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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어 씁니다만... 새삼 제 별명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울고 싶네요. 멍하니 끄적거린 걸로 모임을 정리해야 하다니요. 이제부터 짧게 소설이라 생각하며 읽어주세요. 참석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모두들 후기를 맡고 싶어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뭐 그리 겁은 안 납니다. 쪼끔 조마조마한가?
꾀꼬리는 게임을 많이 안 해봐서 젊은 남자인 클라리넷의 경험담을 듣고 싶다고 했어요. 진짜 게임이 집중력, 협동심... 등에 좋다고 할 수 있는지. 하지만 클라리넷이 자기는 다른 남자 아이들과 다르게 게임을 즐기지 않았었노라고 했어요. 그래서 울보가 간증을 했어요. 신혼 때 남편과 밤마다 동지가 되어 적들을 물리치며 놀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낯설었던 학교선생님들과 pc방 몰려가서 게임을 하면서 친해지고 공동의 이야깃거리가 생겨 재미있게 살았었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했어요.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어요. 게임이 진짜 나쁜 것이 아니었나 처음으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고.
꾀꼬리도 지금 남편을 채팅으로 만났었는데, 그러고 보니 너무 컴퓨터를 매도했었던 건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쥐똥나무는 게임은 기계적 만남 즉 대물이고 놀이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인 대인 관계인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 새로운 방치라 생각된다. 안전을 위해 권총을 아이에게 주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 자체의 문제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린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 아이들이 실컷 경험해보고 스스로 정화할 수 있게 지켜봐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앞으로는 게임을 금지하거나 차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는 게임의 조절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배추도사는 지금 학교가 재건축을 시작해서 놀이터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놀이터가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아이들이 새롭고 다양한 놀이를 훨씬 더 잘 만들더라는 것이었다. 게임이라는 것이 있으면 아이들은 분명 게임에 훨씬 몰입할 거라고.
클라리넷은 사회적 현실을 이야기했다. 1등 지상주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현실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는 게임이 현실 도피일 수 있다. 이런 도피하고 싶은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쥐똥나무는 아이들을 숲에 데려가면 알아서 잘 논다. 시대가 딱한 것이다. 아이건 어른이건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 (이 외에도 수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
게임이 나쁘다고 누군가 한참을 이야기 하다, 다시 게임이 나쁜 거 맞냐고 다시 반대의견이 나오고...
그러기를 계속하다가 결론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헐~ 이래서 이 글은 소설일 수 있습니다. 힝...
제 맘대로 그냥 생각했었습니다. 아, 이 글은 이렇게 말하나 보다.
게임을 무조건 나쁘다고 외치는 사람들 특히 교사들이여~! 게임이 진짜 질이 나쁜 죄인인지 한 번 더 생각해봐라. 우리 삶에서 진짜 게임이 없어져야 한다고 떠들 시간에 아이들의 삶을 더 들여다 보면서 진짜 목소리를 높이야 할 것을 찾아라~!
두 번째 배추도사가 발제를 해 온 '당신은 학생에게 얼마나 유용한 존재인가?'
참, 빼먹은 게 있었네요. 처음 자기 소개를 할 때 별명 소개에서 빵! 터진 조성실 샘이 배추도사가 된 사연.
배추도사는 주택에 살 때 옥상에 고추를 많이 심었답니다. 고추는 모종을 사다가 화분에 심기만 하면 잘 자랐대요. 고추농사는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을 정도로요. 그래서 고춧가루도 빻은 적이 있었대요. 자신감이 든 배추도사는 배추모종을 많~이 사다 심었답니다. 별명을 뭘로 만들까 고민할 때 '고추도사'가 생각났대요. 그런데 쫌~ 그래서 '배추도사'로 했대요. 그런데 배추 농사를 완전 실패했었다네요. 그래서 사실 배추도사는 아니라고 고백을 했어요. 모두들 '고추도사' 보다 훨씬 좋다며 깔깔거렸지요.
배추도사는 '당신은 학생에게 얼마나 유용한 존재인가?' 글이 매우 좋았다며 소개했어요.
우리나라 학교는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곳이 분명하다며 안타까워했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소개한 ‘상상의 가족’ 수업사례를 들으며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교실의 모습을 보았고 감탄을 했어요.
울보는 알고 있는 것을 확인시키는 데 열심이면서 교과서를 벗어나기 두려워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하며 답답해했어요.
클라리넷은 철학이 있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말했어요. 클라리넷 레슨을 하러 여러 곳을 방문해 보면 책꽂이가 다르다고 해요. 문제집만 꽂혀있는 아이들이 참 불쌍하대요. 반면에 아이들의 삶에 관심있는 부모들은 좋은 책들로 책꽂이를 채웠더라고요.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들 학원비를 내려고 일하신다는데 정작 학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는지도 모른다고. 단지 용돈과 학비만 대주는 것이 전부인줄 아는 부모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고.
배추도사가 교사들도 무척 괴롭다고 했어요. 참 편해 보이고 마냥 행복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요. 교사라는 직업을 단순한 밥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교사들은 행복지수가 높겠지만 고민하는 교사들의 행복지수는 낮다고요.
쥐똥나무도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자존감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며 교사가 철학을 갖고 가르칠 수 있는 행복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고 했어요.
뒤늦게 참석한 혁신학교인 군자초 박숙현샘도 괴로운 교사들 이야기에 동참하셨어요. 오늘 국회 혁신학교 포럼에 다녀왔는데 언론의 관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들만의 이야기인 것 같은 그 자리가 무척 허무하더래요. 혁신학교도 갈등이 많고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배추도사가 급히 마무리를 했어요.
들을만한 이야기는 아름다운 것이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도록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 무척 좋았다고요.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답니다.
특히 아름다움! 들을만한 이야기는 아름답다!
그리고 기억에서 모두 지워졌네요... 어버이날이라고 케이크를 사들고 와서 엄마 언제 올 거냐며 기다리는 딸들을 방치한 탓에 마음이 집에 도착해버려서 설거지도 안 하고 왔네요. 다음엔 꼭 같이 할게요. 달고 맛난 수박과 향긋한 목련꽃차도 감사합니다~!
쥐똥나무님, 주옥같은 말씀을 드문드문 적어두었었는데 제가 무식해서 문장으로 못 만들겠네요. 그래서 많이 생략하고 왜곡한 것 같아 죄송해요. ^^;;
오유진샘, 박명희샘, 다음엔 꼭 같이 가요. 아차산역 ‘누구나꽃’ 참 좋아요. 다음엔 푸른혼님도 뵐 수 있을 것 같아요.(아닌가... 꾀꼬리 대신 아이들 돌보시나??) 서울북부모임이 갑자기 풍성해진 거 같으네요. 근데 이제부터는 북부가 아니라 북동부 아닌가요? 아니면 서울 우파?
첫댓글 그래도 재미있네요..ㅋㅋ
꾀꼬리와 쥐똥나무샘이 준비한 그 목련꽃차는....아마도 봄비갠후 덕연샘표 목련꽃차일거에요. ^^ 저도 가고싶었는데, 꾀꼬리 대신 어린 아들, 딸 보고 재우느라 인사도 못 드렸어요. 다음 번엔 꼭 간식 싸들고 가서 인사는 드릴게요. ^^ <누구나 꽃>은 동네에서 아이들을 같이 키우던 이웃의 여섯 가구가 의기투합해서 '더불어 배우고 나누며 저마다 꽃피는, <아차산 배움공동체>의 이름입니다. 아이들 방과후 + 부모들 커뮤니티 + 마을공동체...이 세 가지를 함께 고민하고 실현해보려고 내딛은 모임이고 공간입니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의 쉼터이자 배움터이기도 하고 놀이터이기도 하고 밥상공동체의 장소가 되기도 하는 곳이죠.^^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ㅋ
푸른혼님 이야기를 끝으로 하고 나서 보니 댓글이 있네요. 반갑습니다. ^^ 다음에 뵐게요. '누구나 꽃' 이름이 너~~무 예뻐서 반했어요. 계속 '누구나 꽃'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져요. 이제부터는 간단히 소개할 때 배움공동체라고 하면 되겠네요. ^^
사람구성이 참 좋군요. 향기가 퍼집니다. 더구나 누구나 꽃이라니, 아쉬움이라면 아무 일(생식)도 없겠군요.
결국 3인칭 시점의 밋밋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나-너의 관계가 아닌.. 선덕여왕의 이야기, 벌이 없는 모란꽃을 말하듯. ㅎㅎㅎ.
그런데 다음 모임은 언제 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