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수난시대다.
평균 연령은 길어지는데 은퇴 시기는 앞당겨지면서 수명을 다한‘돈 버는 기계’는 찬밥신세가 되기 일쑤다.
90년대 초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삼식(三食)이 증후군’이라는 말은 국내 TV드라마와 영화 소재로 등장할만큼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눈뜨면 출근했다가 밤 늦게나 귀가하던 남편이 은퇴하고 24시간 붙어있게 되자 세 끼 밥상을 차리는것은 물론이고 회사 다닐적 부하직원에게 하던 버릇 그대로 집안일에 대해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아 부부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
남편도 남편대로 힘들다.
수십년간 업무적으로 이어진 사람들과 지내다가 은퇴와 함께 연결선이 끊어지면서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마땅한 목표가 사라져 무기력감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중년 남성의 은퇴는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TV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혼관련 책을 펴내고 강의로 바쁘게 살아왔던 김병준 변호사에게도 중년 남성의 고민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동창의 부탁으로 출연하게 된 ‘솔로몬의 선택’에서 변호사같지 않은 격의없는 말투와 재치로 인기를 끌면서 ‘부부솔루션 미안해 사랑해’, ‘친절한 미선씨’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간판 상담 변호사로 자리매김한지 10년쯤 흘렀을 때다.
“갑자기 삶의 재미가 없더라고요. 매일 방송하고 소송 준비하고 밤에는 술자리로 이어지다보니 나를 위한 시간이 1분도 없었거든요. 어렵게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된 이후부터 계속 가족이나 남을 위해서 살았더라고요. 허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는 그의 삶은 인간승리라고 불릴만큼 치열했고 기적과 같았다.
중학교까지는 착실한 모범생이던 그는 고교 시절은 사춘기의 홍역을 호되게 치렀다.
술과 담배를 배웠고 짬뽕 국물에 고량주를 마시며 치기를 부린 결과, 1학년 때 반 62명 중 10등 정도 하던 성적이 2학년 말에는 41등까지 추락했다.
계명대 사회학과 81학번으로 입학했지만 대학에서도 다방과 당구장을 전전하며 한량이 따로 없는 생활을 이어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행복하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 군 제대 후 법대에 합격했지만 집안 사정상 한국통신(KT)에 입사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이 제대를 하자마자 백혈병 진단을 받고 6개월 간 투병 생활 끝에 생을 마감했고 이듬해 아버지도 돌아가셨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졌는데 정신을 차리려고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성균관대 법대에 편입했어요. 모두가 미쳤다고 말렸지만 나이 서른에 고시생 딱지를 달았죠”
늦깍이 고시생이었던 그는 고시공부를 시작한지 6년만에 사법시험에 합격, 10년간 방송과 변호사를 겸하며 바쁘게 살아오던 그는 2~3년 전부터 모든 방송과 인터뷰 섭외를 거절했다.
지금까지도 방송 섭외 요청은 꾸준히 들어오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응하지 않는다.
현재 그가 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TBC 대구방송의 ‘농촌소장 프로그램’과 2월부터 시작하는 YTN의 ‘판도사(판단을 도와주는 사이트)’두 개 뿐이다.
이 방송도 담당PD를 맡고 있는 지인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렵게 수락했다.
방송과 변호사를 겸하면서 10년간 몸도 마음도 지쳤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오토바이(Bike)다.
미국의 중년 남성 4명이 지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서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거친녀석들’을 보고 김 변호사는 큰 감동을 받았다.
첫 눈에 오토바이와 사랑에 빠진 그는 오토바이를 배우기 위해 십여년간 잠자고 있던 고시생 김병준의 마음가짐을 깨웠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즐거운 것을 하기 위해 필사의 각오로 달려든 것.
그는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승용차 면허는 조수석에 강사가 탑승해 동행하면서 가르쳐주지만 오토바이는 혼자 터득해야 했다.
오토바이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었던 그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개인 강습이 가능한 곳을 찾아냈다.
잠실 종합운동장 옆 탄천에 마련된 카트(Kart) 경기장에서 오토바이 업체가 강습을 실시하고 있었던 것.
그 곳에서 개인 강습을 받고 중고 오토바이를 빌려 하루 6시간씩 틈날 때마다 운동장과 골목길을 누비며 연습을 거듭했다.
가족을 위해 인생을 걸고 고시공부에 매진했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쪼개 바이크를 탄 결과, 보통 10명이 시험보면 5~6명 이상은 탈락할 정도로 어렵기로 소문한 오토바이 면허를 그는 단 한 번에 따냈다.
“면허를 딴 후 125cc 오토바이를 빌려서 집 부근에서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지난주에는 400cc까지 배기량을 올렸죠. 앞으로도 연습을 꾸준히 해서 1600cc를 타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번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될 때까지 해야하지 않겠어요?”
그는 지금 오토바이에 미쳐있다.
역삼역 대로변 17층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려오는 소음 속에서도 오토바이 소리만큼은 분명하게 들릴 정도다.
오토바이 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릴 지경이다.
방송 대신 오토바이를 택하면서 그는 또 하나의 변화를 추구했다.
수십년간 동거해온 술과 이별한 것.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는 친구와 술이나 마시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그보다 한심한 일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밀려드는 술자리를 마다하고 그 시간에 책을 보기로 했다.
미술과 클래식, 유럽사는 물론 명심보감과 같은 동양고전과 관련된 책들의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방송을 접을 때 사둔 책들인데 지금껏 읽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부터 하나씩 들춰보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으로 집어든 책은 카메라 관련 서적.
오토바이와 함께 그가 선택한 제2의 취미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배워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술을 끊고 취미 생활을 하니까 삶의 질이 확 달라지더군요. 지금은 술자리에 가서 술 먹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과거에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퇴근 시간도 빨라져서 취미 생활을 하거나 아들과 놀아주다보니 가족들과도 더 친밀해졌습니다”
그의 나이 올해 쉰 하나.
만으로는 하늘의 뜻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이다.
평생 남을 위해 살아오던 그에게 하늘이 품고 있던 뜻은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것 아니었을까.
일찌감치 그 뜻을 깨달은 김 변호사의 꿈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대학생이 됐을 때, 함께 오토바이로 세계일주를 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을 엮어 책으로 펴내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법전을 펼쳤던 그는 제2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푹 빠져있다.
첫댓글 이분 방송에 나와서 할리 탄다고 하신거 같은데요....아들이 걱정을 많이 하는 맨트도 나오고...중년의 취미는 꼭 필요하지말입니다..
바이크 에 대해서 조금 이라도 아는 변호사가 아무레도 낫지 안을까요?
미국 내에서 chopper 를 직수입하고 싶습니다만.....가능하시나요?
이메일 로 보내주세요
사진 첨부파일 전송 할 수 있도록 제 이멜일로 이메일 주서 부탁 합니다
Bravo your life. . . . .
법조인은 바이크잘안타는데 특이합니다.
멋진 분입니다...
친금감과 유모가 풍부한 멋쟁이
호곡~^^ 김변호사님이 저와 갑장이신듯~!!
학창시절 술담배와 성적 ㅋ 바이크를 타게 된 동기와 한번에 면허 딴것까지도 비슷하네요~ㅎ.
모든 모임 다 접고 1년 전부터 할리라이프를 즐기고 있습니다.
단 한 번 밖에 없는 인생~ 이제 진짜 부자가 되고 싶네요.
내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자유롭게 시간을 쓰는 사람이...^^
흑우님 좋은 정보 갑사합니다.
인생 최고의 멋!!
바이크와 함께하고 싶네요.
야생마처럼 가족과 직장으로 ....
이제는 자신을 돌보며 후회없는 인생을 멋진 바이크와 함께 즐길겁니다
어!! 하는 순간 60줄을 바라 봅니다
살아온 인생 후회는 없지만 자신만을 위한 일생 바이크와 함께 멋진인생의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