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9시 반쯤
카톡으로 엄마를 부르곤
엄마가 답이 없으니
일하는지 말이 없습니다
한시간이 지나고 확인을 한 내가
? 라는 물음표를 보내니
시아부지 생신은 4월 18일이고
시할머니 생신은 25일인데
두 번 다 가야해?라고 묻습니다
나라에 묶인 몸인데 그래도 도리는 다 하고 싶나 봅니다
한달에 한 번만 휴가를 낼 수 있는데
두번은 무리니까 지혜의숲이면서
날라리인 엄마에게 묻습니다
-시아부지도 챙기면 좋겠지만 한달에 휴가를 그렇게 못 쓰니
할머니 생신때 휴가를 내고 미역국 끓여드려
그리고 시아부지 생신에는 니가 생각한 금액을 미리 보내 드리면서
시어머니랑 맛난 거 사드시라 하고
할머니 생신때 가서 미역국 같이 꿇여 드린다고 미리 전화도 하고-
-에이 뭐가 이리 복잡해? -
-시부모님께 엄마 욕먹이지 말고 엄마가 시키는데로 해
그리고 평상시에도 넌 엄마가 어떻게 했는지 봐 왔으면서
뭘 그래?-란 소리에 다소곳이
-응 알았어 엄마가 시키는데로 할께.-
그래도 엄마가 욕먹는 건 싫나 봅니다
급 다소곳으로 바뀌는 걸 보면요
딸 아이가 시집을 가고 신행 다녀 오면서
할머니 집에를 가서 하룻밤 자고 새벽에 일어나
할머니 밥 못해 드릴까봐 톡으로 물었습니다
-띵녀..아직 처 자빠져 자나?-
-아니 벌써 일어나서 지금 미역국 끓여
그런데 엄마 미역국에 간장 넣어야지? 집 간장이 안 보여서
진 간장을 넣었더니 엄마 맛이 안 나 힝~ 어떻게 해?-
-벌써 망친 걸 어떡해 그냥 먹어야지
냉장고 열어봐 엄마가 신행 갔다와서 밥상 차리라고
반찬 8가지 해 보냈으니 그거 있을거니까 꺼내서 반찬으로 차리고
비싼 조기도 세마리 보냈으니 냉동고 열어보고 꺼내서
은근한 불에 구워 빨리 부지런히 손 놀려서 차려-
냉장고 반찬을 찾는지 20분간 답이 없어요
속은 타는데 그제서야 답이 옵니다
-엄마 조기는 한 마리도 안 보이고
반찬도 없어-
-이서방 뭐하노?-
-몰라 잘거야-
-들어가서 이서방 등짝 한 대 후려치고
깨워서 할머니께 반찬 다 어떻했냐고 물어봐-
또 답이 없습니다
10여 분이 지나고
_훨~ 엄마 반찬 보낸거 어제 시어머니가 그랬어
황태채를 보냈던데 그거 안사돈이 양념 하라고 보낸거냐고
물었는데 엄마 그것도 반찬이였어?-
진짜 훨입니다
이것저것 반찬을 이 엄마가 직접 만들어
다섯 가지는 반찬 항아리에 넣었고
조기 세마리는 따로 넣고 깻잎이랑 무말냉이 김치도 따로 넣었는데
그게 시집가는 사람이 첫날에 차려내는 반찬인지도 모르고
시고모들과 시어머니가 다 나눠서 가져갔답니다
반찬 있는데로 깨끗이 차리고
할머니 밥상 차려 드리곤 부랴부랴 친정 집으로 온 딸네 부부에게
이서방은 뭐 하느라 은빈이 혼자 부엌에서 헤메는데
방에서 자고 있었는가?란 소리에
-어머니 저도 잠 못잤어요 은빈이랑 일어나서
주방에도 못 가고 안절부절 했어요
할머니가 사내녀석이 주방에 가면 뭐 떨어진다고
은빈이 욕먹을까 진짜 저 잠 안자고 주방에도 못가고 죽을뻔 했어요
할머니께서 아빠가 주방에 들어가시면
우리 어머니께 혼내는 걸 봤거든요-한다
이런 써글...내가 가부장적인 집에 시집을 보냈구나
=그래도 다음부터는 반찬은 안 만들더라도
은빈이가 못 찾는 반찬이나 파 마늘 등등은 찾아줘야지
할머니 눈치 보느라 방에 있었단 건 진짜 아니네-
속은 부글 부글 하지만
은빈이도 지 아빠가 평생 라면 하나 안 끓여 먹는 걸 봐서
그렇게 서운하거나 하지 않았다는데
왜 나는 지 아빠를 닮은 사위가 서운 할까요?
딸아이가 신행 온 걸 안 큰 언니가
회를 사준다며 아이들 다 데리고 오라길래
마당에 이바지 음식 온 거 손님들에게 한상 차려 내놓고
횟집으로 가서 앉았는데 사장 어른께서 저에게 전화를 주셨네요
-손주들 잘 도착했시유? 세상에 난 손주 며느리가
해주는 밥 먹은 행복한 노인네유 진짜 오늘 행복했써유
어쩌면 그렇게 자식을 잘 가르쳤슈?
오늘 밥을 한 상 차려 오는데 깜짝 놀랬쓔-
-어머 아니예요 아직 많이 부족한 아이예요
집에서 라면도 한 번 안 끓인 아인데
잘하면 얼마나 잘하겠어요 앞으로 못하는 게 있으면
등짝이라도 패가면서 가르쳐주세요-
-아뉴 아뉴 가르칠것도 없쓔 을매나 잘 하는디유
큰 손주 며느리가 잘하니께 작은 손주 며느리도 잘할꺼구먼유
작은 손주 며느리도 이쁘지만 큰 손주 며느리가 더 이뻐유-
-감사합니다 이쁘게 봐 주셔서 앞으로 잘부탁드릴께요-
그 옆에서 우리 큰언니가 난리가 났습니다
-왜 때리면서 가르치라 하노?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지 이 망할년아~-
큰 언니는 혹시나 진짜 할머니가 때릴까 걱정입니다
그래도 내새끼가 시집가서 싸가지 없는 손주며느리가 아닌
이쁘단 소릴 들으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네요
이상 자식 자랑에 신난 마녀 였습니다 ㅎ
첫댓글 요즘 젊은사람들 대부분이 할줄 아는게 없는데 딸래미가 엄마를 똑 닮았나봐요.
지혜로운 딸래미.....이뻐요.
은빈이도
욕 먹고 살고싶진 않을거예요
엄마가 사는 걸 봤으니요
엄청난 효부를 만드시는 구만
효부상이 목표여?
ㅎ~
요즘엔 효부상 없어
걍 욕심껏 사는거지
@앙마와 마녀
아직 그 상 있어.
전에 최영훈님 부인께서
효부상 탔어
@북앤커피 그렷어?
효부상 나도 받고싶은디
시엄니께 땡깡 부려서 안줫을까?ㅎ
@앙마와 마녀
땡깡 부렸어?
잘했어~
딸자식의
시집살이에 노심초사 하시는 마녀님~
따님은 이미 잘 해내고 있습니다.
믿고 느긋하게 지켜봐 주세요,,ㅎㅎ
모르니까 묻는거겠죠
저러면서 지혜롭게 살아가겠지요
저도 큰딸이 공부만 하다 반찬은 커녕 밥도 제대로 한번 해보지 않고 결혼했는데 주말마다 아침부터 불러서 밥해먹이고 반찬만들어 보낸답니다.
토요일은 시댁가서 얻어 먹고 일요일은 우리집에서 먹는 답니다. 아무것도 못하면서 배울 생각도 없고 배울 시간도 없더이다. 마녀님 따님은 잘하고 있네요. ㅎ
우리딸도 자주 그래요
엄마반찬이 먹고싶다고...
아직 사위랑 살림을 합치지 않아
크게 반찬이 필요치 않지만
가끔가다가 된장에 박아놓은
청량고추가 먹고싶다 된장에 무친
삼동추가 먹고싶다 그러면서
톡을 보내면 가슴이 아파요
너무 멀게 사는게요
가까이 산다면 다 해서 먹일텐데...
따님을 가까이 보낸걸 감사히 생각하세요 부럽네요
@앙마와 마녀 오늘은 출근도 안하고 외손주 봤어요.
요즘 젊은사람들 대부분이 할줄 아는게 없는데 딸래미가 엄마를 쏙 닮았나봐요.
지혜로운 딸래미..은빈이 넘~~ 이뻐요!!
자랑 할만 합니다요. .(1)
지 엄마가 힘들게 사는 걸 봤잖아요
시댁 챙기랴 지 사촌들 키우랴
대신 그만큼 친정엄마를 못 챙긴 걸
뼈아프게 후회하는 걸 딸아이가
봤어요 얼마전엔 괜히 카톡으로 묻더군요
엄마는 외할머니가 계시는 곳에 간다면 우리가 기다리는데로
돌아올거야란 질문에 아니라고 했어요 엄마께 못해드린 거
다해드리면 그때 니들찾아 온다고요
그대는
마녀가 아닌
현모양처 이십니다,
ㅎ
원수씨를 제가 앙마라 하니까
웬수씨가 자넨 마녀랍디다 ㅎ
@앙마와 마녀 이렇게 깊은 위트가,,,
멋과 낭만이 철철 넘치는 부부 이옵니다
짝짝짝!
따님의 마음 주머니가
아주 아주 반짝 반짝 빛이나요^^
시집가서 처음 대하는
큰 일이니 마음이 쓰이겠지요
박봉에 시댁 친정 다 챙기려니
걱정을 하기에 친정은 신경쓰지 말아라 대신 아빠 생신엔 못 오면
현금 조금이라도
아빠께 보내랫더니 그런게 어딧냐고
구정에도 시댁에 드린만큼 보낸다며
계좌 묻기에 정 그렇다면
니 계좌 하나 만들어 엄마 줫다 생각하고 따로 모았다가
꼭 필요한데 쓰라했답니다
요즘 아이들 그렇잖아요
시댁에 드는만큼 친정 챙기려하는 거...그러다보면 지 허리 뽀사지는 줄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