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레 찾아온 감투
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학급 반장으로 시작하여 원우회 임원까지 늘 리더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회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목회자들의 모임에서는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은퇴를 1년 앞둔 저에게 감찰회 임원들이 올해의 감찰장으로 추대하였습니다.
극구 사양하였지만 관례라 하면서 억지 감투를 쓰게 한 것입니다. 파주북감찰 신년하례에 참여하였더니, 차기 감찰장으로 선임이 되면 모든 목회자 부부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것이 전통이라 하여 그것도 순종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비행기나 선박이 위기에 처했을 때 비행기의 폭발위험을 막기 위해 공중에 연료를 버리는 것과 배의 침몰을 막기 위해 바다에 짐을 버리는 행위를 '제티슨'(jettison)이라고 합니다. 무게를 줄여야 비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목회 역시 무거운 것에서 벗어나야 힘껏 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신조였습니다.
이제 목회를 마무리하여야 하는 시점에서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이 정상일 텐데 역행(逆行)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됩니다. 어쩌면 줏대 없어 보이는 저의 모습이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히 12:1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히 12:2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