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장편동화>
민수와 병덕이는 무섭기도하고 당황하여,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고 서 있었습니다.
병덕이가 나섰습니다.
"스님,안녕 하세요?"
"그래.너는 병덕이로구나.어찌하여 이곳에 함부로 들어왔느냐?이곳은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어서 밖으로 나가자."
무섭게 혼이 날 줄 알았던 민수와 병덕이는 의외로 스님께서 다정하게 말씀하시자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대웅전 법당 앞 작은 마루에 세 사람이 앉았습니다
몸이 바짝 말라서 앙상한 스님은,연로한 탓에 쇠약해 보였습니다.이도 많이 빠지고 얼굴엔 주름이 쭈글쭈글 합니다.그러나 두 눈빛만은 깊고 그윽하여 보는 사람으로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민수는 스님이 낯설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께서 내오신 쟁반에는 산머루가 가득하였습니다.새까만 머루알들이 새콤달콤하여 민수는 바쁘게 손이 갑니다.
"스님.민수는 제 서울 친구에요.방학이라서 할아버지 댁에 놀러 온 것이에요."
"그래.친구란 소중한 것이다.서로 사이좋게 지내거라.그리고 병덕이에게 내가 줄 것이 있어서 불렀다.아빠가 허리를 다쳤다고?"
"예.수술을 받아야 한댔어요."
"이걸 갖다가 아빠에게 드려라.먹는 방법은 여기에 상세히 적었다,"
스님께서 작은 주머니와 편지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주머니 안의 것이 아마도 약인 것 같았습니다.병덕이가 공손히 받았습니다.
"스님.한가지여쭤 볼 게 있어요."
민수의 조심스런 말입니다.
"무엇이냐?"
"스님은 절암산 용굴의 전설을 알고 계세요?"
민수의 뜻밖의 물음에 스님께서 어린 민수의 초롱초롱 빛나는 두 눈을 바라봅니다.까만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약간 상기된 듯한 통통한 볼을 보며 스님은 입가에 보일듯 말듯 가벼운 미소를 띠었습니다.그리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조금 전 저희들이 들어가서 본 저 집 안의 용 그림은 어떤 것이에요?"
"삼룡각 안의 용 그림 말이구나.음- 용 그림이라......,"
"삼룡각이 어떤 뜻이에요?"
"그것은 세 마리 용을 모신 집이란 뜻이지."
민수의 궁금증에 스님은 지그시 잇소리를 내며 두 눈을 감았습니다.그러다가 가끔씩 가늘게 두 눈을 뜨고는 민수와 병덕이를 번갈아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그리고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너희들이 어찌하여 그 용 그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냐? 그것부터 말해 보거라.그 그림이 절암산의 전설과 관계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예.그렇게 생각해요.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꿈을 꾸었어요......,"
민수는 스님에게 용 꿈 이야기와 세모꼴의 용 조각품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스님은 민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헛헛,헛기침을 합니다.아마도 민수의 여러 이야기에 매우 놀라시는 것 같았습니다.손으로 연신 삼각꼴 용 조각품을 매만지십니다.
"오호! 업보로다."
"똑똑똑......,"
스님은 알 수 없는 말씀을 하시며 목탁을 치기 시작했습니다.잠시 후,스님이 차분하고도 엄숙하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그리고 이 이야기를 다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하기야 어린 너희들에게 내가 무슨 다짐을 받겠냐만은.....,"
"......,"
스님은 어떤 결심을 한듯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절암산에는 세 마리 용에 대한 전설이 있었단다.절암산에 세 마리 용이 살다가 천 년이 되자 승천하게 되었는데,그 옛날 황룡 두마리는 승천하고,흑룡 한 마리는 떨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용과같이 용맹한 장수 세 사람이 이 고장에서 나와서 두 명은 충신으로 나라를 지켜내는 훌륭한 장수가 되고,나머지 한 명은 비겁한 장수가 되어 나라를 망치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한편으로는 아마도 훌륭한 두 장수와 어리석은 장수의 출현을 빗대어 이야기가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단다......,"
스님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이 차는지 휴! 한숨을 고르시더니 다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옛날에 절암산에서 두 마리 황룡이 승천하고 한 마리 흑룡이 승천하다 떨어져 죽었을 때,그 장소가 바로 삼룡각이 서 있는 절벽이었습니다.그래서 사람들은 떨어져 죽은 흑룡이 한을 품어서 절암산 자락에서 나라를 망칠 악인이 태어날 것이라고 걱정을 하였습니다.
어느날 지나던 한 고승이 있어 삼 일 밤낮을 이곳에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더니 승천하다가 떨어져 죽은 흑룡의 한을 달래고자 흑룡사라는 작은 절을 세우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죽은 흑룡의 한으로 인해 악인이 태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것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이라서 그것이 정확히 언제쯤인지는 사람들은 알 수 없었습니다.그런 연유로 흑룡사에는 스님 한 분이 계시게 됐고,그 스님을 수발 들 동자승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삼룡각 안에는 불상과 함께 비상하는 흑룡의 그림과 세 마리 용이 싸우는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민수와 병덕이가 들어갔을 때 세 마리 용의 싸우는 그림만 보고 반대쪽에 있는 흑룡의 그림은 보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절암산의 전설과 흑룡사에 대한 이야기의 전부다.이제 알겠느냐?"
"예."
"후유!"
스님의 긴 이야기가 끝나자 민수와 병덕이는 자기도 몰래 한숨을 토해냈습니다.뭔가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얘야.그 삼각정을 이리 다오.어디 한 번 보자꾸나.본래 이 삼각정은 우리 흑룡사의 물건이었다.언젠가 잃어버린 후로 지금껏 찿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아,나도 스승으로부터 말로만 전해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스님은 민수로부터 삼각꼴의 용 조각품을 받아 들더니 감개무량한 듯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민수는 용 조각품의 이름이 삼각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그럼 이 삼각정이 본래 이 흑룡사의 물건이었군요?"
민수의 말에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스님.그렇다면 제가 이 삼각정을 본래의 주인인 흑룡사에 돌려드리겠습니다.비록 아빠가 방학 선물로 저에게 사주셨지만 아빠도 이 사실을 아시면 기뻐하실 거예요.그 대가로 저희에게 삼룡각의 용 그림들을 한 번만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민수가 어른스럽게 말하였습니다.지금껏 내내 용 그림들이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스님의 얼굴에 활짝 화색이 번졌습니다.
"고맙다,얘야.이것이 참으로 오래된 귀하고도 귀한 인연인가 보구나."
스님은 얼마나 기쁘셨는지 민수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상기된 얼굴이 아이처럼 달뜬 모습입니다.
"본래 이 삼각정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였다."
이렇게 말씀하시며 스님은 세밀하게 삼각정을 살펴 보는 것이었습니다.
민수와 병덕이가 지루했던지 자리에서 막 일어설 때입니다.
삼각정을 살펴 보던 스님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습니다.흑룡의 한쪽 눈이 유난히도 크고 볼록 솟아 있는 것이었습니다.스님이 이상한 생각에 볼록 솟은 흑룡의 한쪽 눈을 힘껏 눌렀습니다.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삼각정의 밑 부분에서 둥그런 나무 마개 같은 것이 솟아 나오는 것이었습니다.그리고는 그 속에서 한 장의 누런 기름종이가 나왔습니다.
민수와 병덕이는 순간 놀라움에 두 눈이 커지고,스님은 환희로움에 얼굴빛이 붉게 물들었습니다.급히 기름종이를 펼칩니다.
기름종이에는 깨알 같은 글이 길게 한자로 써 있었습니다.한쪽에는 어떤 약도도 그려져 있었습니다.놀라움에 스님은 얼굴이 굳어지며 기름종이에 적힌 글을 모두 읽고 약도도 확인하더니,다시 구멍 안에 종이를 말아넣고 마개를 닫았습니다.그러자 틈 자국도 안보이도록 완전하게 나무마개가 들어 맞았습니다.감쪽 같았습니다.
"놀라운 일이야.놀라운 일이야......,"
스님은 같은 말만 되풀이 하시며 손 끝으로 연신 염주만 돌리십니다.
"스님.심부름 갖다 왔어요."
이 때 뒤에서 맑은 목소리로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동자승이었습니다.
"수고 했다.영영아.가서 손전등을 갖고 오너라."
"예.스님."
동자승 영영은 반가운 친구 병덕이와 눈 맞출 새도 없이 얼른 법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친한 친구 병덕이와 새 친구가 와 있는 것이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발걸음에 힘이 넘칩니다.
영영으로부터 손전등을 받아 든 스님이 일어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모두들 따르거라.절암산의 전설을 확인하려는 것이니.특히 민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일을 잘 기억하고 보아 두거라.모든 인연이 너에게로 이어져 오는 것 같구나."
"예.스님."
스님의 결연한 말에 민수는 바짝 긴장이 되었습니다.뭔지 모를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가슴을 스쳤습니다.
스님이 앞장서서 삼룡각 안으로 향했습니다.뒤를 따르는 민수는 아랑곳없이 병덕이와 영영이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희희낙락입니다.
이윽고 모두 삼룡각 안에 모였습니다.
스님이 불상 오른쪽 벽에 붙어 있는 흑룡 그림 앞에 섰습니다.
"아......,"
"흑룡이다."
민수와 병덕이가 놀라움으로 흑룡 그림을 바라봅니다.몹시 용맹스런 흑룡이 하늘로 비상하는,매우 힘차고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입니다.
스님이 벽에 붙어 있는 흑룡의 그림을 가만히 떼어냈습니다.그러자 벽면에 세모난 구멍이 주먹 만하게 나 있었습니다.스님이 삼각정을 그 세모난 구멍에 넣으며 힘껏 눌렀습니다.그러자 '덜커덩!'소리와 함께 흑룡 그림이 붙어 있던 그 자리가 문이 열리듯 벽면이 스르르 옆으로 비켜나는 것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다음 회에 뵙겠습니다.
2013.1.25.조성덕.
첫댓글 잘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갈수록 흥미진진해집니다,
안녕하셨어요?
날이 차나 곧 봄이 오고있음을 알기에
희망으로 삽니다.
고맙습니다.
즐감
덜커덩 소리와 함깨 벽면이 스르르 열린다니 스릴이 넘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