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트레핀의 딜레마”vs “세뇨리지 효과”
지금 세계 대불황의 표면상 이유는 부동산 금융위기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기축통화의 힘의 약화가 있다.
이번 금융위기의 출발점은 미국의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불균형이고
이 때문에 무역적자, 재정정자 문제가 튀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잘 먹고 잘 사는 소비천국이었던 것은
달러 패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의 힘이었다.
미국은 금융가의 엄청난 손실을 기축통화의 힘으로 여타 국가에 전가하려고 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의 신흥국들은 여기에 반발해
겁 없이 새로운 화폐 질서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50년대 미국에서 수년간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자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미국이 경상흑자로 돌아서면 누가 국제 유동성을 공급할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당시 미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은
미 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경상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적자 상태가 지속돼 미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가 저하되고
고정환율제도 붕괴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마디로 강대국의 기축통화는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라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지금 미국은 그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겪으면서
전 세계에서 물건을 사주고
대신 달러를 발행해서 주었다.
이번 금융위기로 윤전기로 신문 찍듯이
달러를 마구 찍어 돌리는 바람에
달러가치 하락의 가능성이 생겨
달러가치 신뢰도를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강대국 기축통화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럼에도, 강대국이 이런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전 세계를 상대로 엄청난
"세뇨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뇨리지(Seigniorage:화폐주조이익)효과란, 과거 중세 때 군주(프랑스 말로 ‘세뇨르’)가 재정을 메우려
금화에 불순물을 섞어 유통시킨 데서 온 말로,
화폐를 찍으면 교환가치에서 발행비용을 뺀 만큼의
이익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기축통화국, 곧 국제통화를 보유한 나라가 누리는
이익이 ‘세뇨리지 효과’다.
이전까지 자본시장은 초강대국의 부도를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개도국과 중소국가들의 부도사태의 경험을
이번 초강대국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입해
답을 내는 바람에 그 “공포”가 유달리 컸다.
그러나 사태의 진행상황을 보니 기축통화를 가진
초강대국 미국의 금융위기는
여타국가와는 달랐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여타 국가와는 달리 금융위기로 절대로 망하거나 부도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돈을 찍어서 파는”
이런 기가 막힌 사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 세계인이 쓰는 기축통화가 되면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은 부동산도, 반도체산업도, 바이오산업도 아니다.
“돈을 찍어서 파는 사업”이다.
종이와 잉크 값 모두 해서 원가 1달러를 들여
100달러짜리 지폐를 찍는다.
후진국이 만든 물건들을 이 종이 달러를 주고 사들이면
이 사업의 부가가치는 99달러나 된다.
세상에 이런 엄청난 비즈니스가 있을까?
이것이 기축통화국의 감춰진 비밀병기다.
세계가 미국의 과도한 소비를 비난하고 금융위기를 가져온
월가의 탐욕을 나무랐지만,
나무랄 뿐이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국은 다시 엄청난 돈을 찍어 금융위기를 넘기지만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달러를 내다 파는 나라가 없다.
오히려 달러를 더 사들여
달러 값을 일시적으로나마 강세로 만들었다.
화폐를 무한정 찍어 그 원가와 액면가 차액의 수혜를 누리는 소위 “화폐주조권의 특혜 –세뇨리지효과*”는
초강대국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중남미, 아시아, 유럽의 금융위기 때
IMF는 부도난 각국 정부에 대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고
외자를 들여오고 하는 등의
가혹한 정책을 썼다.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IMF가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여타 국가들이 욕을 해댔지만
그건 초강대국의 기축통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 이외에는
금융위기에 돈을 무한정 찍어
금융위기를 이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십 수년간 엄청난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나고 있지만 잘 먹고, 잘 살고,
그리고 금융위기를 맞고도 국가부도의 위험이 없었다.
이는 바로 2차 대전 후 영국과의 기축통화 전쟁에서
승리 함으로서 기축통화의 주조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하여간, 초강대국 미국은 달러의 발권력을 가지고 돈을 찍어 금융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것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증시를 단시간에
V자 반등으로 이끈 힘이다.
즉, 미국이 망했다고 생각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기축통화국은 절대 부도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풀어놓은 엄청난 돈을 제로금리로 빌릴 수 있으니 이 돈을 가지고 환율이 폭락했고
주가가 폭락했던 신흥시장 주식을 사면
환율절상효과와 주가상승효과 두 가지를 동시에 누릴 수 있으니
신흥시장의 주식시장으로
달러 캐리 자금이 미친 듯이 몰려가는 것이다.
하여간 이런 미국의 행태가 아니꼬우면 초강대국이 되면 되지만 초강대국은 아무나 될 수가 있는 게 아니다.
강대국의 역사를 보면 초강대국은 100-200년 만에 한번
출현하는 것이고 게다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축통화는 항상 저주를 부른다. 타고난 태생이 가치하락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기축통화에 대한 세계의 수요가 크기 때문에
강대국은 항상 기축통화의 공급을 적자를 통해
늘리기 때문에 적자에 허덕인다.
그리고 문제가 생겨 기축통화의 공급을 줄이거나
가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버리면
전 세계가 경제난에 아우성을 친다.
강대국의 힘은 기축통화의 가격하락이 임계점에 이르면 끝난다.
미국의 경우 그 임계점이 어디일지
그리고 영국을 대신해 미국의 달러가 패권을 잡았듯이
미국을 대신할 패권이 누구인지를 이젠 잘 봐야 할 때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수출길이 막혔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국의 최대 리스크는 미국식 자본주의 소프트 파워의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다.
1950년 이후 미국은 세계의 패권을 잡아 쥐고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다.
미국의 세계시장 지배는 세계최강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을 독점하고
공산주의와 대처하는 나라에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석유, 식량 시장을 독점 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취해왔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사고를 전 세계에 보급하고 절대우위에 있던 정보기술의 힘을 이용해
전 세계를 글로벌화라는 이름으로 묶고
미국식 시스템을 전 세계로 수출했다.
하이테크정보기술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에 미국표준의 정보시스템을 깔았고
그 기반 위에서 달러 기축통화를 바탕으로 한
펀드자본주의를 통해 금융업을 전 세계에 수출해
엄청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에서 흑자를 내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나 미국은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음에도 2차 대전 이후 승리한 전쟁이 없다. 미국식 금융업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도 드러났다.
미국이 자랑하는 IT기술도 성숙기에 들어가
“윈텔”이후에는 새로운 스타가 없다.
금융위기로 미국식 자본주의시스템에 대해 각국이 거부반응을 갖기 시작했고
더 이상 미국식 시스템을 수입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너무 커버린 2인자 중국이 가장 큰 부담이다.
미국, 부채대국의 末路에 들어선 것일까?
미국의 부채시계는 2010년 3월 현재 12조 5천억 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인구 3억 명으로 나누면 1인당 부채는 41,666달러이다.
연간 이자만으로도 4,512억 달러씩 나간다
이는 경제규모 세계12위권인 한국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의 돈이다.
그러나 미국예산지출의 3대 항목이 의료비, 국방비, 이자가 될 정도로 이자의 부담이 커졌지만
미국 재정 적자가 축소될 가능성은 없다.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은 매년 1~2조 달러 가까운 돈이 더 필요한데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지금 만기 돌아오는 국채와 이자지급을 위해 신규 국채발행을 통해
“국채 돌려 막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보면 이번 미국 금융위기는 부동산담보대출에서 시작된 것인데 향후의 방향에 대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국가부채를 화폐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만
가계의 경우는 부채에 대한 부담이 심각하다.
80년대 들어 일본 경제가 힘을 못 쓴 것도 플라자합의로 인한 환율절상의 영향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과도한 채무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대비 가계주택담보대출의 비중 추이를 보면
공교롭게도 일본과 같은 궤적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피크가 2006-2007년이고
사고가 터진 것이 2008년이다.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기축통화는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통화이기 때문에 기축통화국은 경상수지적자를 통해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한다.
따라서 무역적자 지속은 달러가치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달러는 준비자산으로서의 신뢰가 떨어지고
환율하락은 불가피해진다.
강대국의 전제인 군사력을 유지하고 기축통화국의 역할을 하느라 무역적자를 감내하고
후진국의 물건을 사주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는 하지만
그 절대 수준이 과도하게 커지는 바람에 점점 미국 달러의
신뢰성에 의심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기축통화는 태생적으로 그 구조상 트레핀의 딜레마가 있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구조이다.
역사를 보면 강대국의 역사가 200년을 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직전의 기축통화국인 영국도
무역적자를 결국 견디지 못하고
결국 200년 만에 기축통화의 왕좌에서 내려왔다.
미국의 경우 아직 국채 돌려 막기가 가능하고 군사력, 금 보유량, 달러의 대체 수단인 석유와 식량의 통제능력에서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채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나면
과거 강대국처럼 쇠락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기축통화논의? 센 주먹에 함부로 대들지 마라!
금융위기로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린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는 더 강화되었다.
위기가 생기면 돈은 주식에서 채권으로, 장기채에서 단기채로,
현금에서 선물로 가는데
이번에는 전 세계 돈들이 사고가 난 미국으로 몰려가 국채를 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을 못 믿겠으니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떠들었다.
미국은 이번 참에 후진국들의 어설픈 미국의 기축통화 논의에 쐐기를 박고 싶지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금융위기로 구멍 난 미국 금융기관의 금고를 메우기 위해
당장 큰돈을 빌려야 하는 판이라서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로 주가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폭락했던 브릭스(BRICs)국가 정상들이 2009년 6월 러시아에서
가진 첫 정상회의에서 서로 손을 맞잡았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만모한 싱 인도총리
네 사람이 모여 손잡고 합의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이 입으로는 달러강세 유지를 외치고 미 국채 가치를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브릭스(BRICs)국가 정상들은
미국을 “불순물 섞인 금화”를 찍는 로마황제 보듯이 하고 있다.
달러지폐와 국채의 “인쇄공장”이 된 미국 정부를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서 얘기하면 아직은 겁이 나기 때문에,
누가 큰소리를 내었는지 모르게 넷이 모여 합창을 하는 것이다.
결국은 달러에 너무 크게 쇼크를 먹었으니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통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중에서 노련한 중국은 2조 4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와 7천5백억 달러의 미 국채를 미끼로 미국의 간을 보고 있다.
한 방에 기축통화로 부상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통과하기 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경제력이 약화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기축통화시장에도 슬그머니
발을 한쪽 담그겠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을 뺀 여타국가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축통화국으로 위상이 더 세졌다.
유럽과 아시아가 금융위기로 초토화되면서
달러수요가 급증하자 통화스와프를 해 줌으로써
미국의 FRB가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엄밀히 보면 통화스와프는 미국이 만들어준 “달러 마이너스 통장”이다.
개인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주는 곳은 은행이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통화스와프를 하면서
미국은 신용평가도 했다.
유럽에 대해서는 통화스와프를 무제한으로 해주고
못 사는 아시아와 남미국가에는 제한을 두었다.
1인당 소득수준과 경제규모에 따라 통화스와프에 신용 차등을 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발을 담근 게 중국이다. 미국이 세계의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는 동안 중국은
아시아의 지방은행역할을 했다.
미국의 통화스와프 신용평가에 불만을 품고
마이너스통장의 한도금액에 불만이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2조 4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담보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팔았다.
미국만이 할 수 있는 기축통화사업에 중국이 숟가락을 얹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미국은 아무 소리도 안 했다.
중국의 아시아 지방은행 역할에 대해 묵인을 한 것이다.
중미간 최대 핫 이슈는 미국채 발행과 최대 외환보유국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다. 이젠 미국이 중국 보고 “너 위안화 절상해라”라고 해도 중국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위안화를 40% 정도 절상하면 중국산 제품가격이 올라서
미국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폭동이 일어날 걸.
그래, 미국 당신들이 원하는 데로 한번 화끈하게 절상해줘 봐?
우리는 사회주의국가이고, 중국정부는 중국국민의 자산관리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놈들 너희 못 믿어,
지금 가진 7천5백억 불 국채 모두 팔아 버릴 거야.
그리고 우리한테 잘해.
안 그러면 새로 발행하는 국채도 사기 싫어.
미국은 금융위기로 국채를 매년 1~2조를 발행해야 하는 데 중국이 안 사준다면 미국과 유럽만으로는 소화가 불가능하다.
중국이 안 사면 아시아 국가전부가 뒤로 자빠진다.
큰일이 난다.
그렇지만 미국도 지지 않는다.
중국 너 우리 국채 팔래? 팔아버려.
2조 4천억 달러 네 재산도 깡통 되지,
너도 자폭할래?
국민들 재산 2조 4천억 달러를
휴지조각 만들면 시진핑 선생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걸.
싸움 잘하는 개들은 끼리끼리 선수를 알아본다. 그래서 함부로 물거나 짓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가 서로를 묶는 패를 쥐고 있다.
미국은 국채발행에 따른 엄청난 규모의 이자지급에 묘수를 냈다. 미국의 금리를 0-0.25%로 거의 제로로 가져가 금리부담을 줄인 것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해야 하고
만기 돌아오는 국채와 신규 발행하는 국채의 금리를 제로로 하면
만기상환국채의 재발행의 이자부담이 없다.
미국으로서는 모든 위기극복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부실기관정리가 끝나는 동안까지는 제로금리를 유지해
자금부담을 줄일 것 같다.
가장 발전한 나라와 가장 빨리 발전하는 나라의 교체?
미국은 이번 금융위기로 강대국의 조건인 군사력, 경제력, 사회시스템 중에서 경제력부분과 일부 사회시스템에 손상을 입었다.
일부 금융시스템의 약화, 군사력 측면에 여러 가지 위협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약화 정도일 뿐,
기축통화의 지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또한 세계곡물시장은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을 비롯한 미국계 ADM, 콘아그라, 콘티넨털 그레인 등이 잡고 있고,
석유와 식량시장에도 세계최대 석유회사인 엡슨모빌 등
미국계 회사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엄청나게 풀어놓은 달러 때문에 돈이 제대로 돌기 시작하면 인플레가 생기고, 이에 인플레 방지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미 국채가격이 폭락해 미국이 파산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금융기관의 자금중계기능이 손상을 입어 금융의 중개기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재앙이 메인스트리트로 감염이 되어
제조와 가계의 소비의 기반이 완전히 망가졌다.
주택가격하락으로 돈을 풀어도 마치 주식시장에서 “깡통 계좌”가 생기는 것처럼,
대출담보비율이 모자라 “깡통 하우스”가 생겨 집을 빼앗기고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의 숫자가 너무 커 소비가 쉽게 늘어 날수 없다.
또 제조업이 망가져 돈을 무한정 풀어도
투자가 늘어 고용이 쉽게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인플레로 곤란을 겪는다는 것은 한참 뒤의 얘기고 당장은 오히려 디플레의 압력이 크다.
미국과 중국이 중미경제전략대화에서 출구전략은 없다고
합창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가 지속되면
달러가치의 유지도 가능하고
달러가 강세로 유지되면 어설프게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겠다는
나라들이 외화 평가 손실로 박살이 날 수도 있어
미국입장에서는 디플레가 그리 나쁘지 않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패망에는 모두 임계점이 있다. 어떤 강대국이 한방에 가는 경우는 없고
서서히 시들어간다.
또한 이는 외부의 침입을 받아서라기보다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고 내부적인 문제로 망했다.
이번 금융위기로 미국은 신뢰의 손상이 제일 크다.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쉽게 복귀가 안 된다.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달러의 사용비중은
2001년 72%에서 60%대로 낮아졌고
앞으로 그 비중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은 역사이래로 가장 심한 공황을 겪어본 나라고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금융위기에 돈을 벌어본 나라다.
세계 각국에 금융위기가 생기면 값싼 물건들이 넘쳐나
미국이 헐값에 건져 경제가 정상화될 때 팔아 대박을 냈다.
한국의 금융위기 때 은행, 부동산을 헐값에 건진 미국계 사모펀드와 투자가들이 세금문제로 시비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박을 냈다.
이번 금융위기에는 미국은 금융시스템이 무너져
전 세계에 값싼 먹이 감이 널려 있어도 먹을 수가 없다.
이 와중에 미국을 대신해 중국이 넘어지고 있는
기업을 무차별로 사들이고 있다.
기축통화는 세계의 모든 상품에 대한 측정수단이자 저울이다. 도량형의 단위가 왔다갔다하면 그 저울은 더는 신뢰할 수 없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 저울을 쓰더라도 항상 색안경을 쓰고 보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저울을 바꾼다.
미국의 신뢰도에도 임계치가 있다.
지금 같은 속도로 부채가 늘어나면
미국은 10-20년 버티기 어렵다.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력이 부상하면 강대국의 지위는 바뀐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하는 순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미국 채권을 팔아버리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
큰 것이 작은 것을 먹는 것이 아니고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상황이 온다.
지금은 가장 발전한 나라 미국이 가장 발전이 빠른 나라 중국에 추월 당하는 날
세계의 패권은 바뀔 것이다.
돈은 불(火)과 같다. 불을 잘 못 관리하면 집을 홀랑 태운다. 이 불(火)을 관리한다는 것은 리스크(Risk) 관리다.
돈을 잘못 관리하면 금융위기가 생긴다.
빚으로 만든 인당GDP 5만 달러의 아이슬란드가 먼저 터졌고,
사막 위에 형제들의 돈으로 사상누각을 올린 두바이가 깨졌다.
그리스를 비롯한 소위 유럽의 남쪽나라 “돼지(PIGS:포르투갈, 이태리, 그리스, 스페인)”국가들이 불을 잘못 관리해
국가 부도사태를 맞았다.
그 충격으로 전세계 주가가 내려 앉았다.
제2의 유럽 발 금융위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PIMCO의 “Bill Gross”가 2009년2월 투자전망자료를 쓰면서
재미있는 차트를 하나 만들었다.
소위, “불의 고리”다.불의 고리는 “빚의 저주”가 담긴 “죽음의 서클”이다.
남의 돈 많이 쓰고, 정부가 재정적자 많이 낸 순서다.
국가를 보면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 등 문제의 국가들
모두 불이 붙은 “불의 서클” 안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미국, 영국, 일본도 들어가 있다.
이 “죽음의 불의 서클”이 그리스에서부터 먼저 터진 것이다.
G20 선진국이라고 폼 잡고 다니지만 서방의 G20은 빚 많은 순서로 20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이다.
1인당 GDP가 아니라 1인당 부채규모를 보면 선진국의 실체가 들어 나고
이번 금융위기에 문제가 된 나라들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명확해 진다.
지금 그리스 다음으로 “유럽의 병자”로 취급 받는 영국의 1인당 부채액은 171,875달러이고
이미 국가부도가 난 아이슬란드는 428,140달러였다.
인당소득 4만 달러대인 미국은 인당부채도 4만 달러 대이다.
일본, 영국, 미국은 엄청난 돈을 퍼부어 금융기관의 구멍 난 장부를 메우고 경기부양을 하지만 국가부도가 없다.
2008년 기준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국별 통화를 보면
미국 달러가 64%, 영국 파운드가 27%, 일본 엔이 3%다.
PIGS(포르투갈, 이태리, 그리스, 스페인)국가는 제로다.
미,영,일은 기축통화국이고 돼지들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화폐발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국들은 돈을 더 찍으면 되기 때문에
“죽음의 서클”에 가입은 했지만 정작 멤버는 아니다.
그러나 이미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유럽의 병자”로 취급 받는 영국은 재정적자가GDP의 13%이고,
미국은 11%에 달한다.
미국은 GDP가 14조 달러인데 부채가 12조 달러다.
2-3년 뒤면 부채가 GDP를 초과한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부채를 한 푼도 안 갚았고
그 부채는 금액이 두 배로 늘었다.
그래서 이런 미국의 행태를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채권자들은 빚으로 빚을 갚는 “폰지 사기”라고 비난을 하고 있다.
출구 전략이네 뭐네 하지만
이런 상황이면 미국은 금리를 올릴 수 없다.
지금 미국과 영국의 신용등급이 AAA라고 하는데
이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이자를 올려야 하는데
빚이 너무 많아 이자부담 때문에 국가 재정이 거덜날 지경인데
금리를 올릴 수 없다.
강대국의 말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세계가 유럽의 작은 나라 그리스의 국가 부도에 놀라 주가 속락했지만 미국에는 지금 그리스보다 더 심각한 “미국판 그리스”가 있다.
유명한 전직 영화배우가 주지사인 캘리포니아가 재정파탄이 났다.
실질적인 부도인데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도산이다.
EU전체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3%지만
캘리포니아주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는다.
“캘리포니아 쇼크”가 터지면 그리스 쇼크의 3배다. 미국의 최대 채권자인 영악한 중국은 이미 2009년부터 미 재무성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 및 기타 정부기관 채권은 계속 줄여가고 있다.
미국은 2010년에 당장 눈앞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국채를 1조 달러이상 발행해야 한다.
2010년 2월에 있었던 미국의 10년, 30년짜리 국채 발행 경매에서 낙찰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금리도 시장 예상치 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었다,
미국 재무부가 국채 구매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는 상황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09년 하반기부터 중국이 미 국채를 팔기 시작했다. 2010년 들어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호랑이처럼 무섭게 요구하는 것도
잘 보면, 미 국채 발행에서
중국이 사주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강대국의 말기에는 국가재정의 적자지속, 화폐 대량발행으로 화폐의 신뢰성 상실이 생기면서
강대국이 시들어갔다.
과거 로마가 그랬고 영국 역시 이 전철을 밟았다.
미국의 경우도 달러가치가 임계치를 넘어 하락하게 되면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해주던 세계 각국이 달러를 버리고
유로, 엔, 위안화로 혹은 석유, 금 등의 원자재로 도피할 것이고,
달러 기축통화체제는 무너지게 된다.
결국 부채대국 미국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강대국 선배 국가들처럼
부채대국의 말로를 걷게 될 수 밖에 없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잘 모셔 갑니다..^^ 이런 글은 널리 더 멀리 퍼져서 사람들 눈을 깨우쳐야 합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