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79 북쪽으로 여행을 떠나다 넷째 날 (1)
아침 일찍 떠나기로 한다.
이렇게 여전히 흘러 넘치는 온천을 두고 가려니 아깝고 아쉽다.
온천물에 발만 담그고 앉아 남아 있는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때우고 출발을 서두른다.
가다가 다 못 가면 어디선가 또 하루를 지내겠지만 일단 돌아가는 것이다.
그토록 멀기만 했던 산길이었건만 본톡까지 돌아서 가는데 의외로 쉽게 온 느낌이다. 같은 길인데도 아는 길이라 마음가짐이 다르니 그만큼 쉽게 온 것이다.
본톡을 지나 세르반테스 쪽으로 들어서는데 오늘이 때마침 Market Day라고 밀렛이 일러준다.
우리는 호기심에 가득차서 차를 세워두고 시장 속으로 들어갔다. 물건도 가지가지다.
동부콩, 감자, 양파, 고추, 마늘, 양배추, 빗자루, 고무줄, 새우, 건조시킨 칼치묶음, 등등
특이한 것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자기들이 수확한 물건들을 벌여 놓고 파는 작은 장사들이 많은 것이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정겨워서 괜히 이것저것 다투어 사다가 차에 싣는다.
밀렛은 어느 틈에 달콤한 바나나큐를 사다가 우리에게 하나씩 먹으라고 나눠준다.
다시 서둘러 차를 달려 Suyo의 성당에 도착한다.
험한 산길을 운전해 주었던 현지 driver 알신요를 내려놓고 그동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우리의 기사 쉐린으로 바꾼다.
팥과 녹두를 갈아서 만든 쇠고기 스프와 필리핀 잡채 판싯을 준비해 놓고 시골 성당의 신부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지에서 부득이 두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 했던 우리에겐 완전 꿀맛이다.
잠시 쉬었다가 구름다리를 건너 계곡을 넘어가 보기도 했는데 사소한 그런 것조차 어린애처럼 즐겁다.
산 하나를 더 넘어 마지막으로 밀렛의 집에 그녀를 내려 주려는데 정이 많은 그녀는 구태어 자기 농장에 가서 뭔가를 주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도 Hanging Bridge를 넘어 계곡을 건너야 농장에 갈 수 있다.
우리를 데려간 그녀는 밭에서 닥치는 대로 서둘러 뭔가를 수확한다. 고추, 줄기콩, 옥수수, 가지 등을 한 자루나 싸서 준다. 다음에 오면 야콘을 주겠노라고 꼭 다시 오라고 한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 안고 등을 토닥이며 인사를 나누었다.
첫댓글 옛날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