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코스 : 수락산역 1번 출구 - 새온교회 - 매월정
2. 산행인원 : 술꾼, 산중턱, 푸르뫼, 유사장, 만산, 쓸쓸남, 토마토, 햇살, 대동, 그린, 아산
3. 산행시간 : 20:10 ~ 23:00
가을하고도 밤이다.
가을밤은 무얼 해도 좋을 그런 시간이다.
하늘이 유난히 높아지고 공기가 맑아진 이 가을밤에는 별을 바라보기에도 좋다.
한적한 어느 시골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검은 밤하늘에 총총히 떠서 영롱하게 빛나는 별들을 헤어보며
마냥 앉아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 가을밤이다.
세상의 뜬소리가 가라앉고 공기가 한결 차분해진 가을밤은 풀벌레 소리 듣기에도 그만이다.
암컷을 향한 애타는 구애의 소리인지 가는 세월 아쉬워하는 울음소리인지 알길 없는
서늘한 풀벌레 소리는 마당을 깨끗하게 비질하듯 내 마음을 쓸어내린다.
귀뚜르르........ 쓰르르르........
가을밤에는 모든 것들이 저만치 멀리 물러나 오히려 더 가까워진다.
바쁜 일상으로 연락이 뜸해진 옛 친구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고 그 시절의 추억이 새삼 그립다.
휴대폰에 오래 저장만 되어있었던 친구의 전화번호를 눌러 목소리를 불러낸다.
그렇게 가을밤은 뜬금없는 안부전화를 하기에도 어색하지 않다.
달빛이 맑은 가을밤은 좋은 벗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에도 그만이다.
한창 고소한 맛이 들어찬 전어를 안주 삼아 술잔을 주고 받아가며
서로의 아내와 자식들 안부를 물어주고 요즘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끔은 말없이 한잔 술에 붉어진 벗의 얼굴을 오래 오래 들여다보고 싶다.
바스락 낙엽 부서지는 가을밤은 마냥 걷기에도 좋은 밤이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급할 것도 없는 걸음을 천천히 떼어 놓으며 낙엽을 밟는 일은 꽤나 근사한 일이다.
‘밤바람이 쌀쌀해졌네.’ 라는 마누라의 말에 슬며시 손을 잡아 내 주머니에 넣고 걸으면
어쩐지 잔소리꾼 마누라가 그 옛날 연애시절의 꽃사슴으로 돌아올 것도 같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밤에는 라면 끓여 먹기에도 좋다.
노란 양은냄비여야 제격이고 그게 딱 일인분짜리 작은 냄비여야 하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
엄숙한 자세로 신중하게 물을 붓고 그 물이 끓기를 애가 끓는 심정으로 기다려 면과 스프 투하, 파 송송 계란 탁!
후후 불어가며 면발 건져먹고 남은 국물에 밥 한 숟가락 말아 김치 얹으면 그야말로 화룡점정.
요란한 TV소리가 성가시게 느껴지는 가을밤에는 라디오라도 틀어놓고 사진첩을 꺼내보기에도 좋다.
지금은 관절이 굽고 백발이 성성한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에 가슴이 짠해지기도 하다가
꾀죄죄한 코흘리개 시절 반항기 가득한 눈빛의 내 어린 시절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다가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첩을 들여다보기에도 가을밤이 제격이다.
모든 것이 그윽하게 익어가는 가을밤에는 무엇 하나 예사롭게 보아지지가 않는다.
마누라 등쌀에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나간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감나무와 마주쳤다.
사계절을 그 자리에 서 있었을 감나무가 마치 오늘 처음 본 듯 새로운데
윤기 나는 두터운 잎이며 오종종한 감꼭지가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그런데 슬리퍼 직직 끌며 휘적휘적 걷는 내 걸음에 묻어나는 귀찮은 심정을 감나무에 들킨 건 아니겠지.
괜스레 고독해지는 가을밤에는 시인이 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은유법, 직유법 그런 건 몰라도 단풍이 붉게 물들면 내 마음도 따라 붉게 물드는 건 알겠다.
‘오메, 단풍 들겄네!’ 그건 누가 벌써 썼다고 하니 쩝.........
그럼 나는 ‘오마나, 도토리 굴러가네!’ 라고 써 볼까나.
무엇보다 가을밤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마주 앉아 있기에 좋다.
식구들이 잠든 시간에 혼자 빈 식탁에 앉아 술 한 잔 따라놓고 앉아 있어도 청승맞지 않을 가을밤이며
술잔에 비친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측은하고 기특하고 장하다 여겨도 생뚱맞지 않을 가을밤이기에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기에 더할 수 없이 좋은 밤인 것이다.
헌데 위에 적은 것들 중 몇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강북야등이다.
별을 보고 풀벌레소리를 듣고 낙엽을 밟고 시인이 되고 자신과 마주하고
나무를 바라보며 마냥 걷고 술을 한 잔씩 나누는 일이 한 번에 모두 이루어진다.
이 좋은 가을밤을 맞아 강북야등에 그대를 초대하는 이유이다.
단골 보신탕집 아주머니. 인상 좋고 인심도 좋은 ........
그린님과 햇살님~~~
왼쪽부터 오늘 처음 참석하신 만산님, 중턱님, 술꾼님.
동서지간이신 만산님과 쓸쓸남님~~~
산중턱님과 대동님.
매월정 도착.
대화의 시간~~~
청소 및 뒷정리.
하산...
죽마고우 대동님과 그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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