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입으로는 열심히 기도를 하는데, 머리 속은 다른 생각들로 가득합니다.
그래도 기도를 계속 해야 되는지 궁금합니다.
◆법륜 스님
우리가 참선을 하든, 기도를 하든, 다른 일을 하든 온갖 망상들이 떠오르죠?
안 그런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없죠? 이건 매우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밥 안 먹으면 배고프듯이, 기도할 때 망념이 떠오르는 건 정상적 현상에 속합니다.
어떤 시장을 통과해서 저 건너편 절에 기도를 하러 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장을 지나가려면 주위에 이것저것 볼 게 많죠?
절에 가는 게 목적이지만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것 기웃대는 게 나쁜 거예요 정상적인 거예요? 정상적인 거죠? 어떤 점포에선 상인들이 나와서 소매를 잡아끌면서 들어와 보라고 호객행위 해요 안 해요? 하죠?
그 사람들 나쁜 사람이라서 그래요 자기 일이라서 그래요? 자기 일이라서 그러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아보여도 그냥 가야 되고, 팔을 잡아끌어도 그냥 가야 되겠죠?
마찬가지로입니다. 기도 중 망념이 일어나는 건, 시장 지날 때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한다든지,
내가 물건을 보고 견물생심이 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그건 그냥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거기에 내가 끌려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기도할 때 망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내가 절에 갈 땐 호객행위도
하지 말고, 물건을 보면 내 마음이 흔들리니깐 물건도 다 치우고
내가 절에 가는 날은 시장 점포들 다 문 닫고 있으라는 거와 같습니다.
그런 점포들 시장 길을 통과해서 절에 가는 것처럼 망념들을 통과해서
수행정진 하는 것입니다.
소매를 당기면서 호객행위를 하다가도 계속 내 갈 길을 가면
그들이 손을 놓습니까 아니면 목을 잡고 매달립니까? 놓아줍니다.
어떤 가게에서 잡다가 놓아줘도 다음 가게에서 또 잡아당기고, 또 다음 가게에서 잡아당겨도
내 갈 길이 분명한 사람은 구애받음이 없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는 게 수행입니다.
수행할 때 원(願)이 분명하면 온갖 망념에 끄달릴 일이 적지만
원(願)이 분명치 않고 그저 막연히 '기도한다.' 할 때엔 중간에서 노닥거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내가 물어봅니다.
천수경을 왜 읽나? 염불은 왜 하나?
그냥 하면 좋다고 하니까 합니다.
절에 왜 가나? 그냥 가면 좋다는데요.
이러면 이제, 절다운 절엔 가보지도 못하는 겁니다.
남이 장에 간다니까 그냥 따라가듯이 여러분이 이렇게 하니까 잘 안 되는 겁니다.
수행을 제대로 하려면 자기 업식(業識/까르마)를 넘어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