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착각, 기대라는 폭력: 20년 대중살이가 가르쳐준 화합의 비밀
화합은 믿음이 아니라 법(法)으로 짓는 것이다
"대중이 그렇게 많으면 고생이 많겠네요!"
스님들을 만나면 절에 살아가는 대중들이 몇 명인지를 종종 묻습니다. 그럼 붓다스쿨에는 사부대중 16명이 살아가고 있다고 답변합니다. 스님이 8분 계시고, 재가불자 8명이 돕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부분 두 가지 반응을 동시에 보이십니다.
첫째는 "대단하다!"입니다. 대중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화합해서 살아감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하고 찬탄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힘들겠다?"입니다. 사부대중이 모여서 살아가면 리더는 두 가지 면에서 힘듭니다. 먼저 재정적인 면에서 힘들죠.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책임지기도 어려운데 대중들의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막중한 부담감이죠. 다음으로 관계 속 갈등 때문에 힘듭니다. 서로 다른 모양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인 부딪힘의 연속입니다. 사실 재정적인 면보다 이것이 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재정이야 부처님 그늘 아래 살아가는데 '굶어 죽을 일 있겠는가?'라는 믿음에 의지하여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합하는 과정은 법에 의지하여 갈등을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견해에 집착하여 그것만을 최고라 여기고 다른 모든 것을 열등하다고 멸시하는 자, 지혜로운 이는 그를 일컬어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라 부른다." -숫타니파타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평가하는 것은 폭력이다
사람은 과거를 현재에 덧씌우는 버릇이 있습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현재의 애인과 첫사랑을 자꾸 비교합니다. 이것은 큰 갈등의 원인이 되죠. 기분이 무척 나쁠 테니까요. 그렇죠?
이처럼 과거의 눈으로 현재를 평가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현재를 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자신을 향한 폭력이고, 상대방에게 그 모습을 닮아가라고 강요하는 폭력이죠.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관계의 끝이 파멸로 정해진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A라는 사람은 네모입니다. B라는 사람은 세모입니다. 그래서 B는 A에게 세모를 기대합니다. '세모가 되면 사랑해줄게'라는 기대를 품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럼 A는 B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깎아야 합니다. 이것이 관계 속 폭력의 본질입니다. 깎아야 하는 것은 자신의 기대인데...
"원자를 쪼개는 것보다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견과 선입견을 깨부수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 -아인슈타인
"전 A라는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합니다."
B는 이상한 핑계를 댑니다. 그는 스스로 존중해야 할 대상의 모습을 정해놨습니다. 세모죠. 물론 조금 더 반듯한 세모를 원합니다. 그런 롤모델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A는 훌륭한 스승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반듯한 세모 모양을 기대합니다. 훌륭한 스승은 이런 모습이라고 정해놨으니까요.
관찰합니다. 그리고 결국 실망합니다. 네모에게서 반듯한 세모를 찾을 수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자신을 속입니다. 언뜻언뜻 선의 모양을 보고 '아! 내가 찾던 세모구나!'라며 왜곡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을 알게 됩니다. A는 세모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관계 속 부딪힘의 과정입니다. 기대라는 이름의 탐욕과 실망이라는 분노의 탐진치를 깎지 못한다면 그 끝은 분명합니다. 파멸의 길을 걷고 있으니 그 끝은 뻔하죠.
모든 상(相)을 벗겨내야 지금의 진실이 보인다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이 참다운 형상이 아님을 직관한다면 곧 여래를 보리라." -『금강경』
모든 상은 허망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지식으로 나온 상에 눈이 멀어 있습니다. 상 너머에 있는, 지금 이 순간 면전에 있는 상대방을 보지 않습니다. 이러한 눈뜬장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신의 마음도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허망하게 만들 뿐입니다. 관계가 지옥이 될 테니까요.
종종 함께 사는 대중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제보가 들어옵니다. 좋은 점도 들리지만 안 좋은 점들도 듣게 됩니다. 그럼 전 항상 이렇게 답변합니다.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들은 내용이 있으니 그 사람을 대할 때 문득 생각이 납니다. 그 헛된 상에 속아 넘어가려는 순간 모든 상이 허망하다는 진실을 떠올린 후 '약견제상비상'합니다. 면전의 여래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
"우리가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대개는 상대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사랑할 뿐이다." -크리슈나무르티
내 기억과 취향 그리고 상대에 대한 모든 평가는 진실이 아닙니다. 지금 눈앞의 상대방의 말과 행동만이 이 순간의 진실입니다. 그것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눈을 덮고 있는 과거를 벗겨내야 함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잠깐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과거의 상에 눈이 멀어 폭력을 휘두르고 있으니까요.
오디션 같은 관계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라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볼까?'
종종 외부강연을 할 때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각자의 잣대를 들고 평가하는 오디션에 온 것 같은 느낌이죠. 어리석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이러한 오디션과 같습니다. 잣대에 맞춰서 옷을 입고 말하며 행동하지 못하면 '존중'받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쇼. 관계가 지옥이라고 느낀다면 이 쇼가 지긋지긋한 것 아닐까요?
"존중하는 마음 없이 무례하게 서 있는 자, 공경하는 마음을 갖추지 않은 자, 병들지 않았음에도 높은 자리에 앉아 낮은 자리에 있는 이를 내려다보는 자에게는 법을 설해서는 아니 된다." -사분율
사실 외부강연을 거절하기 시작한 것은 이 느낌 때문입니다. 돈을 벌고 명성을 얻기 위해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재롱'떠는 느낌. 부처님께서 존중하여 청하지 않는 사람에게 설법하는 것을 계율로써 금지하신 마음이 공감됩니다.
진정으로 상대를 아끼고 존중한다면 남탓은 그만두고 과거의 잣대를 먼저 치우세요. 내 취향과 이상도 버리세요. 옳다 그르다는 기준을 내려놓으세요. 전부 다 관계를 망치는 허상에 대한 고집일 뿐입니다. '고집을 멸하는 길' 사성제 기억하시죠?
고집을 버리면 그 자리에서 자비심이 샘솟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상대방을 보는 것, 그 사람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내 취향과 다르더라도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자비심 아닐까요?
"서로 사랑하되 구속의 밧줄로 묶지는 말라.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온전히 자라지 못하는 법이다." -칼릴 지브란
기억하세요. 귀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고집 대신 자비심을 품어야 합니다. 이것이 20년간 모양이 다른 이들과 함께 대중생활을 지속해 온 노하우입니다.
하루 1번 법구경 이야기 듣기 모임 https://cafe.daum.net/everyday1bean/TqU/2227?svc=cafeapi
첫댓글 사랑이라는 착각이든 기대라는 폭력이든, 모두 나의 고집에서 시작되었음을, 고집이 아닌 자비심을 품는 사람이 되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스님, 항상 마음 깊이 큰 울림을 주시는 글, 곱씹어 읽으며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신: 기승론 법문 하실 때 “일심 씨 요즘 안 보이시네?” 하고 챙겨주셨는데 뵙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잠시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어느덧 '제자'에서 '일심 씨'로 멀어진 것 같아 송구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스님의 부름에 다시 당당한 제자로 응답할 수 있도록, 마음 다잡고 분발하겠습니다. _()_
옹졸한 고집을 버리고 그 자리에 자비심이 자라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네~ 스님.._()_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눈에 보이는것에, 떠오르는 망상에 속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_()_
귀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고집 대신 자비심읗 품어야 함을 기억하겠습니다_()_
과거의 경험과 지식으로 덧씌워진 상에 눈먼것ᆢ에 멈춰집니다. 정해진 틀에 맞춰진 기대와 바람이 +++되어 苦를 적립하는 습관들~~에 자주 지칩니다.
법문읽고서
사성제를 바로 새기고
자비심을 품는 발심을 하게됩니다
감사합니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이 참다운 형상이 아님을 직관한다면 곧 여래를 보리라." -『금강경』
언제나 어디서나 금강경은 길이 되네요^^감사합니다_()_
지금 이 순간의 상대방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지금 제게 꼭 맞는 조언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라는 이름의 탐욕과 실망이라는 분노의 탐진치를 깎지 못한다면 그 끝은 파멸의 길! 정신이 번쩍듭니다. 감사합니다.
카^^~~아. 오호라. 원빈 붓다님_()()()_. 마하반야. 바라밀. 감솨 합니다_()()()_
상에 대한 고집을 내려 놓고 법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_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상(相)을 벗겨내야 지금의 진실이 보인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이 참다운 형상이 아님을 직관한다면 곧 여래를 보리라.
사유 중입니다 스님🙏
화합은
믿음이 아니라
법(法)으로 짓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