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턴테이블(Turntable)
축음기 이후 LP 및 EP판을 재생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자 제품이다.
LP판의 발표 이후 점점 수요가 늘어나자 많은 전자 제품 회사들이 턴테이블 개발에 힘을 썼다. 초기 턴테이블은 단순히 '재생' 만을 위한 물건이라서 LP판에 대단히 무리가 갔으나, 이후 전문적인 제품들이 서서히 나오면서 침압과 안티스케이팅 등의 LP판을 보호하는 기능을 집어넣었다.
축음기와 비슷한 원리이나, 기술의 발달로 재생 음질이 훨씬 좋아졌다. 간혹 축음기의 SP판과 턴테이블의 LP판이 비슷하게 생겨서 턴테이블에 SP판을 재생시키거나 축음기에 LP판을 재생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는 분당 78회전(78rpm) 지원 가능한 턴테이블에 돌리면 재생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LP의 작디 작은 연약한 소리골을 커다란 바늘과 무거운 무게로 사정없이 찍어 누르는 꼴이라서 소리가 나기도 전에 판 다 긁혀서 버려야 한다. 판의 재질도 달라서 SP판은 딱딱한 반면에 LP는 부드럽게 휘어진다.
현재도 많은 브랜드가 신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뉴트로 열풍을 업고 스피커 일체형 턴테이블이나 가방형 턴테이블(일명 가방턴) 등을 5~10만 원의 저가에 내놓는 브랜드도 많아졌다. 하지만 예쁘고 저렴하다는 이유로 아무거나 사면 안 되는데, 이런 기기들은 만듦새가 조악하여 다른 턴테이블에선 멀쩡하게 재생되는 판도 온갖 잡음을 내뱉게 만들곤 하며, 무엇보다 카트리지가 세라믹이라 재생하면 할 수록 소리골을 긁어 망가뜨린다. 바늘 쪽이 빨간색이면 일단 거르고 봐야 한다.
음질은 상관없고 큰 문제 없이 재생만 되면 좋다는 마인드라면 적어도 오디오 테크니카나 데논 등 수십 년간 턴테이블을 만들어 온 공인된 브랜드에서 나오는 10만 원 대의 입문형 턴테이블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단 오래된 중고 바이닐을 수집하거나 음질에 신경쓰는 등 본격적으로 LP 감상을 즐기려면 침압 조절, 안티스케이팅, 오버행, 수평 등등 수십 가지의 요소를 신경써야 하며, 그 기능들을 다 지원하는 턴테이블을 사려면 최소 30만 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다.
LP에는 무수히 길다란 소릿골이 음악 신호에 따라 회오리 모양으로 파여있고 스타일러스(바늘)가 이 골을 따라 움직이며 LP의 소리를 재생합니다. 초창기 좌우 구분 없이 소리가 나던 모노 시절 LP의 소릿골은 좌우의 움직임만으로 음악 정보가 저장되었으며 모노 카트리지라 불리는 카트리지 역시 좌우의 움직임만 감지하도록 제작되어 있었습니다.
스테레오로 녹음을 시작하면서 좌우뿐만이 아니라 위아래의 움직임까지 더해져 소리를 저장하기 위해 V자로 파인 소릿골은 좀 더 좁아졌고 이에 따라 카트리지 역시 좌우 위아래를 감지하도록 제작됩니다. 이렇게 세밀한 움직임을 위해 스타일러스의 폭 또한 좁아집니다.
2. 카트리지
흔히 턴테이블 바늘이라 부르는 부분은 스타일러스(Stylus)와 캔틸레버(Cantilever)가 합쳐진 부분을 부르는 명칭인데 기다란 쇠 부분이 캔틸레버 그리고 LP와 맞닿는 뾰족한 부분이 스타일러스입니다. 그냥 바늘이라 불러도 되는데 요즘 LP도 영문 표현을 따라 바이닐(Vinyl)이라고 칭하는 만큼 스타일러스 및 캔틸레버라는 단어도 알아두면 좋을 듯합니다.
스타일러스의 진동은 캔틸레버를 움직이고 캔틸레버에 달린 자석은 진동에 의해 카트리지 안에 부착된 코일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움직이며 전기신호를 만들어냅니다. 캔틸레버에 자석이 달려서 움직이는 방식이 흔히 MM(Moving Magnet)이라 불리는 방식이고 캔틸레버에 코일이 달려있고 다른 쪽에 자석이 있는 방식은 MC(Moving Coil)라 불리는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흔히 아날로그는 신경을 쓰면 쓸수록 좀 더 정밀한 세팅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소리로 보답한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바로 이 소릿골의 모양에 따라 바늘이 진동하며 음악 신호를 만드는 방식에 있습니다.
마이크를 예로 들어봅니다. 마이크는 외부의 음성이 안에 있는 진동판이 움직이면서 음성 전기신호를 만듭니다. 움직이면서 음성신호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턴테이블의 스타일러스 작동방식이 떠오르지 않나요? 단지 마이크는 공기의 진동을 진동판의 움직임으로 변환해 소리를 내는 것이고 스타일러스는 LP의 소릿골에 따라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영국 아비드사의 아쿠투스 SP 턴테이블
하지만 이 작고 민감한 스타일러스는 LP의 소릿골에 따라 움직일 뿐만 아니라 LP의 재질,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의 소리, 턴테이블 암의 흔들림 등 모든 요소에 영향을 받아 움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턴테이블 제조사에서는 어마어마한 무게의 턴테이블을 제작하기도 하고 독특한 진동관리 시스템을 채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오로지 스타일러스가 LP의 소릿골의 모양에 따라서만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LP중 중량반이라고 불리는 120g 이상의 두꺼운 LP도 이런 이유로 무게를 무겁게 만듭니다.
이렇게 LP의 소릿골에 따라 스타일러스가 움직이고 스타일러스의 움직임은 마치 작은 발전기같이 작동하며 미세한 전기신호를 생성합니다. 이 신호가 작고 미미하기 때문에 앰프나 스피커에 바로 연결하면 볼륨을 끝까지 올려야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카트리지를 LP 위에 올려놓고 재생한 상태에서 스타일러스 가까이 귀를 대면 음악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LP의 소릿골에 의해 스타일러스가 움직이며 생기는 작은 진동을 소리로 듣는 것입니다.
이렇게 LP 표면의 소릿골부터 시작해 음성 신호로 출력되기까지 소리가 나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디오는 진동과의 싸움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반면에 또 진동을 즐기는 것이기도 하죠. 음악을 재생하는데 필요한 진동을 잘 살리면서 불필요한 진동을 없애는 게 아날로그뿐만이 아니라 오디오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는 플래터를 돌리는 방식에 따른 턴테이블의 종류와 그에 따른 소리 차이가 어떻게 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턴테이블의 소리가 나는 원리를 잘 기억하고 계신다면 각 방식의 장단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소리샵은 우리나라 1세대 온라인 오디오 커머스이다. 1999년 ‘넷필드’로 시작해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커머스를 운영했다. 현재 청담동에서 국내 최대의 하이파이숍(Hi-Fi Shop) ‘셰에라자드’를 운영 중이며 다양한 오디오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마니아들에게 새로운 음향적 경험과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첫댓글 7년전 세운상가 한 귀퉁이 기계골목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카트리지 수리업자가 일을 접었습니다. 처음 이 분을 만났을때 시계수리공인줄 알았는데 턴테이블 카트리지 수리공이었습니다. 카트리지 바늘이 고장나거나 내부 코일이 손상되면 현미경을 들여다 보고 수리하는데 마그네틱에 코일를 감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바늘에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매카니즘입니다. 전기신호는 매우 미세하므로 포노앰프가 필요합니다. 턴테이블을 바로 엑티브 스피커에 연결해 듣는 것은 옳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아직 턴테이블을 판매하는 곳은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본인은 현재 CD로 음악을 듣고 있으나 LP판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에 턴테이블이 하나 있으나 청음 공간이 여의치 않아 보관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