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성(수 20:3)
하나님의 법은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명령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본주의의 이스라엘 법이 인본주의에 대하여 배타적이라는 오해는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통하여 이스라엘 공동체를 지키려는 세심함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공동체를 위해 ‘도피성’이란 특별한 명령을 했습니다. 부지 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를 도피성으로 피하여(3절) 불가피한 피의 보복을 막으려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죽인 자는 반드시 죽음으로 처벌(민 35장)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언급하셨던 고대 근동의 함무라비 법전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의 정의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계급이 존재하던 사회에서 출신성분과 상관없이 상해의 동일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정의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하층민이 상층민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피해 이상의 잔인한 보복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도피성은 의도나 계획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은 사고의 살인에서 즉각적인 심판이나 보복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하나님의 법이었습니다. 우리의 법에서도 과실치사의 경우 형량을 정상참작을 하지만 살인에 대한 처벌은 매우 엄중하고, 엄중해야 합니다. 부지중이거나 사고로 인해 사람을 죽인 경우 역시 중범죄이지만 하나님은 도피성으로 그들을 즉각적인 보복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의도적이 아닌 부지중에 사람을 죽인 자는 도피성으로 찾아가서 자신의 사고를 이야기하고 정당한 재판이 진행되거나 혹은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그 성읍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은 에덴 동산에서 최초의 언약을 통해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허락되었지만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 실과를 먹지 말아야 하고,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 2:17)는 하나님과 인간의 언약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은 언약을 파괴하고 심판의 결과 죽음(사망, 롬 6:23)을 선고 받았습니다. 언약을 파괴한 것이 유혹에 의해서이건 탐욕에 의해서이건 죽음의 공포와 위기로 고통을 받으며 하나님을 떠나야 했습니다.
도피성으로 도망친 자는 대제사장이 죽기까지 머물러야 했습니다. 대제사장의 죽음은 대속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사망 선고를 받은 인간을 위해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죽음으로 죄값을 즉각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탕감을 받는 구속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구약의 도피성은 대제사장인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해 죄값을 대속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피성에 머무는 자가 피의 보복자로부터 피할 수 있듯이 사망 선고를 받은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생명의 은혜를 약속받았습니다.
죽음의 공포와 위기로 고통당하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도피성이 되어 주셨습니다. 교만과 탐욕의 열매는 죽음이었고, 하나님을 떠난 혼돈과 방황의 짐을 짊어진 고통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을 부르시고 쉬게 하실 것(마 11:28)을 약속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고 구원자가 되심을 믿는 믿음을 축복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도피성을 만들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죽음의 위기에서 회복과 구원의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죽음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우리에게 도피성이 되어 우리를 쉬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인정하고 고백하는 믿음을 축복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하고 구원받고 새생명으로 살아가는 바다교회 가족이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