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 앞에 있는 왈우 강우규 의사(曰愚 姜宇奎 義士, 1859.6~1920.11) 동상. 1919년 8월 5일 폭탄을 품은 채 서울역에 도착. 9월 2일 남대문 역두(현 서울역)에서 새로 부임하는 신임 총독 사이토를 향해 폭탄을 투척했다.
여행을 떠날 때 거쳐 가는 관문 중 하나인 서울역. 서울역에 가면 붉은 벽돌과 청동색 돔으로 이루어진 서양식 건축물이 유독 눈에 띈다. 예전에 서울역사로 사용되었던 곳으로서 1925년 *남만주철도주식회사가 르네상스 양식을 빌려 지은 건물이다.
*남만주철도주식회사(南滿洲鐵道株式會社): 1906년부터 1945년까지 존재했던 일본회사로, 만주식민사업을 수행하는 핵심 기관이었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포츠머스 조약에서 러시아로부터 장춘[長春]·뤼다[旅大] 간의 권익을 양도받게 되자 1906년에 남만주철도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광대한 철도 부속지를 포함하는 만주 침략을 위한 일본의 국책회사(國策會社)로서 운영하였다.
2004년 서울역사가 폐쇄되고 난 뒤 2009년부터 2년간 경성역 건립 당시의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100년 전 역사 내부의 모습을 재현하는 복원 공사가 진행되었고, 2011년 8월 1925년 당시의 경성역 모습으로 복원되어 지금의 생활문화예술 플랫폼 문화역서울284가 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물이자 근대 문화유산이기도 한 이곳은 구 서울역의 정체성에 맞게 근현대 산업과 일상문화를 주제로 한 기획전시를 만날 수 있는데, 현재는 ‘나의 잠(My Sleep)’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2022년 7월 20일부터 9월 12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나의 잠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인 잠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회화, 디자인, 사운드, 텍스트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낮 나의잠, 너의잠을 시작으로 23:20 반쯤 잠들기, 1:30 작은 죽음, 3:40 잠의 시공간, 새벽에 한번 깨기 함께 잔다는 것, 7:00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 순으로 진행된다.
문화역서울284 입구.
문화역서울284 중앙홀. 김홍석, <침묵의 공동체(Community of Silences)>, 조각(설치)12점, 2017-2019.
중앙홀 상부의 스테인글라스. 한국 전쟁 후에는 태극무늬와 네 마리의 봉황, 무궁화 그림이 있었지만, 지금은 태극 문양의 중심으로 강강술래를 형상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영화 암살의 촬영지 중앙홀을 만나게 된다. 12개의 거대한 석재 기둥과 더불어 반원형 창, 상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인 공간에 김홍석 작품 <침묵의 공동체>를 마주하게 된다. 대학생, 태권도 사범, 전직 트럭 운전사, 영화배우 등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동물의 탈을 쓰고 침묵 속에 누워있다.
문화역서울284 3등 대합실. 워드 워크스, <좋을 것 같아요(Would be okay)>, 혼합재료 인스톨레이션, 가변크기, 2022.
이원우, <나의 달콤한 여정(My Sweet Journey)>, 조각(설치), 2009-2022.
중앙홀을 지나 우측으로 가면 만나게 되는 3등 대합실에서는 워드 워크스의 <좋을 것 같아요>와 이원우 작가의 <나의 달콤한 여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워드 워크스(WORD WORK)는 텍스트와 그래픽 사이의 경계에서 WORD로 WORK를 만들며 활동하는 콜렉티브답게 잠을 주제로 다양한 문자와 문장을 그래픽적으로 배열하는 형식의 작품이 인상적이다. 이원우 작가는 잠을 생리적, 정서적 휴식을 위해 누구나 매일 떠날 수 있는 리조트로 구성했으며, 리조트 안에 확대된 신체의 형태를 띤 테라피와 이동식 조각들, 침구들을 배치해 놓았다.
중앙홀 뒤편 서측복도에 있는 문화역서울284 디지털 아카이브 기기. 문화역서울284 소장품과 지난 전시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문화역서울284 서측복도는 슬립존으로 꾸며져 있어 실제로 누워 볼 수도 있다.
문화역서울284 서측면 벽체. 구 서울역사 벽체 곳곳에는 6.25 전쟁 당시 전투의 흔적인 총탄의 탄두가 남아있다.
문화역서울284 1·2둥 대합실. 여다함, <내일 부서지는 무덤 2021(Tomb That Will Be Broken Tomorrow)>, 광목천에 향을 태워 만든 패턴, 이불솜, 가변크기, 2021.
1·2등석 표를 끊은 승객만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특실 1·2등 대합실의 절반 공간에서는 여다함 작가의 <내일 부서지는 무덤>을 만날 수 있다. 중앙홀과 연결되어 있던 3등 대합실보다 상대적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진 이곳에 죽음을 미리 체험하는 경험이자 흡사 무덤과 같다고 생각한 이불과 더불어 작가의 주요 모티브이자 거울이라는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현실의 공간에 작은 틈새를 만들 방법을 찾고 있다.
문화역서울284 부인대합실. 최윤석, <슬립북(Sleep Book)>, 출판물, 2004-2022.
1·2등 대합실 옆에는 여성 승객을 위한 부인대합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최윤석 작가의 <슬립 북>이 전시되어있다. 과거 자신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모습을 촬영한 지인의 사진으로부터 출발해 사각지대의 자화상 이미지들을 날짜와 장소 데이터에 따라 바인딩 형식으로 한데 엮어 작품으로 선보였다.
문화역서울284 역장실. 이성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If you are not awake from a dream yet, the dream is a life. If you are not awake from a life yet, the life is a dream.)> 카메라, 거울, 모니터 가변크기, 2022.
역장이 사무를 보던 공간 역장실에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일상생활 중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이성은 작가가 자신의 특수성을 살려 선보이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늘 잠들어 있는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경계에서 생활하면서 항상 자신을 응시하고 감시하는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이번에 선보인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는 마치 깨어나기 직전에 잠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다른 시공간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일종의 유체이탈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문화역서울284 귀빈실. 우정수, <미래는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Licking painterly the revolutions)>, 캔버스에 아크릴릭, 잉크, 162.2x260.6cm 2점 / 130.3x162.2cm 1점, 2022.
국가의 귀빈들이 대기하던 공간으로 화려한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귀빈실에서는 우정수 작가의 작품 <미래는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를 만날 수 있다. 작품 안에 서양 고전 신화와 다양한 문학 원전으로부터 서사와 양식적 요소들을 길어와 동시대 사회상과 인간 군상을 재구성하는 독자성을 구축해온 작가답게 <미래는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에서는 프랑스 혁명기의 판화가 프랑스와 시플라르(François Chifflart)의 에칭 이미지들을 중첩 배치함으로써 몽마(dream demon)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바로크적인 무대 위의 열린 서사로 보여주고 있다.
문화역서울284 귀빈예비실. 최재은, <새벽 그리고 문명(Dawn and Civilization)>, 소금, 재, 돌, 사슴 조각, 사운드, 300x600x40cm, 2022.
귀빈예비실에서는 최재은 작가의 작품 <새벽 그리고 문명>을 만날 수 있다. 잠과 현실의 모호한 중첩처럼 소금과 재는 기억할 수 없는 것, 사라져 버린 것, 남아있지 않은 것을 의미하며 잠과 각성의 경계에 대한 기호가 된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에 대한 원죄로 사슴이 된 그리스 신화의 악타이온처럼 사슴은 그러한 세계를 응시하는 시선의 주체를 상징한다.
문화역서울284 1·2층 대합실. D 콜렉티브 <더 블루(The Blue)>, 혼합매체, 가변크기, 빔프로젝트, 1300x360cm, 2022.
1·2등 대합실 나머지 공간에서는 D 콜렉티브의 작품 <더 블루>를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촬영하고 축적해온 서울 도심의 거리에 대한 3D 데이터베이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새벽의 시간대가 강조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구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 전시 나의 잠 Ⅱ로 이어집니다.
구 서울역사 문화역서울284 기획전시 나의 잠 Ⅱ 보러 가기
<해당 기사는 2022년 8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