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휴양지 섬, 황산도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으로 석모도·교동도·볼음도·주문도 등 여러 동생 섬을 품고 있다. 강화도가 거느린 여러 부속 섬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황산도(黃山島, 강화군 길상면)가 있다. 이름처럼 누런빛의 산봉우리가 바다위로 솟아오르면서 섬이 되었다. 강화도 남쪽 해안가에 본섬과 500m 떨어진 연육교로 이어진 섬 아닌 섬이다.
원래 대황산도와 소황산도 2개로 이루어진 섬이었는데 1960년대 간척지 매립공사로 합쳐지면서 현재의 황산도가 되었다. 본섬인 강화도 또한 원래부터 현재와 같은 모양이 아니었고, 수십 개의 섬들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가 고려 시대부터 농지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간척을 했고 현재와 같은 모양이 되었다. 강화도는 제주도·거제도·진도·남해도에 이어 5번째로 큰 섬이었다. 그런데 장기간 간척사업을 하며 면적이 조금씩 늘어나다보니, 남해도보다 넓어져서 대한민국 4번째 크기의 섬이 되었다.
▲황산도 포구와 랜드마크 어판장
▲캠핑장안 카페▲밴댕이 젓갈
황산도는 장어구이에서 회냉면까지 여러 맛집, 어판장, 바다 낚시터, 갯벌 체험장, 해안 산책로, 다양한 숙박시설(카라반·캠핑장·모텔·해수탕), 편의점 등이 갖춰져 있다.
느긋하게 갯벌놀이와 낚시 캠핑 해변산책을 즐기며 며칠 쉬고 싶은 휴양지 섬으로 곁에 동검도가 자리하고 있어 더욱 풍성한 섬 여행하기 좋다.
연육교를 통해 황산도에 들어서면 커다란 돛단배 모양으로 만든 섬의 랜드마크 어판장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황산호·금강호·수복호 등 어판장 가게 간판이 특이하다 했더니 선주들이 직접 운영한단다.
덕택에 신선한 수산물이 맛을 더한다. 어판장 안으로 들어가면 열린 창문을 통해 포구와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배안의 횟집’이 있다.
강화도의 명물 밴댕이로 만든 젓갈, 깊은 감칠맛이 나는 말린 새우가 눈길을 끌었다. 밴댕이는 서해와 남해에서 두루 잡히지만 인천 강화도산을 으뜸으로 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화 연안은 산란 전 밴댕이가 몸을 불리는데 최적의 장소란다. 재미있는 이름의 밴댕이는 흔히 속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속담에도 나오는 물고기다.
작고 순해 보이는 은빛 물고기가 어쩌다 소갈머리가 됐을까 궁금해 식당 주인이자 어선 선장님께 물어 보았다. 아저씨는 2가지 설을 들려 주셨다. 첫 번째는 밴댕이는 잡히자마자 죽는 성질이 있어서란다. 두 번째가 그럴듯했다. 밴댕이의 뱃속 내장이 아주 적어 그런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갯벌놀이
▲농게와 말뚝 망둥어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흰 발 농게
왕주먹 농게가 사는 황산도
황산도는 농게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섬으로 유명하다. 섬의 상징으로 해안가에 조형물까지 세워진 게다. 갯벌 체험장 데크 길을 걷다보면 수 많은 농게들이 정말 게 눈 감추듯 빠른 속도로 뻘 구멍 속으로 들어가거나 구멍 옆에서 대기하며 서있는 모습이 재밌다.
갯벌에 사는 칠게·방게 등 여러 게들 가운데 농게가 눈에 띄는 건 한쪽 집게발만 유난히 큰 특이한 모습 때문이다. 자기 몸집만한 집게발을 과시하듯 위, 아래로 흔드는데 힙합가수의 춤동작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농게의 큰 집게발은 수컷에게만 있으며 짝짓기 때가 되면 수컷은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에게 구애를 한단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귀한 흰 발 농게도 볼 수 있다. 재미있게도 농게의 집게발은 오른쪽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고, 왼쪽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처럼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는 것이다. 이 작은 게들은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바닷가를 정화하는 청소부로 불리는 착한 동물이다.
개펄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말뚝 망둥어는 양서류와 어류의 중간에 있는 특별한 물고기다. 양쪽 눈이 툭 튀어나온 모습이 특징으로 개펄에 들어가 꼬물거리며 노는 아이들만큼이나 귀엽다.
밀물 때는 갯벌 속에 집을 짓고 들어가 있다가 썰물 때 밖으로 나와 뛰논다. 바다 생물들을 관찰하며 거닐 수 있는 갯벌 체험장 데크 길은 바닷물이 들어차는 밀물 때가 되면 물위를 걷는 듯 이채로운 기분이 든다.
▲황산도 앞 천연 바다 낚시터
▲밀물이 드는 바닷가를 찍는 사진가
황산도는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강화도와 황산도 사이에 있는 바닷물을 이용해 넓은 바다낚시터를 만들었다. 낚시 관련 장비를 대여할 수 있으며 낚시터 위에 만든 방갈로에서 식사와 휴식을 취하며 여유롭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때문인지 임시 휴장 중이다.
황산도엔 천연의 바다낚시터도 있다. 썰물 때 수심이 얕아진 바다 위를 슬금슬금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바다는 낚시터가 되었다. 개펄을 걸으면서 갯것을 채취하거나 황산도 앞에 떠있는 작은 무인도를 오가는 바다 위 산책도 즐겁다.
산책하는 사람과 고기잡이 하는 사람이 공존하는 해변, 나도 신발을 벗고 천천히 걸었다. 보드라운 뻘이 발을 간질이고 이곳만의 풍경은 마음을 간질였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풍경이 좋았는지 어디에선가 모여든 사진가들이 삼각대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촬영 삼매경에 빠져 있다. 부러 물 때 시간을 알아보고 왔다니 대단한 열정이다. 황산도는 하루 2번 펼쳐지는 밀물과 썰물에 의해 모습이 달라지는 두 얼굴을 가진 특별한 섬이란다. 사진가 아저씨의 말을 듣고 보니 바닷물이 부드럽게 밀려오고 떠나가는 섬의 정경이 아름다워 쉬이 시선을 거두기 힘들었다.
섬 해안가로 나서면 황산도 포구, 초지대교, 강화해협이 눈 시원하게 펼쳐지는 데크 길이 나온다. 한쪽은 작은 어선들이 고요하게 떠있는 바다풍경이 보이고, 다른 한편엔 떡갈나무 아까시나무 등으로 우거진 숲이 그늘을 드리워주는 멋진 길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산책로 전망대에 앉아 있다 보면 어디선가 향긋한 꽃내음이 난다. 데크 길 옆 산자락에 피어난 붉은 해당화는 장미향 못지않은 짙은 향기가 매혹적이다. 이 해안길은 강화나들길(8코스)로 강화도 남쪽 해안을 따라 동막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세계5대 갯벌이 펼쳐진다는 강화도 유일의 해수욕장 동막해변까지 걸어갔다가 버스를 타고 황산도로 돌아왔다.
글· 사진 김종성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