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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30만 권 분량의 종이를 준비하라!”
1434년 7월 세종대왕은 종이 만드는 관청에 이런 영을 내렸다. 중국 송(宋)의 사마광(司馬光ㆍ1019~1086)이 기원전 5세기 주나라 시대부터 서기 10세기 후주에 이르는 1,362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자치통감(資治通鑑)》에 주석을 달아 편찬, 전국에 배포하기 위해서였다. 세종은 “노인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큰 활자를 주조하라”고 명하고, 주석서를 친히 교정하기도 했다. 이 일화에서 드러났듯이 《자치통감》은 중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뜻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최고의 고전으로 꼽혔다.
《자치통감》은 재미와 무게를 두루 갖췄고 왕조의 분열과 통일, 새로운 사상의 등장, 재통일과 변화 과정 등 파란만장한 역사는 물론, 중국의 철학과 문학,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생활상 등이 녹아있어 오늘날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데도 큰 보탬이 된다.
이 책 《자치통감 3번 태어나다》는 보수파 사마광과 개혁파 왕안석의 갈등을 비롯해 《자치통감》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과 우리나라에 도입돼 활용된 내력, 오늘날 이 책이 갖는 의미 등을 소개해 충실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1084년 사마광이 《자치통감》을 찬술하고
1434년 세종대왕은 이에 훈의를 달다
그리고 2010년에 한글로 다시 태어나다
《자치통감》이 뭐 길래 세 번씩이나 태어나야 했는가?
《자치통감》이 뭐 길래 한 역사학자가 40년을 두고 이를 번역하고 연구하며 저술하고 있을까?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일반인들의 의구심을 풀기 위하여 쓴 책이 바로 《자치통감 3번 태어나다》이다.
사마광이 《자치통감》을 찬술한 이래 중국왕조에서 뿐만 아니라 몽골족이 세운 원(元)나라 시대에 세조(世祖) 쿠빌라이가 이 책을 몽골어로 번역하게 하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이 직접 이 책에 훈의를 달았으며, 최근세에 마오쩌둥이 17번이나 읽었다고 스스로 말한 《자치통감》! 도대체 《자치통감》이 뭐 길래 이토록 정치지도자들이 열광하였는가?
중국의 위상이 점점 더 높아져서 드디어 G2에 이르게 된 지금, 그들이 급부상하게 된 저변에 깔려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가? 그 옆에 위치한 우리로서 중국을 제대로 알려면 무엇을 읽어야 할까? 단순한 중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중국 사람들의 가슴 깊숙이 차지하고 있는 원전이 무엇일까?
저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간략하고 재미있게 독자에게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이용하여 표피를 건드리는 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하여 《자치통감》을 왜 읽어야 할지를 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40년간 중국을 연구하면서 추천한 단 하나의 책 《자치통감》을 개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가볍게 읽도록 했지만 읽고 나서는 최근에 불어 닥친 중국 열풍을 올바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기도 하는 책이 《자치통감》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따라서 사마광이 19년에 걸쳐 저술하여 첫 번째로 탄생한 《자치통감》, 그리고 《자치통감》을 국력을 기울여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여 훈의로 완성하여 두 번째로 탄생시킨 세종대왕, 다시 600년이 지난 21세기에 한글로 완역되어 세 번째로 탄생시킨 저자!
사마광은 중국의 멋진 치세를 위하여 황제들에게 제공하여 쓴 《자치통감》! 세종은 《자치통감》을 관리들에게 읽혀 역사에 없는 치세를 이루려고 하였던 세종대왕, 그리고 한문으로 된 원전을 자유롭게 읽기에 불편한 한국 독자를 위하여 40년의 각고를 거쳐서 완성한 완역본 한글《자치통감》!
이 시대에 한글로 《자치통감》을 읽어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낙후했다고 평가받는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그리고 사사건건 역사를 이념으로 해석하는 역사논쟁을 제대로 바라보게 하며, 또 21세기 미래 문화산업을 위하여 《자치통감》이 제공하는 헤아릴 수 없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예시하고 있다.
더욱 이 책은 《자치통감》의 탄생을 중심으로 서술된 하나의 실화소설 같다. 《자치통감》탄생 전야에 북송시대의 급진개혁파 왕안석과 점진적 개선파 사마광 사이에 벌어지는 역학관계, 그리고 중국역사에서 남북대립, 동서대립의 뿌리로서의 자연환경문제, 그것이 역사에 주는 영향, 이렇게 묵직한 문제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책이다. 또 세종대왕이 《자치통감훈의》를 편찬하면서 고뇌하였던 모습도 소설처럼 소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