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월 25일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한 이베리아 반도 여행을 마치기 위해 다시 바르셀로나로 떠난다. 숙소에서 버스 터미널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 구글에게 물어 보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한 번은 갈아타야 한단다. 그건 귀찮아! 배낭을 지고 스페인 광장 역까지 10분쯤 걸어가서 (이 동네 스페인 광장은 그냥 교통 광장이다) 지하철을 타고 투리아 역까지 두 정거장. 버스 터미널은 투리아 바로 옆이다.
2층 버스 아래칸에 타고 4시간 만에 바르셀로나 북부 터미널 잘 도착했는데,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다 한참을 헤매고 다녔다. 오늘 따라 구글 지도가 방향을 못 잡고 헤매는 바람에 우리도 같이 헤맨 것. 처음에 검색했던 중국집은 못 찾고 한참 만에 다른 골목에 있는 중국집을 발견해서 (온주 가정식) 고픈 배를 달랠 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리세우 역에서 내려 새 숙소 Hostal la Terrassa에 도착. 여기도 간판은 작았지만 한 번에 잘 찾아 들어갔다. 계단을 20개쯤 올라가야 리셉션이 있다는 점, 티비와 냉장고가 없다는 점, 드라이기가 없어서 필요할 때마다 리셉션을 오르내려야 했다는 (우리에게는 사소한) 불편 정도 외에는 깔끔하고 친절한 숙소다.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구엘 저택을 찾아갔더니 공사 중이다. 밖에서만 구경하고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들에 비해 외관이 다소 수수한 편?) 람블라스 거리로 나왔다.
람블라스를 배회하다가 캠퍼camper 매장을 찾아가 옆지기 신발을 하나 사는 걸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 2023년 1월 26일
오늘은 가우디의 대표작 중 하나인 구엘 공원을 가는 날, 예약한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양이를 찾아 갔다. 페르난도 보테로라는 아주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란다.
리세우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Vallcarca 역에서 내려 가파른 언덕을 10분쯤 걸어 올라가니 공원 입구가 나온다. 고급 주택 단지로 개발하려다 실패했다는 구엘 공원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세 십자가 있는 곳에서 출발해서 위쪽 외곽 부분을 먼저 돌아보고
핵심부인 아고라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인 순서 같다. 아고라 아래쪽에서는 진입할 수 없고 위에서 내려와야만 하는 구조다.
명불허전, 구엘 공원엔 볼 거리가 많았다. 2시간 반 정도 돌아다니며 구경했는데 여행 중에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은 날도 없었을 듯하다. 입장료 10유로.
사람들 따라 걸어 내려오다가 식당을 찾아 보는데, 의외로 근처에 유명 맛집은 없는 모양이다. 가까운 바에 들어가서 빠에야와 볶음국수(태국식? 그러고 보니 여사장님이 태국 분위기?)를 먹었다. 비싸지 않고 맛도 괜찮네. Bar Dakmar
다음 목적지는 과학 박물관 코스모 카익사,
학생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수준 높은 과학 체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발바닥이 아프고 다리가 아파서 아쉽게 돌아섰다. (오늘 많이 걷기는 했지). 이렇게 좋은 과학관 입장료가 6유로, 더구나 이걸 지은 카익사 은행에 계좌가 있는 사람은 무료 입장이란다. 돈 벌었다고 성과급 잔치 하기 바쁜 우리나라 은행들도 이런 거 지어 보면 어떨까?
# 2023년 1월 27일
몬세라트 당일치기 여행
# 2023년 1월 28일
오늘은 가볍게 시내를 돌아다니는 날 - 사실은 이런 일정이 더 힘들다. ㅎㅎㅎ.
고딕 지구에서 출발해서
피카소 미술관과 모코 박물관을 비롯해서 많은 전시장이 있는 거리를 (밖에서만)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스투리아 요리를 한다면서 스페셜 메뉴를 권하길래 뭔지도 모르고 시켰더니, 홍합찜과 '암소 골수' 요리가 나왔다. 홍합은 평범했지만,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음식을 먹어 봤으니 일단은 성공이다. 골수보다 참치회가 더 많은데 둘 다 맛있음.
시우타델라 공원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분위기에 활기가 있어 보였다. 특히 가우디 작품이라는 분수대 쪽에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고, 복싱 연습을 하는 무리도 있는 등 매우 즐거운 분위기였다. 아쉽게도 공원 안에 노숙자들의 텐트가 보여서 아름다운 꿈에 계속 취해 있지는 못했다.
개선문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카탈루냐 음악당을 들렀다. 범상치 않은 외관에 끌려 사진 찍으며 구경하다 보니 옆 건물 안에 틀어 놓은 대형 화면에 음악당 내부 모습이 나온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영상을 보면서 내일은 내부를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지로나-피게레스 당일치기를 생각했었는데...)
산 하우메 광장을 거쳐 호텔로 돌아왔다.
# 2023년 1월 29일
어느 새 여행 마지막 날이다.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보고 즐겼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더욱 아쉽다. 오늘은 카탈루냐 음악당과 몬주익 언덕을 가 볼 계획.
음악당은 공연을 예약해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처럼 투어로 구경하는 사람도 많다. 가이드가 설명하는 단체 투어는 더 비싸고 오디오가이드(한국어) 개별 투어는 16유로.
음악당 내부는 역시 (미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건축적으로나) 대단한 구경거리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무대에 몇몇이 앉아서 조율을 하는 것 같더니 차츰 사람이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정식(?) 리허설을 한다. 악단의 연주와 가수의 노래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눈호강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덤으로 귀호강까지 한 셈.
몬주익을 가기 전에 콜럼버스 동상이나 보고 갈까 하고 고딕 지구를 종단하여 바닷가로 갔더니
동상 주변에 사람들이 엄청 많다. 알고 보니 동상도 멋있지만 바로 앞 부두도 예뻐서 이 동네 전체가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다. 안에는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한 쇼핑 센터도 있고, 식당도 다양하다. 우리는 피자 사진을 앞세운 부페 식당에 들어가 배불리 점심을 먹었다. 여러가지 샐러드, 수프, 파스타, 닭날개 따위를 마음껏 담고 나서 14.95유로를 결제하면 무한 리필 피자가 있고 또, 닭고기나 돼지고기 중 한 가지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 있으며 후식으로 케익, 과일, 아이스크림, 커피, 음료수 등이 제공되는 아주 맘에 드는 식당이다.
지하철을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가서 몬주익 성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스페인 성채를 몇 군데 가 봤지만 모두 구식 대포만 있었는데 여기는 현대식 무기가 있다. 과연 여기서 전투가 일어난 적이 있었나? 공사 중인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성채라는 느낌이다. 성채 안에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관련 전시관도 있었다. (바르셀로나 하면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몬주익 언덕 중간 쯤에는 황영조 동상-동상은 아니고 부조라던가-도 있단다.)
유명한 몬주익 분수쇼는 가뭄이란 이유로 당분간 열리지 않는단다. (연말에는 공사 중이라 안 한다더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내려가다가 물 없는 분수라도 보고 가지 뭐.
걸어서 내려오다가 보니 케이블카 출발역이다. 케이블카는 중단인 줄 알고 탈 생각을 안 했는데 웬일로 운행 중이네. 그렇다고 다시 올라갈 일은 없으니 그냥 지나가려는데 건물 안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뭐지? 안에 지하철 표지판이 있네? 들어가 보니 푸니쿨라 정거장이다. 충동적으로 (더 걸어가면 황영조도 보고 분수도 볼 텐데) "타자!" 푸니쿨라 종점인 Paral-lel 역에서 내려 3호선을 타고 리세우로 돌아왔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소소한 기념품들을 구입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