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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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미디어 편집부의「아빠도 모르는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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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살아가노라면 숱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개중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도 그만 만나지 않아도 그만인 사람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삶의 고통에 굴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는 여인이 있다. 그녀와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다. 눈이 겨울비에 범벅이 되어 내리던 12월 중순이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내게 한 여인이 다가 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버스비가 모자란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외양을 보아하니 가난에 찌들어 사는 듯했다. 동정심이 일었던가 나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그러자 그녀는 대뜸 나의 팔을 부여잡으며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은 50대 중반의 연령으로 젊은 날엔 어느 식당의 서빙 일을 하면서 3남매를 키웠다고 했다. 또 파출부, 청소부 단무지 공장에 나가 일을 하여 남편의 병원비를 대었다고도 했다. 자신의 남편은 불치의 병으로 결혼 한지 5년이 되던 해부터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요즘은 낮엔 김치 공장일과 밤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단다.가장이 그 지경이 되고 보니, 그녀는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했단다. 그야말로 만고풍상(萬古風霜)을 다 겪으면서 인생의 단 맛 쓴 맛을 다 보았는지라, 이젠 가난의 고통도, 삶의 역경 앞에서도 의연해졌다며 깊은 한숨을 쉬는 터였다.이렇듯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한 여인의 힘든 인생행로를 듣노라니, 언젠가 읽은 어린이 과학도서 『아빠도 모르는 재미있는 과학이야기』에 나오는「혀는 어떻게 맛을 느낄까요?」라는 내용이 생각났다.혀에 나 있는 작은 돌기 안쪽에 위치한 '미뢰'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곳은 맛을 알게 하는 세포가 모인 곳이다. 미뢰는 목구멍에도 세 곳이나 있다고 한다. 미뢰는 입 속에 음식물이 들어오면 신경 세포를 통하여 그 맛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뇌의 작용으로 달다, 쓰다, 시다, 짜다라는 맛을 느낀다. 실제로 맛을 구분하는 곳은 혀가 아니라 뇌라는 뜻이다. 또한 음식물이 침과 섞이지 않으면 맛을 느낄 수 없단다. 우리의 혀에는 3천개의 미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내가 알기로는 그녀는 남다른 인생 역경을 극복하고 사는 여인이다. 인생 미뢰로 따진다면 아마도 혀의 미뢰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에 비하면 나는 마치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젊은 시절부터 생의 고초를 겪어서인지 그녀는 사회경험이 참으로 풍부하다. 학력과 사회적 신분은 낮지만 인생 경험은 누구보다 윗자리다. 가끔이기는 하나 그녀의 조언이 내 생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녀와의 인연이 바로 그렇다. 인생살이에 있어서 경험처럼 귀한 게 어디 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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