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창시한 유학의 중심사상은 인(仁)이다. 공자와 그 제자 맹자는 인(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말과 행동으로 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가르쳐 주었으므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했다고 보인다. 다만 공자와 맹자는 “인(仁)이란 인(人)이다(仁者 人也).”라고 말하여 인이란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주자(朱子)는 “인이란 사랑의 이치요 마음의 덕이다(仁者 愛之理 心之德也).”라고 매우 이론적이고 철학적으로 설명 했다.
인(仁)이라는 공자의 기본 사상을 주자는 관념의 세계인 이(理)로 해석하고, 다산은 두 사람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인간의 행위 즉, 행동의 개념으로 실천의 의미를 찾아냈다.
다산은 인(仁)은 사람(人)이 둘(二)이라는 뜻으로 만들어 진 글자로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일을 바르고 정당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문자적 의미를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각자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인(仁)의 실천은 상대방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자기 수양〔自修〕에서 비롯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다산은 인(仁)을 실천하기 위해 수기(修己)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면서도 수기가 성리학의 함양(涵養)과 같이 내면 위주의 수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다. 정약용은 성리학의 함양이 인륜 관계를 단절한 상황에서 내면의 완성을 이루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이해했던 것이다.
대신에 그는 구체적인 인륜 관계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솔선수범하는 서(恕)가 인(仁)을 실천하는 수기(修己)의 올바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수기는 인륜 관계 안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타인과의 관계를 떠난 수기는 다산에게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수기는 치인(治人)과 관련되어 의미가 있는 것이며 치인 또한 수기가 전제되어야 성취될 수 있는 것으로, 다산에게 수기와 치인은 어느 일방으로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다산은 의(義)와 인(仁)을 각각 수기와 치인에 해당시키면서, 나를 선하게 하는 덕목인 의(義)와 타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덕목인 인(仁)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고 보았다. 인(仁)의 실천은 나의 선함에서 비롯하는 것이되 동시에 다른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산은 인(仁)이 행위자 자신의 선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실질적인 사랑의 행위로 드러나야 하다는 점에 새롭게 주목하였다. 개인의 선함을 추구하는 의(義)와 달리 인(仁)은 행위의 결과가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실현될 때 비로소 성립하는 덕(德)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목민관이 백성에 대해 인(仁)을 실천한다면 그 때의 인(仁)은 목민관의 행위 결과가 실제로 백성 삶의 개선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까지를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인(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수기뿐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능력까지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반이고 목민(牧民)이 반이라고 한 다산의 주장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산 인(仁) 해석의 특징은 인(仁)을 마음의 차원에서 행위의 차원 내지 실천의 차원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 한정되지 않는다. 수기를 중심에 두는 유학의 기본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인(仁)의 실천이 개인 완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삶의 문제에 대한 실제적 해결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산 인(仁) 해석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산은 이론 위주의 성리철학으로 관념화된 육경(六經)과 사서(四書)를 새롭게 재해석하여 공자, 맹자의 본래 취지가 무엇인가를 해명하는 데에 힘썼다. 그 결과가 <논어고금주> 48권을 비롯하여 <맹자요의> 9권 등 육경사서에 대한 232권의 방대한 저술로 남았다. 유교 중심적인 명제(命題)들을 다시 해석했다. 이(理)라는 관념의 세계로 해석한 주자와 달리 실행과 실천이 가능한 실학적 사고로 새로운 경전 해석을 시도한 것이 다산의 경학이었다.
출처 : 다산 연구소 박석무 및 KCI 논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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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