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토목공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가리키는 일본어 ‘도가타(どかた)’에서 온 말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공사장이나 노동판, 또는 그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한정되어 쓰인다.
제가 현장에서 맡은 역할이 잡부입니다.
거기서 흔히 말하는 "데모도" 라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선수는 아니지만 선수에 버금가는 이들입니다.
보조 혹은 조공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잡부는 그런 보조로서의 기술이 없는 그냥 잡부입니다.
숙련된 기술자 그리고 그에 보조를 맡은 데모도가 한 팀을 이루어 작업을 합니다.
그 팀에서 데모도의 심부름을 하거나 다른 팀의 잡다한 일들을 시키는 대로 하는 이들을 잡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일이 그런 역할입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뒤치닥 거리, 그 중에서 정리정돈과 청소등입니다.
제게 제일 잘하는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몸으로 떼우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보조의 보조 즉 잡부로서 시키는 대로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잡부가 그 현장에서 꼭 필요한 누군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어느 팀이 뭘 필요로 하는지 묻지 않아도 손이 닿을 거리에 필요한 것들이 있도록 하니까 말이죠.
목수팀, 철근배근팀, 장비팀, 관리팀등 다양한 기술자들이 모인 곳에서의 심부름꾼은 인기가 좋습니다.
시원한 생수가 필요할 시간쯤이면 어깨에 지고 "목마르십니까?,
담에 시원한 물을 드시려면 둘이 나눠 드시는 것도 좋고, 장소가 이동되니 물이 짐될 수도 있으니 필요한 만큼만 ......
잘 웃고, 잘 먹고, 시키는 대로 잘하니 인기 만점이며 꽁지 머리라 간 보기는 없습니다.
내일 현장 사람들과 약속했습니다.
모레 콘크리트 타설이니 일 마치고 제가 한 턱 쏘기로 했습니다.
잡부로서 기술자님들에게 거하게 회와 소주로 대접하는 건 이렇게 만난 것도 하늘이 맺어준 인연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 그 현장에서 만난 꽁지머리 잡부가 있었는데 어저꾸저쩌구 이야기거리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벽돌 조적 보조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일이라 제가 그 역할을 했는데 차 진입이 어려워 약 7만장을 경운기에 실어 나르다 보니 손톱이 다 닳았습니다.
사모래,시멘트, 물 벽돌을 기술자들 손이 닿을 거리에 둔다는 건 예술이었습니다.
아침 6시면 기술자들이 도착하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며 하루 일과를 마치면 다음 날 준비를 위해 늦게까지 움직여야 했습니다.
기술자 두 분이서 하루 2,500여장을- 8단에 1단 마감으로 9단, 10m마다 기둥을 세워 100m씪 12줄-쌓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조적 기술자 일당은 18만원이었는데 20만원씩 드리기로 하고 한 달 안에 마무리하면 한달분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숙식 제공이었으며, 점심은 드시고 싶은 것으로 메뉴를 바꿔가며 재밌게 일하다 보니 26일만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마치고 가시며 평생 일했지만 이만한 대접은 처음이라고 하셔서 기분 좋았습니다.
다 먹고 살자는 일인데 그 분들 가시는 길에 고마움의 표시로 한우 갈비 세트를 선물로 드렸습니다.
이번 공사 현장에서 잡부로서 재미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느낌이고 게오르규 장편소설 "25시"의 주인공 요한 모리츠가 된 듯 착각에도 빠집니다.
주인공은 적군의 진지를 구축하면서도 전쟁이 끝나면 가족들에게 자기 작품이라고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지인의 현장이지만 좀 더 잘 설치가 될 수 있도록 잡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합니다.
저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 하는 이들은 없으니 성도 이름도 묻지 않아서 좋습니다.
시키기 쉽도록, "어" 하고 부르며 손만 들면 즉시 달려갈테니 부담없이 소리지르라고 했습니다.
현장은 인간 시장처럼 재미난 곳입니다.
현장 사진은 내일 올리겠습니다.
첫댓글 ㅎ 늘존경드리지만 정말
마음씀씀이가 놀랍습니다
비선형님 ! 살맛나게 살도록~!
세상을 이롭게
하시는분같아요
함께하신분들이
부럽습니다 !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일당 18만원을 20만원 드리는 건 무자료라 그러니 제가 선심쓰는 것도 아닙니다.
마을에 내는 기금들도 객지라 개인적으로 경조사비를 내지 않으니 그 셈치고 드리는 겁니다.
요즘 양파 캐는 시절이라 힘든 시기입니다.
동네분들 힘 내시라고 육계닭이 아닌 삼계닭 중에 큰 중량대인 1.2kg짜리로 한 마리씩 드렸습니다.
삼계용 닭은 보통 450g 내외이나 요즘 큰 중량대 닭을 판매한다기에 맛 보시라고.
평소에는 구하기 어려운 닭이며 토종닭 맛이 납니다.
그 걸 반으로 쪼개 생선찜 양념 발라서 쪄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몸 보신으로 좋습니다.
삼계닭 중에서 큰 중량으로 사서 백숙
남들이 쉽게 할수 없는 일을 자연스럽게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요.
사람사는 세상이 일률적인것보다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것이 삶에 재미를 더하겠지요.
그 삶의 재미는 각자 주어진 여건에 맞는 독특한 방법이면 더욱 좋겠네요.
저도 땅보러 다니다가 부탁이 들어와서 자그마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공종별 전문 기술자 불러서 시키고 저는 매일 잡부(보통인부)역활을 합니다...
그래도 일할때는 즐겁습니다...
조그마한 저의 농막을 지울때 한달 여~간
힘든 잡부(데모도)로 경험한바 있습니다.
사람나름이지만 현장 기술자들의 비위 맞추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비선형님의 늘 배려하는 마음은 성인군자 같습니다.
옛 속담과 같이 뿌린데로 거둔다는 말이 새겨집니다.
다시한번 응원을 보내며 아름다운 마음에 찬사를 드립니다.
벽돌 깔끔하게 잘 쌓았더라구요.
보기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수고 하신줄 몰랐습니다.
살맛나게 사시는군요 멋지십니다
뵙고싶네요 글도 잘 쓰고 아는것도 많고 여유도 있으시고 인생철학도
예전에 제 가게 인테리어 할때, 보조역할 해봤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그때, 진짜 땀에 대한 즐거움을 만끽했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덥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정말 인생 멋지고 대단하게 사시는게 부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