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이 내게 물었다
-윤동재
모처럼 시간을 내어 서촌을 한 바퀴 돌았다
윤동주 하숙집을 갔지만 윤동주는 없고
하숙집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박노수 미술관에 갔더니
주인은 집을 비워 두고
그의 작품 몇 편이 대신 반겨주었다
이상범 생가에 갔더니
이상범은 내가 찾아올 줄 알고
그가 그린 산수도 속으로 숨어버렸다
이상의 집에 가면 이상은 만날 줄 알았는데
이상의 집에 가도 이상은 없었다
한나절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
칸다소바라는 식당에 갔더니
이상이 나보다 먼저 와서
돈코츠라멘 한 그릇 후딱 먹어치우고
다시 마제소바 한 그릇 거의 다 먹고 있었다
이상은 시도 일어로 많이 썼지만
자기는 일본 음식을 특별히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마제소바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윤동주 시집을 펼쳐 읽어보았다
이상이 그걸 보았는지
마제소바까지 다 먹고 휴지로 입가를 닦으면서
이상이 내게 물었다 내 시 어때?
나는 단박에 호사가들이나 연구자들이나 좋아할까?
일문시든 국문시든 그게 시냐고 했다
이상은 약이 올랐는지 나한테
머리는 똥폼이냐고? 시 공부 좀 하라고 했다
나는 이상에게 시는 머리로 공부해야 읽는 거냐고
가슴으로 읽으면 되지 했다
이상이 내 말을 듣고 못 참겠다는 듯
칸다소바 식당 문을 쾅 닫고 나가자
식당 주인과 손님들 모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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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몽유기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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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李箱이 내게 물었다>이상이 나보다 먼저 와서 돈코츠라멘 한 그릇
푸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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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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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흩어져 볼품이 없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