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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실이 매달려 조용히 춤을 추는 순간, 마음 속 이야기들이 천 위에 새겨진다. 어머니의 손길 같기도, 오랜 친구의 위로 같기도 한 그녀의 손끝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2024년5월1일 부터 석달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자수(刺繡)가 과거 여성의 규방 문화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예술로 재조명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근현대를 포괄하는 작가 40여 명의 작품 170여 개와 아카이브 50여 점을 모은 것이다.
1부 전시에서는 19세기 한국 전통자수 유물을 선보이고, 2부에서는 일제강점기 도쿄 여자미술대에서 나온 자수 등 근대 자수, 3부에서는 한국 최초의 대학 자수과인 이화여대 자수과 졸업생과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참여한 자수 작가의 작품은 여기에서는 추상미술 자수 등 다양한 형식의 4부에서는 1960~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하나의 상품이 됐던 자수 작품을 소개한다.
한류 자수(韓流-刺繡)는 대표적인 동양 자수의 하나로 동양 자수의 일반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옆 2023년 새로 재건된 돈덕전(惇德殿)의 모습, 500년된 회화나무 본 전시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이다. 사진 권오철
한류 자수의 역사는 진수(陳壽, 233∼297)가 쓴 중국 문헌 '삼국지' 위서 동이전의 고대 부여와 고구려에 대한 기록에서 발견될 정도로 오래됐다. 당시 우리 자수공예는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문화권과 교류하며 기법을 공유했고, 국외로 전해질 정도로 발전했다고 한다.
자수는 가늘고 긴 실의 역할에 부합되는 재료와 장식물을 매달아 여러 가지 수법들을 응용하여 이루어지는 바늘땀의 흔적으로 조형과 문양 및 색채, 질감 등을 표현하고, 입체적인 수무늬의 효과를 특징으로 갖는 공예미술품을 말한다.
자수란 용어는 바늘로 일정한 자수침법을 운용해 수무늬를 완성하는 섬유미술로 그 용어는 찔러 넣는다는 뜻의 자(刺)와 여러 색을 뜻하는 수(繡)의 한자어가 합쳐 파생되었다.
자수공예는 한 올의 실로 한 땀씩 수놓아 정묘하게 이루는 수무늬의 결구, 색실 한 올마다 머금은 색깔로 서로를 생동하게 빛내주는 색채의 조화, 의미 깊은 문양의 상징이 수무늬의 미적 가치를 구현한다
고종 시절 세계에 한국을 알렸던 시카고 만국박람회 전시 한복들이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왔다.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된다.
조지워싱턴대 텍스타일박물관은 ‘한국 의복-궁중에서 런웨이까지(Korean Fashion: From Royal Court to Runway)’ 전시회를 앞두고 공개한바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8호 자수장(궁수) 보유자인 이정희 자수(刺繡) 명인이 제작한 청룡백호도
이정희 자수장은 " 이 청룡백호도는 4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작은 소품들의 경우 집중하면 하루만에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대작들은 밑그림을 그리고 한 땀 한 땀 색깔별 명주실을 구해 자수 그림을 완성해 나가기까지 작업도 힘들지만 색실을 찾아 전국을 헤매야 시간은 그야말로 인고(忍苦)의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토록 ‘자수(刺繡)’가 주는 그 엄청난 공력이 한류 자수에 스며 있고 그 섬세하고도 예술적인 노력이 유전자로 전승되어 참을 것을 참고 견딜 것을 견디고 잘라낼 것은 잘라내고 한 땀 한 땀이 모여 거대한 작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제 두 달 남은 전시회에 많은 이들이 관람하여 오늘날 이 땅이 풍요로운 것이 이 한류 자수의 유전자에 기인한바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 권오철 기자)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바늘끝에 실이 걸려 천 위에 꿈을 수놓는다.
사각사각 손끝 따라 생명 없는 천 위에도 꽃이 피고 나비 날아.
고요한 밤 깊은 시간 불빛 아래 홀로 앉아 마음 담아 자수를 놓네.
바늘 끝에서 피어나는 오랜 기억, 깊은 사연 손끝에서 다시 살아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혀질 수 없는 순간들 한 땀, 한 땀 새겨진다.
자수 놓는 이의 마음 오롯이 담긴 그 정성 영원히 지지 않는 꽃 되어.
고요한 밤 깊은 시간 바늘 끝에 실이 걸려 천 위에 꿈을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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