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빚은 괴물...'벤드웨건' / '언더독'
[커버스토리-천(千)의 얼굴을 가진 여론조사]
‘친구따라 강남간다!’ 옛 말 틀린거 하나 없다더니 대선을 가로짓는 여론의 흐름에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 미국 서부 개척시대 밴드웨건(대열 앞에서 흥겨운 음악 등의 눈요기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이
지나가면 사람들이 궁금증 때문에 모여들고 그걸 바라보던 사람들도 무작정 뒤따른다는 경제학 용어다.
그동안 있었던 수 차례의 대선에서 자신의 판단과 무관히 대세에 편승하는 유권자와, 그들에 의해서 소위 말해
‘떴다’하는 후보자는 항상 존재했다.
2002년 3월,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승부를 갈랐다. 광주지역 경선이 있기 바로 며칠 전 실시된
가상 대결 조사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1% 포인트 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자 그동안 이 후보에 쏠려있던
대의원들의 표심이 노 후보로 급속히 이동했다. 수 년간 대세론을 구가해왔던 이 후보는 여론조사의 밴드웨건 효과로 인해 순식간에
‘녹다운’이 됐고, 그 해 대통령의 옥새는 노 후보가 거머쥐었다.
이번 17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유력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밴드웨건 효과를 적지않게 입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북핵 사태와 올해 초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
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사람들의 호응과 입소문은 더욱 탄력을 받아 지지율을 50% 가까이 올리며
‘이명박 대세론’을 형성했다.
‘어려운 이웃에게 한표를!’ 한 사람이 지나치게 잘나가는 경우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못하는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누구나 있기 마련. 선거에서 이같은 동정심이 붐을 일으켜 약세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경우를 ‘언더독 효과(under dog)’라고 한다.
특정 후보의 여론 조사가 하강 곡선을 그릴 때 잠재적 지지층이나 부동층이 마음을 다잡아 적극적 지지층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효과를 노린 선거캠페인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후보자가 눈물을 보인다거나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노출하면서
사람들의 연민에 호소하는 등의 방법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대선 때 선거 하루 전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로 위기에 몰린 노무현 후보에게 표가 몰린 것은 대표적인 언더독 효과의 예시다.
또 탄핵 직후 한나라당이 자당의 예상 의석수를 줄이면서까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지지를 호소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여론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후보자가 불미스런 행동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을 때 다른 사건을 터뜨려 의도적으로
국민들의 관심사를 돌리는 ‘왝더독(wag the dog)’ 효과라는 정치속어도 있다. 여론조작의 한 단면이다.
출처:헤럴드 생생뉴스(황주윤 기자.2007-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