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이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뤄질 경우, 10년 뒤에 (개혁)하더라도 그동안 39조원의 세금부담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라는 여당의 엄포에 맞서 한편에선, '하박상박의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여당의 개혁안은 사회적 합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민간보험사만 배불리고 공적연금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어찌됐든 이해당사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칼날을 피해 갈수는 없을 것 같다.
공무원연금은 퇴직금제도가 없는 노동에 의한 후불임금적 성격인데 국민연금과 단순비교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한 까닭에 차라리 이번 기회에 양대 연금을 동일한 조건으로 조정하여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새누리당에서도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까지 포함해 공적연금의 개편 방향을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공무원노조 또한 국민연금으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국민연금을 상향하자는 제안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내고 더 받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려야한다. 얼마를 올릴 것인지 논의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납부 능력을 지닌 공무원들과 소득상위 노동자들은 문제가 없지만 현재 납부능력이 없는 저소득계층이나 불안전 노동자들은 사실상 공적연금 마저도 배제되는 복지의 사각지대의 늪에 빠지고 만다.
그런 까닭에 필자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방향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을 드린다. 장기적인 경제불황과 소득의 양극화,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안전노동자들이 다수인 한국사회에서 급여율을 상승시키고자 보험료를 인상한들, 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 될 수 밖에 없다.
원래 기초연금은 65세 모든 노인들에게 소득과 자산을 묻지 않고 월 20만원씩 지급하고자 했던 2012년,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다. 그런데 2014년 5월 2일, 표결로 밀어붙인 새누리당과 반대당론을 정했지만 보건복지위를 열어 법안 처리의 길을 열어줬고, 법사위 묵인과 본회의 정족수를 채워 개최에 협조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사실상 야합으로 누더기가 되버렸다.
이날 처리된 기초연금법안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동하여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20만 원을 차등 지급한다. 또, 국민연금 수령액이 30만 원 이하고 가입기간이 긴 가입자에게 2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갈수록 최대 20만 원의 기초연금 수령액은 점차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더더구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 부유층 노인들은 소득인정액이 발생하지 않아 수급권자가 되는 반면, 기초연금을 최대 20만원을 수령함으로서, 소득금액이 인정되어 ‘기초수급권’을 박탈당하거나 기초연금을 받은 금액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된 노인들의 수는 자그만치 40만 명에 이른다. 중복지급을 금지하는 기초연금 규정 때문이다.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례로 보수진영이 내세우는 것이 연금제도다. 틀린 말은 아니다. 1998년 이뤄진 연금개혁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극한 오해다. 사실과 다르다.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98년 전인 1913년에 시작했다. 연금개혁은 1980년대 후반 논의를 시작해 10년 만인 1998년 합의에 이르렀다. 스웨덴의 연금개혁은 과연 보편적 복지 기조에서 벗어난 것일까?
1998년 이전의 스웨덴의 연금제도는 노인 누구에게나 주는 기초연금을 1층으로 하고, 소득에 비례하는 연금을 2층으로 하는 구조였다. 연금개혁은 기초연금을 없애는 대신 ‘최저보장연금’을 도입하고, 소득비례연금의 내용을 바꿨다. 소득비례연금은 개혁 전에는 노동기간 가운데 소득이 가장 높았던 15년 동안의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30년 가입기간에 한해 수급권을 보장했다.
소득비례연금은 일하는 동안 낸 보험료 총액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말하자면, 임금 수준이 비슷하다면 15년 일한 사람보다 20년 일한 사람이 보험료 총액이 많은 만큼 연금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연금보험료는 소득의 18.5%(우리나라의 경우 9%)다. 소득비례연금은 일반적으로 65살부터 받는다. 61살부터도 가능하지만 연금 액수가 내려간다. 젊은 시절 일을 제대로 못해 65살이 됐을 때 소득비례연금이 최저보장연금보다 적거나, 연금을 전혀 내지 않았을 경우엔 ‘최저보장연금’을 받는다. 소득이 낮은 하위 43.2%는 '기초생활 보장' 명목으로 자기가 낸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가는 셈이다. 더구나 의료비가 사실상 무료이고, 노인들에겐 교통비, 박물관 입장료, 여행비용까지 할인해주기 때문에 연금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스웨덴의 최저보장연금(2011년/기준)은 1인 기준, 7597크로나(134만원)다. 최저생계비(4832크로나)보다 1.6배가량 많다. 보험료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아도 국민평균 연금액의 50%를 지급하는 스웨덴의 최저보장연금(기초연금)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여 진통을 거듭하는 우리 사회에 비춰 봤을 때 경의롭기만 하다. 공적연금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노동의사, 노동유무, 소득과 자산을 묻지 않는 기본소득’에 기초하여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만약, 통합 국민연금의 50%를 기초연금으로 지급하게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참고자료 한겨레/[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④ 노후가 든든한 사회(연금) 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