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모든 것을 녹여 버릴 것 같은 날씨.
KG로지스택배의 무더기 집단해고에 맞선 투쟁이 24일째
접어들었다. 우리 조합원들은 지난 주에 상경해 KG그룹 본사와 KG그룹 곽재선 회장이 장로로 있는 수서의 모교회, 그리고 곽재선 회장의 집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투쟁하면서 우리는 곽재선 회장의 위선과
KG그룹이 노동자들을 그저 일이나 하는 노예나 기계처럼 생각한다는 것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교회 앞에서 홍보전을 하다 마주친 곽재선
회장은 성도들 앞에서 “KG로지스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 KG그룹 본사에서 열린 면담에서 사측은
우리에게 장황한 설교를 늘어놓더니 대화를 외면하고 피해 버렸다. 마치 앞에서는 교섭이 타결될 것처럼 시늉하다가 무더기 해고한 6월의 상황이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7월 16~17일, 사측은 일부 지점 직원들을 동원해
우리가 농성을 하는 본사 앞과 곽재선 회장 집 앞에서 주민들에게 우리를 매도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앞으로 사측은 현수막과 팻말까지 들고
나올 계획이라고 한다.
사측은 “[간선기사들이] 개인사업자이므로 일방적인 해고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우리 간선기사들은 ‘1년 내내 KG로지스의 배송사업에
상시적으로 노무를 직접 제공’하는 화물 운송 노동자다. 10년 가까이 한 회사에서 일한 간선기사들을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내쫓고 해고가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참으로 몰염치한 일이다.
“[교섭에 나갔던 실무차장은] 요구사항을 대표에게 전달만
하는 역할이니 협의내용은 KG로지스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노동자들이 회사의 위임장을 확인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KG로지스택배 최병선 대표가 위임을 했다고 실토한 녹취록이 있는데도 그런다. 그러면서도 사측은 조합원 총회에서 제명된 전 분회장과
진행한 교섭 때는 실무차장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 것처럼 말하며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분열 책동
무엇보다 압권은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만 차별대우를
요구한다’는 거짓말이다. 물가인상, 경제 위기 속에서도 10년간 제자리 걸음인 운송료를 사측이 오히려 일방적으로 삭감하려고 하는데 어떤
간선기사가 불만이 없겠는가. 사측의 삭감안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차마 입 밖으로 불만을 내뱉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투쟁하는 동안 사측은 투쟁하는 조합원들과 개별
접촉을 시도하며 분열을 책동했다. KG로지스는 해고된 조합원들에게 하청 운송업체인 ‘한국통운’, ‘진보’와 함께 일을 하고 싶으면
‘운행요청확인서’에 서명하라고 회유·종용했다. 운행요청확인서에는 “본인은 화물연대를 탈퇴하여 (한국통운, 진보)와 간선운행을 간절히 원합니다”,
“앞으로 본인은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와 같은 굴욕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특히 “간선운행을 간절히 원합니다”라는 문구는 사측이
얼마나 간선기사들을 시키는 대로 일만 해야 하는 자존감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동료 간선기사들은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
삼키고 일할 것을 강요받아 왔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동료 간선기사들에게
일방적인 운송료 삭감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설득했고 우리 투쟁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조금씩 늘었다.
사측은 동료 간선기사들이 우리의 정당한 투쟁에 동참하는
것을 막으려고, 탈퇴를 종용하고 있고 화물연대를 와해시키려 혈안이 돼 있다.
우리는 사측이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 KG택배 화물 노동자들은 쓰러질지언정 결코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며 화물연대 조직을 믿고 끝까지 투쟁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KG로지스는 기억하라! 우리 조직은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