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의 탄생 』
봉윤숙 글 | 푸른사상 | 2023년 08월 16일
책소개
휘파람처럼 맑고 청량한 아이들의 목소리
봉윤숙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 『호라이의 탄생』이 [푸른사상 동시선] 72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동시집에는 책을 읽어 주는 팅커벨과 휘파람 불며 함께 노는 피노키오, 들판을 달리는 호랑이 등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를 들어 보세요.
글 : 봉윤숙
2014년 [농민신문] 201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숭의여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와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아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근로자문화예술제 은상, 동서커피문학상 은상, 신라 문학대상, 시흥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이다.
책 속으로
받아쓰기 시간
호랑이를 호라이로 썼다
살금살금 걷던 호랑이가
후다닥 들판을 뛰어가는 것 같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호랑이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것 같고
으르렁 으르렁대던 호랑이가
야옹야옹 귀여운 고양이가 된 것 같고
“호라이” 하고 부르면
달려와 내 손을 잡아 줄 것도 같다
---「호라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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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봉윤숙 작가의 『호라이의 탄생』에는 책을 읽어 주는 팅커벨, 휘파람 부는 피노키오, 들판을 달리는 호랑이 등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동시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그들과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귀에 맴도는 듯합니다.
바다 생물 친구들이 모두 모이는 갯벌의 아침 조회를 구경해 볼까요. 찐득찐득 미끌거리는 운동장에서 삿갓조개 교장 선생님이 훈화 말씀을 하시고, 칠게는 건방지게 다리를 벌려 앉고, 늦잠 자서 지각한 친구들도 보입니다.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타면 아침으로 구름 한 접시, 점심으로 햇살 한 접시, 저녁으로 노을 한 접시가 기내식으로 제공되고요. 받아쓰기 시간에 호랑이를 잘못 적어 ‘호라이’로 쓰니, 무서운 호랑이가 귀여운 고양이 같기도 하고, 부르면 달려와서 손을 잡아 줄 것만 같습니다.
시인이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한 시편들을 읽으며 맑고 티 없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 보기를 바랍니다.
시인의 말
언제나 만날 수 있어
연두연두 봄
파랑파랑 여름
울긋불긋 가을
하양하양 겨울에도
편식왕 벌을
달에 앉은 피노키오를
세수 안 해 꼬질꼬질한 별을
꽃잎 침대에서 자고 있는 물방울을
수업 시간에 코 파고 있는 너를
야옹야옹 귀여운 호랑이를
날아다니는 눈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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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봉윤숙
흔들의자 같아
그 의자엔 누가 앉아 있을까?
호두까기 인형이 호두 까다 지쳐
잠시 쉬고 있을까?
팅커벨 요정이 아기 요정에게
책 읽어 주고 있을까?
피노키오가
휘파람 불며 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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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
봉윤숙
바람의 집에 타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아침으로 구름 한 접시
점심으로 햇살 한 접시
저녁으로 노을 한 접시
맛있는 기내식이 제공됩니다
처음 선보이는 메뉴이오니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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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귀 찾기
봉윤숙
쥐도
토끼도
고양이도
귀가 있는데
참새 귀는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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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마음
봉윤숙
어미와 떨어진 송아지
할아버지네 외양간으로 왔다
어미와 떨어진 강아지
할아버지네 강아지 집으로 왔다
음매, 음매, 멍멍, 멍멍
둘이 밤마다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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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봉윤숙
너,
낮에,
도대체,
어디에서,
뭐 하고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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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봉윤숙
어느새라는 말은
점점 키가 크는 말
손도 발도 몸도
점점 커지는 말
내가 옷 입을 때나 신발 신을 때
엄마가 나에게 자주 하는 말
-어느새 이렇게 컸어, 옷이 작아졌네
-어느새 이렇게 컸어, 신발이 작아졌네
내가 유치원 다닐 때도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도
나 몰래 나랑 함께 다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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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봉윤숙
바닷가의 소나무들
비 오는 날
우산이 된다
물수리,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흰뺨오리
모두 우산 아래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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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방
봉윤숙
나방아, 학교 가니?
응, 나비야, 학교 갔다 오는구나!
오늘 너, 눈이 좀 부었다
응, 어제 새로 생긴 게임방 갔다 왔거든
그래, 거기 어때?
신박한 거 많더라, 언제 같이 갈까?
궁금하긴 한데?
너, 저녁 늦게까지 놀아도 돼?
엄마한테 허락 맡아야 돼
너, 거기 못 가면 후회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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