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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스크와 농업으로서의 커피
그리니시레터 vol.39 (2022.1.12)
지난 그리니시레터 32호에서는 EU가 “삼림벌채로 생산된 커피의 수입을 규제한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수입된 삼림벌채(Imported deforestation)’는 세계 시민사회가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환경 문제인데요.
가장 먼저 눈길이 쏠린 쪽은 브라질의 쇠고기 생산입니다.
이미 유럽의 유통기업들은 브라질 육류회사들의 제품을 매대에서 빼고 있습니다(efa, 1/4).
브라질의 국제식품기업 JBS S.A.의 제품이 수입금지되고,
JBS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브랜드 Jack Link’s도 유럽시장에서 판매중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최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브라질 3대 쇠고기 생산업체인 다국적기업 Marfrig를 감시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죠(earthsight, 1/7).
조사위원회는 “심각한 환경피해를 입힐 위험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특히 기업의 밸류체인이 거의 모니터링되지 못하고,
기업이 제시한 투명한 모니터링을 갖추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 등을 근거로 밝혔습니다.
이번 브라질 보이콧은 Repórter Brasil(20/6/10)의 폭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세하도의 사바나(열대초원지)에서 축산업에 의한 불법적인 환경파괴가 자행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미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브라질 보이콧’(bbc, 21/12/7)이 다시 한번 세계 최대 농업생산지인
세하도 사바나에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가뜩이나 높은 브라질리스크에 압력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세하도 농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뉴스들을 번역해봅니다.
브라질을 식생별 권역으로 나눈 것. 브라질 커피생산지는 동해안 대서양림과 사바나(열대초원),
판타날 습지에 걸쳐 있습니다.
브라질 국토의 21%를 차지(멕시코와 비슷한 면적)하는 세하도 사바나의 환경문제는
그동안 아마존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브라질은 1960년 수도를 브라질리아로 이전하면서 중부지역 개발을 시작했으며,
비옥한 세하도는 정부 프로그램과 농업 보조금을 통해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됩니다.
더보기 : Get to know the Cerrado (WWF)
세하도 사바나 역시 세계식생의 약 5%가 몰려 있는 거대 생물군계이지만,
아마존에 비해 전혀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아마존 토지의 70%가 국가소유로 보호구역인 반면,
브라질 중부는 대부분 개인 소유의 토지로 개발되었죠.
WWF는 농업으로 인해 세하도 사바나가 원래 식생의 절반을 잃었다고 추정했으며,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08년 이후 10만km² 넓이의 토착 표층이 제거되었습니다.
이는 아마존보다 벌채가 50% 많은 것이며, 4배 빠르게 진행되는 것입니다.
세하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최대의 사바나가 기후변화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탄소저장소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열대초원은 계절적 가뭄과 잦은 화재가 발생하는 곳이어서,
사바나의 초목들은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리며 가라앉는 특성이 있는데,
이 때문에 사바나는 ‘거꾸로 된 숲’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WWF는 사바나가 에이커당 118톤의 탄소를 포집하는 것으로 인용했는데요.
그래서 세하도 벌채는 브라질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포기할 수 없는 주력 산업
세하도 사바나 벌채의 가장 큰 원인은 앞서 언급한 쇠고기 생산입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출국이며(statista, 21/4/27),
세하도산 쇠고기는 미국 육우 소비량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를 주도하는 JBS와 Marfrig는 2009년에 이미 허가 없는 벌채를 금지하는
연방검찰청과의 협약에 서명한 바 있지만 2011년부터 2019년 사이, 이들 육류 체인에 의해
허가 없는 벌채와 식생제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바나 벌채원인은 대두를 포함한 농업작물입니다(reuters, 18/8/28).
농지부족을 겪고 있던 70년대 브라질은, 정부 주도로 석회비료와 균주를 개발해
폭발적인 경작지 증가를 만들어 냈고, 10년 만에 식품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변모했습니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 몇 년간 거의 변화가 없지만 농업부문은 아직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2020년조차 브라질 GDP가 -4.1% 감소하는 동안, 농업은 2% 성장했습니다.
세하도 농부들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세계 기아를 해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죠.
더보기 : 2020년 세하도 삼림벌채 현황 (Chain Reaction Research, 21/3/30)
세하도의 산업화된 농업은 정부 주도하에 성장한 것이며,
이곳의 합법적인 삼림벌채는 정책적으로 증가세에 있습니다.
위성이미지 아카이브로 아마존의 화재경보와 삼림벌채 감시활동을 해오고 있는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가, 2018년부터 세하도 사바나를 모니터링에 포함시키면서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INPE에 의하면 21년 7월까지 지난 12개월간 측정된 삼림벌채는 8% 증가한 8,531km²(85만ha)이며,
이는 서울 면적(605km²)의 14배에 달합니다(reuters, 1/3).
아마존과 세하도에 대한 환경보호 정책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탐험가들이 “닫힌 땅(cerrado, closed)”이라고 부르던 이곳을 개간해 합법적으로 점령한 농부들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이들은 거대한 정치세력이며, 이를 대표하는 친농업 의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환경법을 철회하거나 완화해 왔어요.
따라서 브라질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합의로 보입니다.
국제적인 Deforestation Bill은 사실 미국 의회에서 먼저 나왔습니다(reuters, 21/10/6).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브라질은 5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금지당하게 됩니다.
뒤이어 등장한 EU의 입법예고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2020년 12월 31일 이후 벌채된 곳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선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스템은 23년 말에 구현될 예정이지만, 억제효과는 올해부터 당장 효력을 보이게 되죠.
여기에 더해, 브라질의 최대 교역파트너인 중국과 미국이 공동 선언에 나선 것도 큰 압박입니다.
Imazon의 창립자 Paulo Barreto는,
“이전 세대는 삼림벌채가 브라질에 좋은 일이라고 배웠다.
브라질 정부가 EU의 입법에 강한 비난을 했다는 것은, 이 정책이 성공적이라는 뜻”이라고 평가하고,
“현물 수입뿐만 아니라, 유럽 금융 기관에서 나오는 브라질 투자 또한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nds europe, 1/7). 이미 대두산업에서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자금조달이 합의된 바 있습니다.
자료 : Conservation International
농업으로서의 커피, 다를 바 없다
아직까지 삼림벌채의 주요 원인은 팜유, 대두, 가축, 종이/펄프 정도로 꼽히고 있으며,
커피부문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정확히 조사된 바 없습니다.
커피재배는 대개 소규모 자영농에 의해 행해지고, 이들에 의한 불법 삼림벌채는
저개발 국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삼림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그리니시레터 18호에 묘사되었던 불법커피 유통과정은 이른바 ‘생산지 세탁’ 문제의 전형을 보여주죠.
더보기 : 그리니시레터 18호 – 네슬레 불법커피 구매 폭로돼
특기할만한 추정은 있는데요.
자주 인용되는 페이퍼인 <Global Coffee Production and Land Use Change(2014)>는
연간 벌채규모가 10만ha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브라질을 제외한 저개발국가에서의 생산량 증가는, 기술개선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불법벌채에 의한 토지확대 덕분일 것이라는 주장이죠.
그리니시레터 32호에서 봤던 것처럼, 주요 산지별로 위성사진에 의한 감시가 일반화되면
커피산업의 벌채 규모도 조만간 집계되지 않을까 합니다.
NGO 환경단체인 Conservation International은 2016년 보고서 <Coffee in the 21st century>에서,
기후변화와 수요압력에 의한 추가적인 삼림벌채 위험에 대해 조사한 바 있는데요.
2010년 위성이미지에서 추출한 산림 표지와 적합성 지도를 비교했을 때,
커피생산에 적합한 지역의 약 60%가 자연림으로 덮여 있으며, 이 비율은 2050년에도 거의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로부스타 재배적합지의 약 80%, 아라비카 재배적합지의 약 56%가 천연림으로 덮여 있어,
삼림벌채는 품종과 관계없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커피재배와 관련된 향후 삼림벌채 위험은 안데스산맥과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고,
브라질과 동아프리카는 추가적인 삼림벌채 위험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커피부문이 삼림벌채를 금지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이미 우리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세하도 사바나 벌채를 비롯한 수많은 불법/합법벌채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세하도가 개발되기 시작한 70년대 이래, 커피가격은 대부분의 기간 동안 낮은 수준(50~150cpp)을 유지해 왔고,
낮은 가격으로 생산비용이 부족해진 저개발국가에서는 꾸준한 벌채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왔습니다.
더는 모른 척 할 수 없는 지금, 탄소중립 커피라는 개념이 생겨 다행이랄까요.
마지막으로, 이번 Deforestation 규제를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이른바 ‘합법적 개간/벌채’까지 막는 것이 생산국가를 향한 내정간섭 아니냐는 것입니다(food navigator, 1/10).
이런 비판의 근거는, 이미 생산국들은 그동안 유럽에서 제시한 인증생산을 수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농업이 기존에 개발된 토지를 재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합법 벌채’가 일정량 필요한 이유는,
반대로 기술적 생산량 증가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하도의 일광재배 커피 역시 이런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일광재배는 소출량을 단기간에 세 배 가량 높이는 농업방식인데,
단일작물재배에 노출된 열대토양에서는 5년 만에 토양침식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강한 직사광선에 노출된 토양은 건조되고, 미생물이 사멸하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으로 바뀌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비료와 관개시설이 필요하지만,
토양침식이 발생한 곳에서 생산량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시 토지확장 압력이 생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