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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원도 양양군은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 지역(오색지구∼끝청 하단)에 3.5킬로미터 길이의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원주지방환경청장에게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했다.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사업 시행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양양군에 ‘부동의’로 협의 의견을 통보했다. 2012년부터 자본과 개발 논리로 추진되어 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다시 한번 좌절된 순간이었다. 당시 서울역 맞은편 환경부 상황실 앞에서 농성 텐트를 치고 단식과 농성, 미사로 함께해 온 시민들은 기뻐했다.
기쁨도 잠시, 사업자 양양군은 원주지방환경청의 ‘부동의’가 잘못되었다며 2019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 29일 오전 10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관련 행정심판 심리가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열린다.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는 적폐 사업이라는 틀에 끼워 맞춘 정치적 결정이었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연이어 군의회가 “더 이상 정치적 결정에 좌지우지되지 않아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하지만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치적 결정으로 추진되어 승인된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환경부 적폐 청산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비밀 TF를 만들어 경제성 보고서 조작과 불법 구매계약을 하고, 심지어 TF 소속 공무원이 사업자 양양군 측에 유리하게 자료를 조작한 것을 밝혔다.
중앙행심위 앞에서 박그림(아오스딩) 대표가 1인 시위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이에 법원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추진과정에서 ‘사업자 양양군 공무원들의 경제성 보고서 조작혐의를 인정한 것’을 확인했고, 감사원은 ‘양양군수와 구매계약 등 관련자 3명에 대해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을 어겨 최대 36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며 징계를 요구’했다. 이처럼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있어 명백한 적폐와 위법 사실이 있는데도 양양군수 등이 정치적 결정을 이야기하며 다시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지금 중앙행심위가 있는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와 서울 청와대 고궁박물관 앞에서는 시민들의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해시태그와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
2016년 8월 10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취소 입장을 발표했다.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사업은 사회적 갈등과 자연환경의 훼손을 가져올 뿐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케이블카의 장밋빛 환상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향상과 환경보전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생태적으로 회개하는 전환점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촉구합니다.”
12월 29일, 중앙행심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법의 잣대에 따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행정심판청구에 대한 인용을 기각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이 오랜 갈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과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설안산을 지키기 위한 SNS행동. (이미지 출처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