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Network)
최용현(수필가)
‘네트워크(Network, 1976년)’는 시청률에 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TV매체에 대한 풍자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로, ‘12인의 성남사람들’(1957년)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유진 오닐의 자전적 이야기 ‘밤으로의 긴 여로’(1962년), 초호화 배역으로 유명한 ‘오리엔트 특급살인’(1974년) 등을 연출한 시드니 루멧 감독의 작품이다.
아카데미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피터 핀치)과 여우주연상(페이 더너웨이), 여우조연상, 각본상의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피터 핀치는 시상식 직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여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사후 수상자가 되었다. 두 번째 사후 수상자는 ‘다크 나이트’(2008년)에서 조커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히스 레저(1979~2008)이다.
이 영화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에서 1997년에는 66위, 2007년에는 64위를 차지했다. 2000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가 영구보존하는 영화이다. 2006년에는 미국동부작가협회 선정 최고의 각본 Top10에 뽑혔고, 각본상을 받은 패디 차예프스키는 우디 앨런과 함께 아카데미 각본상 최다(3회) 수상자가 되었다.
UBS 방송국의 뉴스앵커 하워드 빌(피터 핀치 扮)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던 저녁뉴스의 간판앵커였으나, 계속 떨어지는 시청률 때문에 방송국의 사장 해켓(로버트 듀발 扮)은 그를 해고하려고 한다. 그는 직속상사이자 친구인 보도부장 맥스(윌리엄 홀든 扮)와의 술자리에서 2주 후에 해고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다음날, 빌은 방송에서 시청률 저하 때문에 2주 후에 은퇴한다면서 다음 주 화요일 방송 때 총으로 내 머리를 날려버릴 것이라는 멘트를 한다. 그러자, 깜짝 놀란 해켓 사장은 뉴스 앵커를 바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그러나 친구인 맥스의 배려로 빌은 고별방송을 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돌발행동에 대해서 사과하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삶은 쓰레기 같은 것(Life is bullshit)’이라고 하는 등 또 사고를 친다.
그런데, 자살과 쓰레기 발언으로 다음날 유력 신문의 1면기사를 장식하게 되고 그의 솔직함이 먹혀들었는지 시청률도 급등한다. 그러자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기획부장 다이애나(페이 더너웨이 扮)는 해켓 사장에게 빌의 해고 철회를 요청하면서, 빌을 상품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자신에게 빌의 방송을 맡겨 달라고 한다.
빌은 다시 방송을 하게 되는데, 정신착란증세가 심해진다. 어느 날 빌은 신의 도움으로 정신적인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하더니 갑자기 사무실에서 픽 쓰러진다. 놀란 맥스가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거실 소파에 재우는데, 빌이 자다가 환각을 신의 계시로 착각하고, 속옷 바람으로 방송국으로 간다. 맥스는 빌에게 방송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하는데, 해켓 사장은 빌의 방송은 다이애나 부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맥스를 해고시킨다.
반미치광이 빌을 내세운 ‘하워드 빌 쇼’가 정규 편성된다. 빌은 ‘분노하라. 모두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를 질러라!’고 외친다. 그러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를 지른다. 이 프로는 미국 전체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빌은 ‘성난 예언자’로 불리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이 쇼를 기획한 다이애나는 편성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그녀는 이제 이 시대의 위선자를 고발하는 테러리스트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한편, UBS방송국을 소유한 CCA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단체에 합병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빌은 이를 반대한다는 멘트를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합병을 막도록 백악관 포드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라는 일장 연설을 한다. 그러자 합병을 통해 방송국 빚을 청산하려던 해켓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기겁을 한다.
CCA의 젠슨 회장(네드 비티 扮)은 빌과 만나서 다국적 자본주의에 기초한 기업우주론을 설파하면서 빌을 설득한다. 이에 감명을 받은 빌은 지금까지의 방송과는 다르게 개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정치참여는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세계화와 기업우주론에 동조하는 방송을 하자, 시청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시청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자 사장단은 빌을 해고하고 이 프로를 폐지하려고 하지만, 젠슨 회장이 브레이크를 건다.
결국 해켓 사장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을 빌려서 방송 중에 빌을 암살하기로 한다. 다음날, 빌이 방송을 시작하려는 순간, 방청석에 앉아있던 세계해방군 암살자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이렇게 하워드 빌의 이야기는 역사상 최초로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살해당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네트워크’는 미디어의 영향력 과시와 함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텔레비전 산업의 실상과 폐해를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시청자들의 특징을 ‘스캔들을 좋아하고, 충격적인 것에 대해 애착을 보이며, 집중시간이 아주 짧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오늘날의 인터넷 뉴스와 소셜 네트워크, 숏폼 컨텐츠를 보면 지금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미칠 지경이다!”
(I’m as mad as hell, and I’m not going to take this anymore!)
이 영화에서 하워드 빌이 생방송 도중 세상을 향해 절규하듯 외친 소리이다. 노발대발(mad as hell)로 요약되는 이 대사가 AFI 선정 100대 명대사에서 19위에 뽑혔다.
이 영화에서 맥스의 부인으로 나와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비어트리스 스트라이트는 5분 40초 출연이라는 가장 짧은 기록으로 아카데미 수상자가 되었다. 또, 마지막에 하워드 빌을 저격하는 암살자로 나오는 배우는 ‘쇼생크 탈출’(1994년)로 유명한 젊은 시절의 팀 로빈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