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구연식
가로수는 길가에 줄지어 심어 놓은 나무를 말한다. 사람에게 아름다운 풍치를 주어 마음을 즐겁게 하고,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주어 시원하게 하며, 자동차 내왕이 많은 도로에서는 소음을 줄이고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거나 때로는 도로에 뿌리를 내려 도로 붕괴 예방과 곳에 따라서는 보안과 사생활의 시계(視界)적 효과를 막아주는 경우도 있다.
가로수는 알레르기, 악취 등의 간접적 부작용이 있다. 그리고 농경지를 가로지르는 가로수는 일조량을 차단하여 농작물들이 탄소동화작용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농민들은 가로수에 성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가로수는 부작용보다는 상승효과가 더 많아 동서고금 모두 다 도로개설과 가로수는 동전의 양면 관계로 도로 정책과 병행하여 실현되고 있다. 어느 지자체든 가로수는 도시 관문의 수문장이며 안내자여서 가로수 경관을 활용하여 지자체의 홍보와 관광객 유치로 관광 수입도 한몫하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시대를 앞당긴 신경과 혈맥이라 할 수 있는 통신과 도로의 덕분이다. 도로는 외곽 도심 할 것 없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에 따른 소음공해도 증가하고 있어 가로수 대신 투명한 방음벽 설치가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연간 수만 마리 새들이 방음벽에 부딪혀 다치거나 죽는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할 가로수 정책이다.
초등학교 때 미술 시간에 원근을 나타내는 소실점(消失點) 표현으로 도화지 한가운데가 X자가 희미하면서도 표시했던 누구나 한 번쯤 그려본 원근 표현의 필수가 가로수 그림이었다. 농부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만약 가로수가 없다면 길고 먼 그리고 무미건조한 사막의 길을 혼자 가야 하는 나그네의 뒷모습이 떠올라 인간 삶이 더욱 터덕거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로수가 없다면 연인들의 낭만도, 노인들의 추억도 모두 다 사라질 것 같다.
『경국대전』에는 도성 내의 도로의 너비를 규정하고, 지방도로에는 10리 거리마다 소후(거리 표식)를 세우고 나무를 심기도 했다. 1405년(태종 5)에는 서울의 가로변에 모두 나무를 심도록 했으며, 1441년(세종 23)에는 새로 만든 자(尺)로써 각 역로(驛路)의 거리를 측정하고 30리마다 표를 세우거나 토석을 모아 후(堠:이정표)를 만들고 나무를 심어(堠樹) 거리를 식별하도록 하여 가로수는 도로 보수 등의 효과보다는 그 당시는 이정표적 역할에 가까웠다고 본다.
제1공화국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정치 일화는 너무나 많았다. 그중에서 가로수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일본을 제일 싫어하는 철천지원수 국가이어서 지금의 동해를 이승만 라인(李-Line)이라 명명해놓고, 미국 등 해외 출장 후에 일본 경유 비행기는 절대 탑승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한반도 상공을 나는데 비행기 유리창 아래로 보이는 토끼 허리 아랫부분이 너무 벌거벗어 수행비서에게 물으니 해방 후 국민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에 가서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그 후 이승만 정부는 산림녹화 및 사방공사(砂防工事)의 일환으로 속성수(速成樹)와 나무 재배용 비료를 수입하여 국가 대대적인 산림녹화 사업을 실시해 갔다. 나무가 충분히 자랐을 4~5년 후에 대통령은 경무대(그 당시 대통령 관저)의 비서진을 대동하고 서울 근교의 식수(植樹) 현장을 시찰하기로 했다. 그런데 경무대에는 대통령 시찰 코스를 사전 점검해보니 지자체장 급들이 국가가 보내준 나무는 개인 야산에 심고 비료는 착복한 사실이 확인되어 부랴부랴 노령의 대통령이 산에는 오르지 않고 길가에서 시찰하는 약점을 노려 대통령 시찰 코스 앞 야산에 가로수를 꺾어서 꽂아 놓았다. 는 일화도 있다. 먼 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눈가림식 경무대의 대표적인 4·19 혁명을 자초한 인의 장막(人帳幕) 정치였다.
가로수로는 추위나 더위에 잘 견디고, 알레르기 꽃가루가 날지 않으며 병충해와 매연 배기가스 따위에 잘 견디는 나무일수록 좋다. 또 가지가 많이 뻗어 여름에는 짙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에는 깨끗이 잎이 져서 겨울에 햇볕이 잘 들 수 있는 나무라야 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심는 나무는 플라타너스이며, 우리나라에는 미루나무 · 버드나무 ·은행나무 등을 지방자치단체의 특색에 알맞은 나무를 심는다. 간혹 과일나무를 심기도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가로수 식수 정책에도 많은 과학적 연구와 투자가 있어야 하겠다.
가로수는 바삐 걸어가는 인생의 중간 쉼표이다.
혼자 외롭게 걸어갈 때 동반자이다.
숨차게 걷다가 마시는 사이다이다.
걸어서 건강을 부추기는 힐링 코스이다.
희망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희망봉이다.
사랑을 꼭 잡고 걷는 청춘 서약서이다.
슬픔을 가지고 걸어가다가 묻어버리는 소실점이다.
(20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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