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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표지에서
[미술여행=윤상길의 중계석] <실험실의 명화>,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등을 쓴 미술평론가이며 칼럼니스트인 이소영 작가가 ‘모요사’에서 새 책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를 펴냈다.
작가는 “이 책은 미술관의 가장자리를 더듬어 그 진지하고 육중한 본체를 가늠해보려는 시도다.”라고 밝혔고, 출판사의 서평은 “사소한 호기심이 미술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라고 시작한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표지
이 책은 저자가 던지는 질문, “미술관들은 왜 약속한 듯 월요일에 쉬는지, 다른 날에 쉬는 곳은 없는지, 전 세계에서 제일 멋진 미술관 카페는 어디인지”같은 소소한 궁금증을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독자는 책장을 넘기면서 “그래 나도 궁금했어!”라는 작은 탄성을 지르게 된다. 아울러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새롭고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흠, 그랬단 말이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전시를 보러 가면 일정한 간격으로 눈높이에 하나씩 걸려 있는 작품들이 원래부터 그렇게 걸렸던 것처럼 당연시하지만 애초에 미술관에서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빼곡하게 작품을 걸었다는 사실. 이른바 '살롱 걸기'이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북카드
미술관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을 갖춘 건 과학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인 듯하지만, 실상은 전쟁이 계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대공습을 피해 런던의 내셔널갤러리가 마노드 채석장으로 작품을 옮기면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작품을 덜 손상시킨다는 교훈을 얻었던 것.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북카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은 방금 조각한 듯 희고 깨끗하지만, 그런 모습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건 겨우 20년 전 ‘다비드’ 상이 제작된 지 어언 5백 년 만에 장장 일 년에 걸쳐 대청소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두 달에 한 번씩 먼지를 털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오르세 미술관이 원래 기차역이었고 테이트 모던이 발전소였다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이 자랑하는 명화를 전시하는 테이트 브리튼이 과거에 감옥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는 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것도 수감자를 미치게 만드는 악명 높은 밀뱅크 감옥이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본문 캡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얼굴이라 할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늘 그 자리에 브라운관을 켜고 있는 것 같지만, 2016년에 가동이 중단되어 2022년 재가동되기 전까지 장장 6년 동안 불이 꺼진 상태로 있었다. 과연 〈다다익선〉은 언제까지 지금 모습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가 인쇄되던 2024년 1월 29일, 프랑스의 농업정책 관련 시위대가 루브르의 〈모나리자〉에 수프를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본문 캡처
이 책에서는 최근 몇 년간 세상을 놀라게 한 시위들이 미술관의 작품을 볼모로 삼은 사례를 소개한다. 2022년에는 내셔널갤러리에 전시 중인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토마토 통조림 세례를 당했다. 왜 다빈치와 고흐의 작품이 시위의 표적이 되는 걸까?
작가는 “책을 쓰면서 던진 질문들이 다 미술관의 매력 포인트가 되어 돌아왔다. 작품 옆에 붙은 라벨을 한결 다정하게 살펴보게 됐고, 작품을 보고 나면 고개를 젖혀 천장의 조명을 보고, 그 조명의 각도를 조정했을 누군가를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미술관을 구석구석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좋겠다. ‘가고 싶다, 미술관!’이라고 외치며 책장을 덮는 당신을 그려본다.”(11쪽)라고 적었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본문 캡처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술관에 놓여 있는 은색 소화기 하나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미술관 바닥을 보면서 이곳을 청소했을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이 이처럼 깨끗한 이유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이유가, 관람자인 우리보다 먼저 작품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야릇한 웃음이 지어질지도 모른다. 미술관의 주인은 결국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림이 더 잘 보이는 미술관 이야기’ 본문 캡처
이소영 작가는 대학에서 역사 교육을,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사를 공부했다. 예술 서점 매니저, 잡지 기자, 웹 기획자로 일하며 과학 칼럼을 썼다. 과학의 눈으로 미술을 읽고, 화가의 도구와 기술을 중심으로 미술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미술 분야의 저서로 <실험실의 명화>,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화가의 친구들>이 있고, 독일의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여행기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를 썼다. 작가는 책방 ‘마그앤그래’를 운영하며 그림으로 글을 쓰고, 책으로 사람을 잇는 일을 하고 있다.
자료출처=교보문고, 모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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