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로 몰려 50년 가까이 억울하게 복역한 일본 남성 하카마타 이와오(89)에게 2억 1700만엔(약 21억 1969만원)을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영국 BBC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변호사들은 일본 범죄 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배상금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카마타는 1968년 그가 일한 간장 공장 사장 부부와 그들의 두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아 47년 동안 복역했다가 풀려난 뒤 지난해 재심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그의 변호사들은 전 세계 사형수 가운데 가장 오래 복역함으로써 정신건강을 해쳤다며 가장 높은 수준의 배상을 요구해 왔다.
고시 구니이 판사는 전날 변호인들의 청구를 인용하면서 하카마타가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입었다는 데 동의했다. 일본 정부는 그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것이며, 현지 매체들은 이 나라 범죄사에 가장 많은 배상금이라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그의 사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되고 유명한 법정 다툼 가운데 하나다. 그는 수사관들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증거를 심어놓았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재심이 받아들여져 2014년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지난해 9월 일본 남해안 도시인 시즈오카 법원 앞에는 수백 명이 찾아와 응원하는 가운데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무죄가 선언되자 "만세"를 외쳤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건강이 좋지 않아 변론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정신이 망가져 모든 변론에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는 11년 전 감옥에서 풀려나 재심 결정을 받은 뒤까지 누나 히데코(91)의 보살핌을 받았다. 히데코는 반 세기에 걸쳐 남동생의 명예를 찾아주기 위해 싸워왔다.
하카마타는 1966년 미소간장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사장 일가족의 시신은 도쿄 서쪽 시즈오카 자택에서 불에 탄 채로 발견됐다. 네 사람 모두 흉기로 살해됐다. 수사당국은 하카마타가 가족을 살해하고 현금 20만엔을 훔친 뒤 집에 불을 질렀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처음부터 완강히 부인했지만 나중에 구타와 하루 12시간씩 이어지는 심문을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자백하고 말았다. 1968년 그는 사형을 언도받았다.
그 뒤 그의 변호인들은 희생자들의 의류에서 검출된 DNA가 그의 것과 일치하지 않았으며, 증거가 심어졌다고 주장했다. 2014년 재심 허가를 받아냈지만 지루한 법적 공방이 이어져 지난해 10월에야 재심이 시작됐다. 그의 소송은 재심에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 자백 강요 등 일본 사법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