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대책 이후 매수세 실종, 가격 1억원 이상 폭락
개발이익환수제 시행…하락세 내년까지 이어질 듯
정부의 갖가지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어온 재건축 시장이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시작된 이후 정책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던 재건축 시장이지만 작년 5.23대책, 9.5대책에 이어 10.29대책까지 줄줄이 발표되면서 점차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재건축 시장의 중심에 있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거래도 완전히 끊겨진 상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지난해 5월 7억4000만∼7억5000만이던 매매가가 현재 5억7000만~5억9000만원으로 약 1억7000만원정도 하락했지만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13평형도 지난해 5월 5억7000만∼5억8000만원에서 현재 4억2000만~4억5000만원으로 떨어져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재건축 시장의 침체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껏 쏟아부은 부동산 정책 이외에 재건축 단지에 가장 큰 타격으로 다가올 개발이익환수제가 내년 4월경 실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재건축 시장은 개발이익환수제 영향으로 하락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10.29대책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최고 2억원까지 내렸지만 메리트가 떨어지다보니 최근에도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10.29대책 영향, 하락폭 가장 커=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 가운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대책을 꼽으라면 단연 10.29종합 부동산 대책이다.
본지 정보센터에 따르면 5.23대책과 9.5대책 이후에도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10.29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10월 31일 조사치에서 2주일 전보다 0.38%가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하락세는 올 1월까지 이어져 작년 10월 17일 대비 올 1월 30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4.47%까지 하락했다.
그 가운데서도 서울 집값의 상승요인인 강남권(강남구, 강동구, 서초구, 송파구) 재건축 단지의 경우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보다 2% 이상 더 떨어진 6.63%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10.29대책이 이렇게 갖가지 대책에도 영향을 받지 않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투기지역 주택거래신고제와 개발이익 환수제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취·등록세를 실거래가로 납부해야 하는 주택거래신고제와 재건축아파트 개발이익금을 임대아파트로 환수하겠다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의 메리트를 크게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일부단지들의 경우 급매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재건축 바닥론’이 잠시 제기되기도 했다. 3월말 잠실4단지의 고가 분양에 힘입어 잠실주공1단지의 경우, 3월 26일 4억8000만~4억8300만원이던 가격이 4월 16일 5억3000만~5억3500만원까지 오르는 결과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역시 1월30일 대비 4월 23일 평균 매매가 4.96%가 올랐다.
이에 4월 26일 정부가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하면서 상승세가 꺾었다. 이후 큰 폭의 하락은 없지만 현재까지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제 입법예고, 하락 조정 불가피=현재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급매물이 급증하고 있지만 매물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다. 게다가 8월 29일 입법예고된 개발이익환수제가 내년 4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향후 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치동 청실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8월 한달동안 2000만원이나 내렸고 청실도 3000만원 가량 하락한 상태지만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지금처럼 거래가 안되면 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반포동 독일공인 관계자 역시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개발이익환수제 영향으로 반포지구는 재건축 사업이 거의 스톱상태”라며 “반포주공2단지 18평형이 현재 5억9000만원선으로 주택거래신고제 이후 2500만원이 이상 떨어졌고 하락세는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시장의 침체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매물 적체가 심화되면서 가격 내림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앞으로 재건축 시장은 단기간 내에 상승국면에 접어들지 못할 것”이라며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개발이익환수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고 주변시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재건축 시장은 한동안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