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오기전에 싱글룸 차지한 사람들의 후기 속의 주인공이 속옷차림으로 문 열고 나왔다가 문이 쾅하고 닫히는 바람에 난감했던 상황을 상상하면서 나는 조심해야지 하고 웃었던 일이 내게도 일어날 줄이야...
일단 사진 한장이라도 부탁하려면 활짝웃음이 명약이라 첫날 아침에 문밖에서 일행들 소리가 나기에 무심코 문 열고 나왔는데 문이 쾅 하고 닫히면서 싱글룸차지의 비애가 발생했다.
로비로 달려가서 이탈리아인이 알아 듣던 말던 그동안 배운 영어실력을 써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나마 나는 옷이라도 입어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하고 아주 자연스런 발음으로 '넘버 파이브제로식스 도어 쾅 ' 이라고 했더니 오케이 끄덕끄덕 으로 통과다.
싱글룸 차지 예정이시라면 참고하시라.
2. 친구하자고 부르는 줄 알았는데
비행기 타고 온 시간 떨어내고 정식적인 여행 첫날부터 점심은 자유매식이라고 1인당 16유로 주기에 갑장이라고 친해진 팀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서 또 한건 추가했다. 아침부터 우산이 제 몫을 못할만큼 퍼붓는 비도 막고 이탈리아보다 쌀쌀한 스위스 온도에 맞춰서 여행때 입으려고 준비했던 빨간자켓을 들고 나갔다.
팔에 걸치고 나가서 식사를 한 후 식당 의자위에 걸쳐둔 걸 깜빡하고 식당을 나섰는데 모녀여행이라 부럽다고 대화를 튼 우리또래 친정엄마가 나를 부르길래 아싸 친구하나 또 생겼네 하고 돌아보니
저 의자위에 옷 안가져 가냐고 하시면서 아침 먹을 때 목포에서 왔다해서 기억을 해두었단다. 하마트면 이별할 뻔한 자켓도 찾고 친구한명 추가되어 기쁜 마음에 벌써부터 질질 흘리고 다닌다는 한심함도 추가되었다.
3. 한심함 또 추가된지도 모르고
아 진짜 집 떠난지 하루만에 세건을 기록하다니 치매검사라도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겁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비가 퍼부어도 좋다 즐겨라 여행을 실컷 누리고 명색이 호텔방에 들어서니 어젯밤 나를 황당하게 했던 구석진 방에 비하면 팬트하우스 같은 방이 배정되었다고 딸들에게 자랑질할 때까지도 몰랐고 내일 입을 옷을 정리해서 옷장에 걸어 둘 때까지도 몰랐다는게 더 한심한 일이 되었다.
샤워를 하려고 잠옷을 챙기려는데 어젯밤에 입고 잔 하얀 원피스 잠옷이 안보인다. 정리해 놓은 가방을 다시 뒤집어도 안보이던 잠옷이 그제서야 어렴풋이 생각이 나겠지요 라고 떠오른다. 호텔 이불위에 벗어 놓고 같은 흰색이라고 당연한듯 흰색 원피스 잠옷을 잊어버렸다.
다행히 내일 저녁에 그 호텔로 가는데 다시 상봉했으면 좋으련만...
단 하루만에 3건을 만드는 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라고 스스로 한심한 위로를 보내면서 오늘은 정말 가고싶었던 스위스 융프라우로 가서 신라면을 먹는 날입니다.
소소한 여행이야기에 댓글주신 우리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일일히 답댓글 못 드려도 또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