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를 끝으로 이 장르의 또 하나의 걸작을 듣기 위해서 사람들은
브람스(1833-1897)가 이 곡을 작곡하기까지 100년이상을 기다려야했다.
클라리넷 5중주곡의 쌍벽을 이루는 이 작품들은 모짜르트와 브람스가 각각 클라리넷 연주가
슈타틀러와 뮐펠트를 만남으로써 그 탄생이 가능하게 되었다. 브람스는 오페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걸쳐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고, 관현악곡에서는 4개의 교향곡. 성악곡에서는
「독일진혼곡」, 실내악 분야는 「클라리넷 5중주」가 각 장르를 대표하는 뛰어난 걸작으로서,
그는 고전주의 형식을 바탕으로 한 낭만파 작곡가이지만 독일출신 답게 그의 작품은 중후하며,
감정은 극도로 억제되고, 시대정신에 동떨어진 작품을 보여 주었지만, 그 내면에는 서정성과
소박함이 함께 내재되어 있었다.
1890년 57세의 브람스는 현악5중주 제2번을 작곡한 후 갑자기 창작력의 쇠퇴를 느끼고는
은퇴를 결심하고 유언서까지 작성하였지만 이듬해 3월에 마이닝겐 궁정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주자인 뮐펠트의 연주에 깊이 감동하여 그해에 클라리넷 3중주와 클라리넷 5중주를 작곡하고
3년 뒤에는 두 곡의 클라리넷소나타를 작곡하여 클라리넷을 위한 작품이 귀한 오늘날의 클라리넷
주자들에게 좋은 레퍼토리를 선물하였다.
클라리넷 5중주는 만년의 노쇠한 브람스의 심경을 단적으로 표현한 그의 예술의 백미로서
클라리넷의 우울하고 부드러운 음색은 고독하고 쓸쓸한 브람스의 노년의 심경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하였던 것 같다. 제1악장은 한번 들으면 결코 잊을 것 같지 않은 주제가 슬픔과 기쁨이
교차되는 가운데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소나타 형식이며 이곳의 초연 당시부터 특히 인기가
있었던 제2악장은 3부형식으로 인생에 대한 체념과 과거의 괴롭고 즐거웠던 기억. 회한이
서린 악장이다. 브람스는 무명 작곡가 시절인 21살때 35살의 클라라 슈만을 처음 만났지만
그녀는 이미 브람스를 세상에 소개한 스승인 슈만의 아내였었다. 2년 뒤 슈만은 정신병동에서
죽었고, 브람스는 미망인이 된 클라라에게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느끼면서 인고의 세월을
독신으로 보내야만 했다.
클라라는 1896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그 뒤 1년도 되지 않아 브람스는 「11곡의
코랄전주곡」을 그녀 영전에 바치고 그 자신도 그 뒤를 따라 영면하였으니, 브람스의 만년의
심경을 클라리넷 5중주의 2악장에서 그 일부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모 음악
잡지에서 작곡가인 나운영교수가 이 곡을 극찬하면서 당신의 임종 시에 제2악을 들으면서 눈을
감고 싶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3장을 거쳐 마지막 4악장은 민요풍의 주제가 5개의 변주가
이어지며 제5변주가 끝나면 추억처럼 1악장의 슬픈 제1주제가 잠깐 얼굴을 내밀며 클라리넷과
4개의 현악기가 그 대화를 끝내고 조용하게 곡을 끝맺는다. 만추(晩秋)의 적막함이 감도는
음울하고 담담한 클라리넷의 음조 속에 브람스는 마침내 최후의 평정에 도달하였을까?
- ‘서상중’의 ‘음악이 있는 공간'에서
https://youtu.be/1Gw8JU53SWY?si=yUMesUNtEx0xLf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