레이블에 들어가거나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려 활동하고 있다.
특히 파이널에 오르지 못한 방재민과 같은 래퍼들도 레이블에 합류하는 등 다음 세대를 이어갈 래퍼들을 만날 수 있는 장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쇼미더머니 777'은 예선에 등장한 래퍼들까지 고루 주목을 받는가 하면 결승 전의 무대에서도 멋진 퀄리티를 드러내는가 하면 마미손과 같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비록 시즌을 거듭할수록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여전히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전세계를 사로잡은 BTS의 이야기는 말하자면 어마어마하게 길어질 듯하다.
BTS는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읽히며, 문화훈장까지 받은 것은 물론 해외 음악가와 작업하는 등 전방위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NCT는 최근 미국 토크쇼와 라디오에 출연하며 미국 내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두아 리파(Dua Lipa)와 블랙핑크가 만나 싱글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케이팝은 이제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복잡한 존재가 되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한 고민과 기획이 동반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이전부터 케이팝 곡을 써온 수민의 멋진 활약을 비롯해 최근 엑소의 'Tempo'를 작사한 페노메코까지, 케이팝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작곡가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단순히 프로젝트성 콜라보 싱글을 만드는 것을 떠나 작사, 작곡 참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인디와 케이팝은 협업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단서로서의 가능성도 있다.
위에 언급한 이슈 외에도 올해는 큰 관심을 받는 몇 개의 키워드와 영역이 더 많은 주목을 끌어갔지만, 전반적인 음악가들의 영역은 조금씩 분화되고 또 각자의 영역이 이제서야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맞이한 시기인 듯하다.
당장 내년에 누군가의 음악, 누군가의 땅은 제대로 알려보지도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지만, 인디의 영역이 과거보다 훨씬 더 비즈니스 측면을 좀 더 갖췄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19년에는 좀 더 재미있는 일이, 예상치 못한 현상이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