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vs 김영삼 공약 비교
작성자: 장현호 작성일: 2012년 10월 26일
오늘로써 이제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핵심 유력 대권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그동안 발표한 내용을 보면 본문은커녕 머리말도 없이 그저 ‘목차’만 달랑 있는 것들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대선공약으로 발표된 내용들을 ‘목차공약’으로 평가절하를 하고 싶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민주진보 진영의 대표로 진취적인 정책을 발굴해서 국민들에게 선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정책을 가지고 대선에 임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더불어 안철수 후보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혁신’이 없는 웃기는 공약들만 발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대선 유력 후보 3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력과 막강한 지원을 받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이렇게 형편이 없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보더라도 다자구조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정책공약이 발표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는 참으로 형편없는 수준의 정책들만 발표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나 형편이 없는지 개관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지난 1992년 당시 민자당으로 출마를 하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공약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1992년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으로 강산이 변해도 두 차례나 별할 수 있는 세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민주자유당으로 출마를 하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공약과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공약과 비교해 보면 너무도 유사한 점이 많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은 민자당과 맥을 같이 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데도 불구하고 공약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정말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 아닌가 싶다.
1990년 1월 22일 민정당의 노태우 대통령,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총재,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총재가 3당 합당을 선언함으로써 거대보수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하였다. 민주자유당은 약칭은 ‘민자당’으로 통했으면 1996년 2월 6일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가 1997년 11월에 민주당과 합당하여 한나라당이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의 새누리당의 뿌리와 같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지금의 박근혜 후보는 유사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향후 대한민국을 5년 동안이나 끌고 가겠다는 사람으로 정치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년 전 정책과 비슷한 공약을 하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지난 20년 동안 박근혜 후보는 정책개발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활동만을 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바꾸어 이야기하면 대통령으로써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위에 표는 박근혜 후보와 김영삼 대통령이 1992년에 발표한 공약 내용을 비교한 것으로 상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박근혜 후보가 최근 가장 강조하고 있는 ‘국민 대통합’에 경우 김영삼 대통령은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대화합’을 하겠다는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결국 단어만 조금 다를 뿐 20년 전에 발표하였던 ‘국민대화합’과 박근혜 후보의 ‘국민 대통합’은 같은 것이다. 따라서 1992년 국가비전이 20년이 지난 2012년 다시 등장하면서 국민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 같은 경우 공정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김영삼 대통령은 ‘건전한 경제 질서’, ‘기업경영 전문화 및 효율성 유도’, ‘공정한 경쟁질서’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을 뿐 본질은 같은 것이다. 특히 두 사람 전부 대기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약을 발표하였는데, 박근혜 후보는 순환출자 및 금산불리와 같은 공약내용인 반면 김영삼 대통령은 대기업의 독과점 폐해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만 다르다.
정치개혁과 관련된 내용은 박근혜 후보보다 오히려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한 공약 내용이 더 현실적이면서 강도 높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박근혜 후보가 추진하였던 다양한 정치개혁은 전부 실패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측근정치를 하면서 비리의 온상이 되었고, 막장공천으로 문대성과 김형태 의원이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는 김영삼 대통령이나 박근혜 후보 모두가 정치개혁은 실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박근혜 후보는 기회가 남아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공약은 아마도 일자리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92년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한 공약에는 일자리정책이라는 것이 따로 발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중소기업 정책과 노동정책, 여성정책에 일자리관련 내용을 작성하였기 때문에 이를 별도로 가지고 와서 박근혜 후보의 일자리정책과 비교해 보았다. 김영삼 대통령 공약과 박근혜 후보의 일자리공약에 근본적인 차이점은 매우 구체적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직업훈련원, 창업지원기금 및 창업기금보육센터, 중소기업 육성 10만개 등과 같이 추진내용이 구체적으로 작성되어 있다. 반면 박근혜 후보 공약은 매우 원론적인 수준에 일자리정책으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정책은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역시도 김영삼 대통령에 경우가 좀 더 세부적인 추진사항이 공약으로 발표되었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 사회복지대책위원회 운영, 노인건강관리법 제정과 같은 내용이 있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의 영유아 보육정책도 김영삼 대통령은 ‘모성보호 정책’으로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김영삼 대통령은 ‘노인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한 반면 박근혜 후보는 노인정책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박근혜 후보의 복지정책 공약보다 오히려 김영삼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더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노동정책, 교육정책, 중소기업 정책도 가만히 들려다 보고 있으면 그다지 큰 차이점이 별로 없다. 더불어 대북정책에 경우도 세월이 많이 지나서 미묘한 차이가 있을 뿐 기조는 비슷한 측면이 많이 있다. 국방정책은 오히려 김영삼 대통령이 좀 더 진보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후보에 경우 대선이 앞으로 50일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국방정책이 전혀 발표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여성대통령으로써 국방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와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1992년에 발표한 공약 내용을 비교해 보았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전혀 다르다고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20년 전 공약 내용과 지금의 공약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 세월 정치인들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전혀 개발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번 선거 때가 되면 같은 내용을 가지고 단어만 바꾸어 가면서 지난 20년 동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박근혜 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정책을 가지고 대선을 치르고 있고, 안철수 후보는 정채개혁만 빼고 나머지는 공약은 다른 후보들에 정책을 복사해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다만 지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이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국민 스스로 좋은 정책을 발굴하여 공론화시키는 방법이다. 즉 일자리정책, 복지정책과 같이 쉬운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여 공론화시키고 이를 대선주자들에게 강요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를 남은 기간 동안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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