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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법장사 입구(다리) → 법장사 → 거문산 → 금당산 → 신리2리(가게)'의 8.2km, 4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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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산
높이: 1,174m
위치: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강원도 산골로 이름 높은 평창군 일대는 오대산(1,563m), 계방산 (1,577m) 등 1,000m를 넘는 고산이 운집해 있다. 신리 쪽에서 바라보면 왼쪽의 거문산(1,175m)이 훨씬 높아 보이고 밋밋한 평행선의 능선 끝 오른쪽에 약간 튀어 오른 금당산의 정상이 보인다.
금당산과 거문산은 오대산에서 가리왕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백적산에서 남서로 뻗어내린 산으로서 동쪽 백석산과 서쪽 대미산의 중간 지점에 있다. 산행기점이 해발 500m에 이르므로 실제로는 600m급의 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 인적이 드문 까닭에 기존 코스만을 이용하고 정상지점이 뒤에 깊숙이 들어가 있어 혼동하기 쉬우니 유념하여야 한다
산행은 장평에서 출발하여 재재를 넘고 신리 초등학교와 대화 4리의 중간 지점에 있는 법장사 입구의 다리를 건너 대화 6구 마을을 거쳐 법장사로 들어가게 된다. 정상에서는 동쪽의 잠두, 백석산의 능선이 선명하게 조망되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잠두산은 누에가 기어가는 모습 그대로의 형상이다. 금당산 정상은 펑퍼짐한 봉우리로서 태기산, 회령봉, 계방산 등의 조망이 더욱더 좋은 위치이다. - 한국의 산하
10월 9일! 10월 2주 차 토요산행은 한 안내산악회 지맥 팀과 각화지맥 2구간 '999.2봉 갈림길~노루재'를 달릴 예정으로 지난 8월 21일 신청했었다. 물론 지맥이 아니라, 그 구간 내에 있는 해발 1,044.3m의 왕두산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흥수와 9월 25 각화지맥 1구간 산행 시 지맥 팀의 코스 계획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지맥 상에 있는 해발 1,000m가 넘는 두 산인 각화산과 왕두산을 한꺼번에 돌았었다[산행기]. 고로 왕두산이 목적이라면, 2구간 산행에 따라나설 이유가 없어졌다. 해서 1구간 산행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미안하지만, 10월 9일 예정이었던 각화지맥 2구간 산행을 취소하고, 흥수가 제안한 1박 2일, 지리 10경 중 하나인 '반야낙조' 산행 계획을 세웠다.
흥수의 구체적 제안은 화엄사에서 반야봉으로 올라 낙조를 감상하며 1박 후 대원사까지 달리자는 거였다. 즉, 지리산 종주 중 가장 길고 힘든 '화대종주'를 하자는 거. 그런데 잠자리와 먹거리, 숙식을 짊어지고 하루 만에 반야봉에서 대원사까지 달리는 건 내 능력 밖이라, 어차피 잠자리를 지고 가는 거 중간에서 1박을 더 하고, 식, 즉 먹거리는 대피소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물론 10월 9일 한글날이 토요일이라, 월요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되면서 토·일·월의 황금연휴라 가능했던 계획이다. 그런데 이왕 반야낙조를 감상하는 거 고가의 장비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동행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금요일 심야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화엄사로 가는 대신 토요일 첫 버스로 구례로 가서 택시를 이용해 성삼재로 올라가는 계획으로 변경했다. 당연히 2일 차는 동행하는 동무의 체력을 고려해 연하천이나, 벽소령에서 음정으로 하산하는 거로.
10월 초 지리산에서 비박이 쉽지 않은 거라 친구들의 호응이 없었으나, 계획자인 흥수와 나는 정상대로 진행하기 위해 산행 사흘 전인 목요일 오전, 토요일 출발 구례행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시외버스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매진이다. 깜짝 놀라, 대안으로 기차 예매 사이트 들어갔으나, 마찬가지였다. 해서 지리산의 상황을 보기 위해 각 안내산악회 사이트에 들어가 현황을 보니, 인기 산악회는 3호 차까지 모집하고 있을 정도로 호황이었다. 혹시나 하고 설악산 상황을 보니, 역시 설악산 들머리인 백담사, 한계령 등으로 향하는 모든 오전 시외버스는 매진이었다. 토·일·월 황금연휴를 이용해 화대종주를 계획했던 우리가, 남들에게도 황금연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다. 유일한 대안은 금요일 심야에 출발하는 안내산악회 버스였으나, 성삼재를 기준으로 하면 시간이 남아돌고, 백무동이나 중산리를 기준으로 하면 낙조 전에 반야봉에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물론 다시 2박 3일 '화대종주'를 추진하면 되나, 셋째 주는 1박 1일 설악산 백운곡 산행이, 넷째 주에는 2박 2일 홍도 깃대봉 산행이 잡히는 바람에 연속 박(泊) 산행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 11월 6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제는 대안을 찾아야 해 각 안내산악회를 다 뒤졌으나, 90% 이상이 이미 다녀온 산이고, 나머지는 산행이라기보다는 둘레길 등을 걷는 거라, 산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녀온 산이 많아질수록 가야 할 산이 줄어드는 거야 뭐. 해서 흥수는 산악회 설악산행에 참여하기로 했고, 나는 이런 때를 대비해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평창의 위엄' 중 하나를 다녀오기로 했다. '평창의 위엄'이란 지난 2019년 8월 10일 평창 백석산, 잠두산 연계 산행 시 역 광장 평창 관광지도에 있는 거의 모든 산이 해발 1,000m가 넘는 걸 보고 놀라서 붙인 거다. 그중 하나인 거문산~금당산이 이번 주 산행지로 결정하고 장평행 버스를 예매하기 위해 사이트에 들어가니, 단지 두 자리만 남은 상태라, 서둘러 좋은 자리를 재빨리 예매했다. 황금연휴다!
동서울에서 장평으로 가는 시외버스 첫차는 6시 40분, 두 번째는 8시인데, 이번 산행 코스가 긴 것도 아니라, 굳이 첫차를 탈 이유가 없어 두 번째인 8시 차를 예매해서, 평소 산악회를 이용한 7시 출발 산행보다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해서 금요일 밤늦게까지 책을 보고 있는데, 설악산을 가겠다던 흥수가 이제 귀가했다며, 어느 산을 가는지 물었다. 목적지를 알려준 후 시외버스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 예약 현황을 봤다. 첫차는 2자리가 있으나, 나머지 오전 출발 버스는 만원이다. 평창행 기차도 다르지 않다. 흥수 성격으로 봐서 그나마 자리가 있는 첫차를 예매했을 확률이 높으나, 꼭 출발 직전에 취소하는 승객이 있기 마련이라 책을 읽는 중간중간 8시 차 좌석 현황을 확인했다. 역시 예상대로 23시 25분경 일행으로 보이는 두 승객이 취소한 덕에 두 자리 예매가 가능했다. 해서 바로 흥수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그사이 한자리는 다른 승객이 예매하고 남은 한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예매할 수 있었다. 고로 단독산행에서 동행 산행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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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토요일에 비해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음에도, 늙은 건지, 습관은 어쩔 수 없는 건지 눈을 떠 보니, 새벽 5시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시 자려고 노력해 봤으나, 예상대로다. 어쩔 수 없이 5시 10분경 기상해 산행 준비를 했다. 유유자적 산행 준비를 마치고, 아침까지 먹었음에도 집에서 나가려면 아직 40분 이상 남아, 패드로 지난밤 읽던 책을 마저 보다가, 출발 시각이 가까워 교통 앱으로 마을버스의 현황을 확인했다. 5분 후에 동명탕 정류장에 도착한다는 정보다. 해서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6시 45분경 집을 나섰다. 그리고 동명탕 버스정류장에서 6시 49분에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불광역에서 7시 2분 열차를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향해 7시 43분에 도착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을지로3가역에서 3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에는 3~4분은 너무 짧다. 그걸 잘 알고 있어 내리자마자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칸과 문 앞에서 대기하기는 하지만. 이른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해 대기실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흥수로부터 버스에 탔다는 텔레그램 문자가 와 바로 버스로 갔다. 화장실에 간 승객 덕에 예정보다 1분 늦은 7시 1분 호기롭게 터미널을 떠나 버스는 고속도로 부근에 당도하자 달리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많았다. 황금연휴다, 이걸 예상하지 못한 내가 한심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달린 버스는 애초 장평 도착시각인 9시 50분이 지난 10시 17분에 양평 휴게소로 들어갔다.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음에도 휴게소에 들른 기사가 이해가 안 됐으나, 화장실이 급한 승객도 있을 거니. 이왕 쉬는 거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물론 기상해서 밖을 봤을 때,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만약에 대비해 바람막이에 모자를 달고, 우산도 따로 챙겨 걱정은 없었으나, 그래도 우중 산행은 어쩌다 한 번이지 올해는 너무 많아 짜증이 날 지경이다. 해서 일단은 평창 지역 산에는 비 소식이 없다는 기상청을 믿어보기로 했다.
급한 불만 끄고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는 다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고속도로를 달려 11시 47분에 우리의 목적지 강원 평창 장평터미널에 도착했다. 시외버스 운영사의 시간 계획으로는 9시 50분 도착이니, 거의 2시간 연착이다. 처음 산행계획을 세울 때는 9시 50분 장평터미널 도착, 10시 10분에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대화행 농어촌 버스를 타고 들머리인 고대동교로 이동할 예정 있었으나, 2시간 가까이 연착해 버스를 기다리고 할 여유가 없어 터미널 밖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탔다. 그리고 기사에게 거문산 등산이 목적이라 법장사로 가자고 했다. 당연히 법장사 입구인 고대동교를 건너자마자 택시는 더 갈 수 없으니, 하차하라고 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리를 건너 등산로 입구인 주차장에 세우지 않고 좁은 포장도로로 계속 올라 법장사까지 갔다. 주차장을 지나칠 때 등산로 입구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등산객을 보며 오늘 동행이 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쨌든 주차장에서 법장사까지 1.3km, 해발고도 100여 미터를 단축할 수 있었다. 대간 팀 용어로는 접속 구간을 단축한 거다. 평소 방문한 산의 신에게 열심히 공양한 덕으로 고속도로에서 허비한 두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충하라는 산신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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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 비에 대비하여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스패츠를 착용하고 등산로를 찾아봤으나, 등산로로 보이는 길도 이정표도 보이지 않았다. 앞에 보이는 절집 외에 오른쪽 위로 대웅전 등이 있었으나, 그쪽에도 이정표 같은 건 없었다. 해서 폰을 꺼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해 보니 등산로를 앞에 보이는 절집을 관통해 직진하고 있었다. 그럼 앞에 보이는 건물 뒤로 길이 있을 확률이 높아 뒤로 돌아가니, 예상대로 등산로로 접어드는 계단, 이후 작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너머로 이정표와 지도가 보였다. 계단으로 올라, 다리를 건넌 후 이정표를 보니 '거문산 1.7km', '고대동 1.3km'다! 과거 임도였던 듯한 등산로로 뾰족봉 갈림길을 지나 100여 미터 올라가자 돌계단이 나타나고,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아 풀이 울창했던 구임도가 좁은 산길로 바뀌었다.
등산객이 잘 찾지 않는 산이라, 길 상태가 좋지 않아, 쓰러진 거목이 길을 막고 있는 곳도 가끔 있었다. 고목 같은 장애물을 넘어 정상을 향해 법장사 기준 20분 정도 올라가자 소위 깔딱, 급경사 시작 지점에 이정표가 있었는데, 이게 또 사람을 놀라게 했다. ‘법장사 0.6km’, ‘거문산 정상 0.4km’다! 분명 법장사 뒤에 있던 이정표에는 거문산까지 1.7km였는데, 1km로 줄었다. 700m는? 모든 걸 고려했을 때 깔딱 직전 최근에 세운 거로 보이는 이정표에 오류가 있다. 왜 세금을 써서 오류 정보를 제공할까? 어쨌든 급경사의 깔딱이나, 여기까지의 등산로와는 다르 게 잡고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도록 목책 밧줄을 설치해 등산객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었다.
깔딱이 끝나 하늘이 보이는 지점을 능선이라 생각하고 헉헉대며 목책 밧줄의 도움을 받아 깔딱 끝부분에 도착했는데, 아래서 본 모습과 달랐다. 생각지도 못했던 임도다!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는 '거문산 정상 0.3km', '법장사 0.7km'라는 이정표가 있었다. 역시 1.0km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아래 깔딱 시작 지점에서 여기까지 20분 걸렸는데, 100m에 불과하다는 정보에 화가 치밀 정도였다. 임도에 올라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30여 미터 앞에 철제 계단이 보인다. 그리고 임도 끝에는 송전탑이 있었다. 깔딱을 올라오며 수시로 확인한 지도에서 일자로 뻗은 두 가닥의 선이 송전케이블이었고, 암벽처럼 보였던 건 임도였다. 위성사진을 토대로 한 지도라, 거의 모든 게 나타났다. 어쨌든 주변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임도라고 생각했던 것은 임도가 아니라, 송전탑 건설과 관리를 위한 도로인 거 같았다.
송전탑 관리용 도로에서 거문산 정상을 향해 설치된 철제계단을 올라, 12시 55분에 능선 갈림길에 도착했다. 능선 길은 지금까지 올라왔던 깔딱과는 달리 완경사의 낙엽 쌓인 길이라 산행에는 아주 만족스러웠으나, 바위를 지날 때는 길을 찾기 위해 위를 두리번거리며 선배 산꾼이 설치한 이정표가 있는지 찾아야 했다. 물론 리본을 찾는 거다. 그런데, 길처럼 보이는 곳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곳에 리본이 달려 있었다. 길과 리본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리본이 달린 곳은 암벽 옆을 통과하는 코스라 약간 위험해 보여, 바위를 우회하는 길을 따로 만든 거로 보였다. 내가 보기에는 리본이 달린 쪽이 정상으로 가는 최단 거리였다. 말인즉 거기가 등산로가 맞는다는 거다. 해서 그 리본이 있는 쪽으로 길을 만들며 올라, 바위를 넘어 능선을 따라 150m 정도 올라가자 '법장산 1.7km'의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 이정표 너머로 정상석이 보였다. 그런데, 정상은 좌로 10여 미터 더 올라가는 게 맞는데, 정상석은 아래에 있었다. 이유야 실제 정상은 정상석을 세울만한 공간이 없어서일 거다. 이정표를 지나 주변을 둘러보니, 정상석이 있는 주변은 꽤 넓은 지역으로 한쪽에는 긴 의자도 놓여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본 후 실제 정상으로 올라가니, 예상대로 정상석을 설치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해서 정상석 대신 '제천 다솔산악회'에서 만들어 나무에 매단 "거문산 1,175m'란 명패가 있었다. 그걸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 시각이 1시 16분으로 점심 시각이 한참 지나, 정상석 옆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이런 때를 대비해 들고 온 스티로폼 방석을 깔고 의자에 앉아 준비해온 먹거리를 꺼냈다. 물론 흥수도.
흥수가 장평터미널 부근 가게에서 사 온 메밀 막걸리를 반주로 점심을 먹은 후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했다. 그리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거문산을 떠나 금당산으로 향했다. 그 시각이 1시 45분이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금당산으로 향하는 길은 거문산에 오르는 것과는 판이해, 곳곳에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 우회하거나, 좁은 바윗길을 지나야 했다. 물론 우회로는 쌓인 낙엽에 푹푹 빠지고. 즉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언제 매단 건지 알 수 없는 산악회 리본이 다인 오지였다. 능선을 따라 금당산으로 향하는 오른쪽에는 비구름에 가려 잘 보이는 않는 2019년 8월 둘이 올랐던 백석산과 잠두산이 있었고[산행기], 아래로는 잎의 절반 정도가 떨어진 숲사이로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가 보였다. 그 학교 건물을 보며 전진하노라니, 마치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를 보며 나아가는 관악산 느낌이 났다. 물론 금당산과 관악산은 높이나, 시설이나 비교가 안 되지만.
내리는 비로 미끄러운 바위 중에는 평소라면 탁월한 조망을 보여줬을 전망대도 있었으나, 비구름이 온 주변을 덮고 있어 보이는 거라곤 비구름에 얼굴을 가리고 몸통만 보여주는 금당산과 주변 산이었다. 그나마 아쉬워 몇 장의 사진을 찍은 후 전망대를 떠나, 금당산을 방향으로 500여 미터를 전진하는 동안 가랑비는 소나기로 변했다. 평창강과 백석산, 담두산 조망 산행에서,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를 뚫고 전진하는 우중 산행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것도 인적을 찾기 힘든 오지에서. 특히, 그 동안 무박 대간 산행에서 많은 비를 만났던 흥수는 학을 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낙엽 쌓인 산길을 따라 가, 2시 31분에 평창역 갈림길에 도착했다. 등산 앱인 ‘트랭글’ 지도에 의하면, 금당산에 들렀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사거리다. 물론 ‘e-산경표’ 지도에는 돌아오지 않고 금당산에서 바로 평창역으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있지만.
사거리를 지나 어느 산이나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있기 마련인 마지막 깔딱을 헉헉대고 200m 정도 오르자, 예상대로 삼거리가 나오고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었다. 그 이정표에는 어느 방향으로 가든 평창역까지는 3.62km라고 했다. 당연히 돌아가는 걸 싫어하는 인간들이니, 금당산 정상에 올랐다가 이 삼거리에서 사거리로 돌아가지 않고 직진할 거다. 삼거리에서 정상으로 방향으로 좌회전해 급경사의 등산로를 5분 정도 힘들게 오르자 헬기장이 나타났다. 관리를 하지 않아, 무성한 풀이 헬기장을 덮고 있었고, 그 헬기장 끝 조금 높은 곳에 정상석이 있었다. "금당산"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삼각대를 대신해 배낭 두 개를 서로 기대어 놓고 그 위에 카메라를 거치하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물론 카메라에 비가 들어가지 않게 가능하면 빠르게. 날이 좋았다면 당연히 보였을 주변 산과 평창캠퍼스 조망은 그걸 소개하는 입간판을 보는 거로 대신해야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우중이라 급하게 인증을 남기고 2시 45분경 금당산 정상을 떠나 2시 49분에 다시 평창역 삼거리에 도착했다. 4거리가 아닌 3거리! 거문산에서 금당산에 이르는 능선길은 고속도로라 여겨질 정도로 상태가 나쁜 등산로를 따라 평창역을 향해 하산했다. 여기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안전시설이나, 길이 없다는 게 아니라, 바위와 너덜이 많아, 생각보다 위험했다는 의미다. 오히려 안전시설이나, 이정표 등은 거문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했다. 정상에서 700여 미터를 가자 암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고, 등산로는 암봉을 우회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암봉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다. 비록 비가 내리는 중이라, 미끄럽기는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동아줄을 잡고 암벽으로 기어 올라갔다. 두 번에 걸쳐 밧줄을 바꿔가며 올라선 정상은 서너 명은 둘러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날씨가 좋다면 아래로 평창강이, 좌로는 금당산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였다.
금당산하면 제일 먼저 홍보하는 봉황대가 아닐까 생각했다. 산행 후 그걸 확인하기 위해 금당산 봉황대로 구글링하니, 봉황대는 평창강 가에 있는 거대한 바위였고, 우리가 올라간 암봉은 봉황대가 아니라 왕관바위였다. 평소라면 전망대로 최고인 왕관바위! 비록 최고의 전망대이나, 비구름이 주변을 덮고 있어 잘 보이지는 않는 상태에서 사진 몇 장 남긴 후 반대편으로 내려갈 수 있나 살펴봤으나,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한번 시도해 볼 만했으나, 우중에는 너무 위험해 올라왔던 쪽으로 돌아가 동아줄을 잡고 내려왔다. 그런데 왕관바위를 떠나 평창역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목 곳곳에 평창군에서 설치한 "추락위험" 경고문이 서 있었다. 처음 그걸 봤을 때는 '뭐 이런 곳에…?"라 생각했으나, 가면 갈수록 왜 경고문이 필요한지 이해가 됐다.
소나기에서 가랑비로 바뀐 후 내리다 마다하는 가을비를 뚫고 몇 개의 경고문을 지나자 방향과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능선 길 자체가 험해서 문제지, 안전시설이나 이정표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다. 그 이정표를 지나 150m가량 가자, 길이 우로 꺾이며, 본격적인 급경사 하산이 시작됐다. 역시 예상대로 급경사에 너덜인데, 와중에 비까지 내린 후라 꽤 위험한 하산길이었다. 상태가 안 좋고,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는 길이라 중간중간 길이 없어져 등산 앱 지도를 확인하며 하산했는데, 등산 앱 지도의 가리키는 길과는 많이 떨어져 있음에도, 안전시설이 갖춰진 길이 이어지곤 했다. 시설물 상태가 좋고, 법장사 뒤에 있던 안내판 지도에도 없고, 등산 앱 지도에도 없는 길인 거로 봐서 최근에 만들어진 거 같았다. 물론 지자체가 너덜을 따라가거나 통과하는 등산로를 새로 만든 거 같지는 않고, 산꾼이 다니던 길을 다듬어 정규 등산로화 한 거 같았다.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고, 너덜을 통과하자 앞 뻥 뚫렸다. 임도다. 등산로는 갈지자를 그리는 임도를 횡단하며 이어져 있어 중간에 임도를 몇 번 만났다. 3시 55분경 마지막으로 임도를 만났고, 좁은 산길의 등산로가 임도로 바뀌었다. 그 임도로 50여 미터를 내려가니, 저 아래로 평창역이 보였다. 좌우는 고랭지 채소밭으로 김장용 배추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어쨌든 한쪽에는 거의 다 자란 배추가 다른 쪽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캐서 버린 무가 있었다. 그리고 전면에는 구름에 가린 백석산에서 잠두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있었다. 4시경 마을을 통과하는 포장도로에 도착해 택시를 타기 위해 평창역으로 향했다. 도로를 따라 철길 아래를 터널을 통과해 반대쪽으로 나오자 저 멀리 보이는 밭에서 무언가를 한참 수확 중이었는데 거리가 멀어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의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도로를 따라가 4시 19분에 평창역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우중 서울대 평창캠퍼스 뒷산 거문산, 금당산 종주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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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역에 도착해 먼저 "평창의 위엄" 앞으로 가서 2019년 8월 이후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역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장평 터미널로 가, 먼저 6시 53분 동서울행 버스표를 끊은 다음, 저녁을 겸해 하산주를 마실만 한 곳을 찾았다. 우리가 원하는 게 지역 음식이라, 막국수가 가장 어울려 터미널에서 바로 보이는 식당으로 갔으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라 포기했다. 해서 터미널 담장을 사이 두고 있는 막국수 집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돌아 나갔다. 애초 별기대를 안 한 식당이나, 방송에도 몇 번 나왔다는 막국수 집이었다. 이 식당은 주인장을 비롯한 직원까지 뭘 하는지 모르겠으나, 정신없이 바빴다. 문제는 실내에 있는 테이블 두 개에 식자재를 쌓아 놓아, 앉을 수가 없었고, 방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거였다. 등산화 벗기 꺼린 이유는 우중 산행으로 내부가 젖은 상태라 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 스패츠를 벗고, 신발을 벗기 전 씻기 위해 식당 뒤에 있는 화장실로 가며 보니, 외부에 비닐로 지붕과 벽을 만든 공간에 테이블 3개가 있었다. 그중 2개에서는 직원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이 열심히 도시락을 싸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에는 손님이 메밀국수를 먹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 두 손님이 거의 막국수를 다 먹었다는 거다. 해서 그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주인장에게 허락을 받아 그 테이블에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먼저 수육과 빨갱이, 맥주를 주문해,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했다. 이어서 나온 수육을 안주로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흥수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수육 안주로 빨갱이를 마시는 동안, 이들이 싸는 도시락의 용도가 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놈의 호기심! 단체 점심 도시락은 아니고, 다음날 도시락을 벌써 싸는 거도 문제가 있고, 해서 주변을 매의 눈으로 살펴보니, 기둥에 붙은 주문서가 보였다. '방역 16, 경찰 2, 수련원 5…….'이다. 즉 토요일에도 출근해 야근하는 사람들의 저녁이다. 코로나 시대라 식당에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먹는 거다. 도시락 싸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총 69명이다.
공무원이 애용하는 식당이라면 동네 맛집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수육을 안주로 빨갱이 세 병을 마시고, 입가심으로 비빔 막국수를 주문해 먹었다. 그리고 동서울행 버스 도착 3분 전인 6시 50분경 식당을 나와 터미널로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출발 시각이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아, 매표소로 들어가 언제 도착하는지 물어보니, "아직, 도착 안 했을걸요."이라는 확신 없는 애매한 대답이 돌아왔다. 일단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거라 믿고 기다리자, 예정보다 7분이 늦은 7시 정각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황금연휴 첫날 저녁 서울로 가는 버스답게 텅 비어 있어, 두 자리가 붙어 있는 자리 중 하나에 배낭을 두고 그 옆자리에 앉아 바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 보니, 옆으로 강이 흐르고 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다리가 보였다. 서울이다!
처음 계획과는 조금 다른 '법장사 → 뾰족봉 갈림길 → 임도 갈림길 → 임도 → 철제 계단 → 능선 갈림길 → 거문산 → 평창역 사거리 → 평창역 삼거리 → 금당산 → 평창역 삼거리 → 왕관바위 → 평창역 갈림길 → 임도 삼거리 → 임도 → 임도 갈림길 → 임도 → 마을도로 → 터널 → 평창역'의 8.25km(트랭글), 4시간 13분 우중 거문산, 금당산 종주 산행이었다. 접속 구간이랄 수 있는 고대동교에서 법장사에 이르는 1.3km는 택시로 움직여 계획보다 코스가 짧았다. 이동 3시간 42분, 휴식 31분!
기상청 예보와 달리 우중 산행이라 그 좋다는 평창강과 2019년 8월 올랐던 백석산, 잠두산이 있는 주왕지맥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오지 산행은 또 다른 산행의 감흥을 줘, 비록 등산화 내부가 젖었을망정 기분은 좋았다.
한번 산행에 거의 비슷한 해발의 두 산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는데, 수육과 막국수를 안주로 한 빨갱이 하산주는 금상첨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