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티베트’는 조직의 꼴을 갖추지는 않았다. 티베트에 관심있는 모두에게 열린 개방형 모임이다. 온라인 활동이 주력이고 매달 한번씩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얼마 전에는 티베트 출신 세계적 음악가 나왕 케촉의 서울 공연을 주관하기도 했다. 정신적 삶의 원형을 간직한 티베트의 매력을 흠뻑 느끼고 싶은 사람은 티베트가 처한 암울한 정치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
단체 이름이 ‘Stream of Free Tibet’다. 줄여서 ‘프리 티베트’로 부른다. 우리말 정식 명칭은 ‘티베트 인권·독립회의’다. 정치결사체는 아니다. 주변에서 쉽게 부딪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단지 문명의 때가 묻지 않고 인류 정신세계의 원형을 간직한 티베트의 매력에 흠뻑 젖어 모였을 뿐이다. 그때가 1998년 9월께. PC통신 하이텔의 인도동호회에서 특별히 티베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친구들이 별도로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이 출발이다. 회원 중에는 불자(佛子)가 많은 편이다.
한국 사람이 티베트의 매력에 빠지기까지는 통상 인도를 ‘거친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어닥친 인도여행 붐이 이 단체의 탄생에 밑거름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 다녀온 여행객들은 자연스럽게 티베트에 ‘감정이입’(感情移入)이 된다. 다람살라의 티베트 임시정부는 일제시대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와 닮은꼴이다.
비록 ‘그냥 좋아서’ 모이기는 했지만, 요즘에는 본의 아니게 전사(戰士) 비슷한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범종교적으로 추진됐던 달라이 라마 방한을 올해로 미뤘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올해도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프리 티베트’도 창립 때부터 중국에 예속된 티베트의 현실 알리기와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적극 추진했고, 지난해부터 불붙은 범종교적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물론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프리 티베트는 조직의 꼴을 갖추지는 않았다. 지도부나 운영위원회 같은 것도 없다. 홈페이지 운영자인 대학생 최연걸(28)씨가 연락간사격일 뿐이다. 회원 제도도 없다. 티베트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열린 개방형 모임이다. 온라인 활동이 주력이고 매달 한번씩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오프라인 만남에 자주 나오는 사람끼리 얼굴을 알고 지내는 정도다. 오프라인 모임에는 보통 30명 안팎이 참여한다. 대학생·방송작가·의사·회사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얼마 전에는 티베트 출신 세계적 음악가 나왕 케촉의 서울 공연을 주관하기도 했다. 개방형 모임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이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