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크게 두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교실에 들어서니 대학 강의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교단 대신 주방 시설이 갖춰졌다는 점만 다르다. 앞에서 셰프가 열심히 설명을 하면서 요리 시연을 해보이는 동안, 40여명의 학생이 노트를 펴놓고 열심히 필기를 했다. 3시간짜리 시연 수업에 요리 3~4개를 선보인다.
르 코르동 블루의 2007년 요리 · 제과 과정 (1유로=1200원 기준)
전문가과정 |
학비 |
학기 |
요리 과정 (Diplome de Cuisine) |
1만 9950유로 (약 2400만원) |
• 2007.1.4 ~8.29 • 2007.3.26 ~11.15 |
제과 과정 ( Diplome de Patisserie) |
1만 3950유로 (약 1670만원) |
• 2006.6.11 ~2008.3 • 2007.9 ~ 2008.5 |
요리 및 제과 과정 (Le Grand Diplome) |
3만 950유로 (약 3710만원) |
3개월간의 현장 실습(선택) |
200유로 (약 24만원) | 그 옆 교실. 실습 수업이다. 10명 남짓한 학생이 직접 양고기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접시에 담아낸 요리를 셰프가 맛보면서 손에 들고 있던 PDA에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점수를 매겼다. 매 실습시간마다 이처럼 점수를 매겼다가 나중에 성적을 합산한다.
르 코르동 블루의 전문가 과정은 크게 두 부문. 요리 과정과 제과 과정이다. 각각 기초·중급·고급 3단계로 되어있고, 단계별로 10~11주일씩, 3단계를 모두 이수하는데 평균 9개월이 걸린다. 1월, 3월, 6월, 9월에 각각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본인 일정에 맞춰 시작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
요리과정의 경우 초급·중급·고급 단계별로 수업은 각각 60번씩 진행된다. 수업은 시연 30번, 실습 30번으로 나눠진다. 고급 단계를 이수하고 학교에서 정해주는 재료에 따라 학생 개개인이 한 가지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졸업 시험을 통과하면 디플롬 드 퀴진(Dipl짎me de Cuisine)을 받는다. 르 코르동 블루의 요리 과정을 이수했다는 졸업증서다.
제과 과정도 초급·중급·고급 단계를 이수해야 하지만 수업 시간은 요리 과정보다 적어 단계별로 각각 40번 수업이다.??? 3단계를 모두 이수하고 마찬가지로 졸업 시험을 통과하면 디플롬 드 파티스리(Diplome de Patisserie)를 받는다. 요리와 제과 과정을 동시에 수강할 수도 있다. 두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그랑 디플롬(Le Grand Diplome)이 주어진다.
르 코르동 블루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격은 만 18세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자. 프랑스 요리를 해본 경험이 없어도, 프랑스어에 서툴러도 받아준다. 워낙 외국인 수강생이 많아 초급 및 중급까지는 수업 시간에 영어로 통역을 해준다.
하지만 르 코르동 블루에 다니는 학생들은 “입학 전에 프랑스어를 충실히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초급·중급·고급의 3단계 중에 마지막 고급 단계는 프랑스어로만 수업이 진행된다. 또 9개월의 과정을 이수하고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3개월간 실습을 나가려면 무엇보다 프랑스어에 능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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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만드는 실습 수업 장면 | 레스토랑은 실전(實戰)의 현장이다. 분초를 다투며 손님을 위해 좀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와중에 지시 사항을 제대로 못 알아듣고 엉뚱한 걸 건네거나, 되물어 봤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지고 불필요한 인력으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프랑스어가 서투르면 그럭저럭 르 코르동 블루에서의 9개월 과정을 마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프랑스에서 현장 실습을 못하거나 실습 나가서도 겉돌다가 3개월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미식 산업이 발달한 나라다. 르 코르동 블루가 한국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1세대 유학파들은 선진 미식 산업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면서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지금은 그런 프리미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요리 유학이 활발하게 이뤄져 매년 20명 넘는 한국인 학생이 르 코르동 블루를 나오기 때문이다.
르 코르동 블루의 9개월 과정을 마친 한국 수강생들은 대부분 곧바로 한국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취업 비자를 받고 레스토랑에 취직하기도 힘들고, 바닥부터 시작해 도전하기에는 프랑스 요리사의 벽이 너무 높고 험난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외식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프랑스 요리도 덜 대중화된 한국에서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르 코르동 블루를 나온 후에도 프랑스에서 좀 더 깊이 있게 요리를 공부하거나, 프랑스 외식업계에 도전하려는 한국 젊은이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미술학도로 프랑스에 유학 왔다가 요리로 진로를 바꾼 승희정(25)씨는 오는 10월 말 르 코르동 블루의 요리 과정을 모두 끝내고 3개월간의 실습을 마친 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자리를 구하거나 아니면 ‘랭스티튀 폴 보퀴즈’에서 요리 공부를 더 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르 코르동 블루’ 외에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는 외국인 사이에 유명한 또 다른 요리학교로는 리옹에 있는 랭스티튀 폴 보퀴즈(L’Institut Paul Bocuse)가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 폴 보퀴즈가 1990년 설립한 곳이다.
그 밖에도 프랑스 외식업계에서 인정하는 공립 교육기관으로 프랑스 상공회의소가 파리에 설립한 에콜 페랑디(Ecole Ferrandi)와 ESCF(Ecole Superieure de Cuisine Francaise)가 있다. 에콜 페랑디는 고등학교 과정이고, 그보다 고등 교육과정인 ESCF는 실기는 물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영학도 함께 가르쳐 ‘요리의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비할 수 있다. 한국인 중에 ESCF를 졸업한 사람은 2명이고, 현재 2명이 재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