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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네 회사에서 이 책 번역 출간하려다가 안팔릴 것 같다고 프로젝트 죽었다는 소식 듣고 아쉬워서 프롤로그만 번역해 올립니다.
그렇게 옛날도 아닌데 이런 성향의, 지나칠만큼 공격적인 저자가 영관급까지 진급할 수 있었다는게 놀랍다는...
“컴온… 컴온…” 나는 이빨을 악물고 아픈 턱에 힘을 빼려고 노력하면서 트로틀을 좀더 당기고 F-16의 기수를 지상쪽으로 좀 더 떨어트렸다. 그러자 바이퍼는 밑에 펼쳐진 갈색 먼지 덩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는 아랫 배에 익숙치않은 불안감이 찌릿하게 느껴졌다.
“All Players, all Players . . . this is LUGER on Guard for Emergency Close Air-Support. Any CAS-capable flights report to LUGER on Indigo Seven . . . repeat—any CAS-capable flights report to LUGER on Indigo Seven. Emergency CAS in progress. LUGER out. ”
내 무릎의 임무 자료더미들을 봤다. 인디고 7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지만 임무에 투입되는 온 우주의 모든 주파수 목록 다 있다는 통신 카드가 있었다.
씨~X!
또 하나의 X같은, 내가 알 수 없는 주파수다. 나는 전쟁 시작 6개월전에 미션 플랜을 짰던 병신들에게 욕을 했다. 그들은 커피를 들이키면서 그 무거운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는 90 퍼센트는 쓸데없는, 엄청난 분량의 자료들을 만들어냈었다.
난 그들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똑똑하지만 자기들이 맞다는 확신에 가득 차서 다른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으려하는 작자들이다. 결과가 보여준다. 나는 심지어는 제대로 된 대축척 이라크 지도도 받지못했었고 항공근접지원임무(Close Air-Support missions: CAS)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었다. 내 주 임무는 와일드 위즐로 지상 방공망 제압이었기에 CAS는 내 주요 임무가 아니었다. 하지만 1차 걸프전이나 코소보에서 겪어봤던 우리들은 알고 있었다. 지상에 있는 부대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근처에서 가용한 어떤 전투기이던 간에 최대한 빨리 가야만 한다는 것을…
퓨얼… 퓨얼… 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가운데 초록색 표시가 깜빡였다. 그걸 끄고 나는 빨리 새로운 최소 연료량을 훨씬 낮춰서 입력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한동안은 경고등이 신경 거슬리게 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 연료 탱크안의 JP-8연료가 더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건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다. 만약 임무를 완수하기에 충분한 연료가 없다면 기지로 귀환해야만 한다. 그건 간단한 이치이다.
아님 말고…
제2차 걸프전은 5일째를 맞고 있었고 2 해병사단 3대대의 예하부대 하나가 남부 이라크의 나시리아 북쪽에서 고립되었다. 그들은 비상 항공근접지원을 요청했었고 이는 어떤 전투기건간에 대응 가능한 기체는 기존의 임무를 취소하고 현장으로 날아가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문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로만 75라는 콜싸인으로 작전중이던 내 4대 편대는 즉시 임무를 변경해서 해병들을 구하려고 했다. 불행히도 근래 볼 수 없었던 초대형 모래폭풍 이 방향을 향하고 있었고 다른 두 편대는 그 아래로 내려와 보병들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희망적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전쟁에서는 네가 해야만 할 일은 네가 해야만 한다.
“로만… 로만… 여기는 치프텐… 알…” 치프텐은 CAS를 요청한 해병 부대다. 무전기의 수신음에서는 오해의 여지가 없는 자동화기 소리가 배경음으로 들려왔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난 그 친구가 뭐라고 이야기할지 알고 있었다. 씨X, 도대체 어디인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 당장 여기 안오면 우리는 죽어!
나는 거의 지난 8시간동안 물 한모금 못 마셔서 갈라져버린 입술을 혀로 축였다. “치프텐… 치프텐… 로만75가 남쪽으로부터 60초 뒤에 공격한다.”
남부 이라크는 더러운 동네다. 두말할 것도 없다. 나는 드넓은 메소포테미아 평원을 내려다보면서 또 다시 떠올랐던게 왜 우리는 어디 아름다운 동네에서는 전쟁 안하는 걸까라는 생각이었다. 리히텐쉬타인이나 아일랜드… 바하마도 좋고…
오늘 완전 황갈색 일색이다. 들쭉날쭉한, 초록에 푸른 유프라테스강 줄기는 누가 갈색 천을 덮어놓은 것처럼 황갈색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란 국경을 향하는 동쪽편 강들은 초록빛에 비교적 비옥해 보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진흙으로 한겹을 덮었다. 남서쪽으로부터 더러운 갈색 벽이 솟아올라 이라크 전체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면서 사라져버린 지평선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보다 더 서쪽으로는 지상에서 5만ft까지 흐릿한 검은 색으로 바뀌었다. 태양은 모래커튼을 통해 더러운 오렌지색으로 겨우 보일 정도였다.
나는 이거 셋팅하고 저거 다시 체크하면서 조종석안을 훑어봤다. 오른쪽 콘솔의 아주 뒤쪽에 항공기의 데이터 카트리지와 기밀 테이프들을 넣어두는 신발박스만한 캔버스 가방이 있었다. 일단 내용물들이 기체에 장착되면 나는 보통 여기에 물병이나 여분의 소변백, 간식꺼리 같은 걸 넣어두곤 했다. 몇시간 비행 후 열고 한손으로 물건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난 항상 간식시간을 살아있는데 대한 보상의 일종으로 기다렸었다.
내 기체가 7천ft까지 하강해서 주변의 불길한 하늘을 다시 한번 훑어봤다. 모래폭풍이 거의 도착했다. 그 첨단은 남서쪽에서 모든 것을 갈색 연무로 가리며 굴러오고 있었다. 나는 내 3호기와 4호기를 분리시키고 내 윙맨만 목표지점 상공을 선회시켰다. 우리 둘 다 저 아래로 내려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로만… 로…”
전방 항공 통제관 목소리에 공포가 느껴지고 나는 기수를 앞으로 내려박고 전투에 뛰어들고 싶다는 조바심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살아날 수가 없고 그 친구들을 구할 수 없다. 만약 내가 지상을 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먼지가 즉각적인 공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나는 마이크 키를 잡고 선명하고 무감정하게 이야기했다. 난 내가 침착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내면 그 친구들에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사 나 자신은 그렇게 안느끼고 있더라도… 전투기 조종사들은 훌륭한 배우이기도 하다.
“치프텐… 도로상에 우군이 있는지 확인 바란다. 반복한다. 도로상에 우군이 있는지 확인 바란다.”
“확인! 확인… 모든 우군은 도로…. 도로의 서쪽에…”
내가 답신을 마쳤을 때, 기체가 먼지에 삼켜지고 나는 대지무장 화면을 불러내서 날개에 달린 2기의 AGM-65G 적외선 유도 매버릭미사일을 선택했다.
이것들은 큰, 각기 약 600파운드짜리로 열상의 대비 혹은 표적 주위에서 새어 나오는 열원을 정밀하게 추적하는게 가능하다.
“X~오까튼…”
나는 매버릭이 보는 영상을 내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개판이었다. TV방송국에서 송출이 중단되어버려서 화면이 노이즈로 가득한 것처럼 완전히 엉망이었다.
4천ft… 그로 목표까지 5마일. 시간이 별로 없다.
나는 재빨리 다른 미사일로 전환시켰다. 상황은 같았다. “X~발…”
휘날리는 모래가 방해가 되어도 이 정도로 안 좋을 수는 없었다. 나는
좌절감에 계기판 가림막을 내리쳤다. 너무
바빠서 해가 아직 안졌던 걸 잊었다. IR
미사일은 기본적으로 가시영상이 아니라 열상의 대비를 추적하기에 밤에는 잘 작동한다. 하지만 일몰과 일출 직전과 직후 몇시간 동안은 내부에서 열을 발산하고
있지 않는다면 모든 사물의 온도가 비슷하기에 거의 항상 적외선영상이 무너진다. 이게 왜 그런 시간대에 우리가 다른 무장을 쓰던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기관포뿐이다. 이건 아주
낮고 아주 가깝게 가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어간다. 우리 얘들이…
사출좌석 하네스를 당겨매고 밑으로 내려갔다.
3천ft. 480노트 그리고
하강중이다. 나는 지표면과의 실제 고도를 디지털로 표시해주는 레이더 고도계를 주시했다. 야간이나 지금처럼 악천후에는 이게 생명줄이다.
아래쪽에는 먼지가 옅어질 수도 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두근거리는 맥박을 무시했다. 농담 아니고 진짜 내 가슴을 해머로 내려치는 느낌이다.
“로만… 로만… 로그들이 도로를 횡단했다…
그들… 그들… 대기!”
로그는 로그헤드들(무슬림, 아랍, 시크등 머리에 뭘 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차별적인 속어다. 여기서는 이라크군을 의미한다. 나는 다시 입술을 핥을려고 시도해지만 포기했다. 트로틀을 더 당기고 스피드 브레이크를 전개하고 16을 더 늦춰서 2천ft를
지나 내려갔다.
저기!
나는 내가 환상을 보는게 아닌지 확인하려고 눈을 몇 차례 깜빡였다. 어두운 갈색. 바위 그리고 이라크에 퍼져있는 못생기고 작달막한 초록색 덤불들이 흩어진
지상이다.
즉시 HUD통해 전방을 확인했다. 나는
방향표시를 내게 주어진 유일한 위치에 오게 조종했다.
3.3 마일
재빨리 레이더 경보 수신기를 확인하니 어떤 레이더유도 미사일이나 대공포 신호도 없었다. 당연히 이게 적외선유도 미사일이나 밑에 있는 수백정의 AK-47을 탐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게는 좋은 소식이다.
1000ft에서 전투기를 수평비행으로 잡고 스피드 브레이크를 접고 400노트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트로틀을 밀었다. 이렇게 하면 안그래도 모자란 연료를 조금이라도 아끼면서 기동할만한 속도를 만들어낼 것이다.
"로만... 그들... 위치... 도로와 언덕 사이..." 교신은 알아듣기 힘들었고 잡음으로 끓어올랐다.
언덕? 왠 언덕?
지상의 송신이 너무 깨져 들어왔다. 접근해오고 있는 모래폭풍이 주는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도로위에 있는 모든... 반복... 도로 위에 있는 건 다 죽여버려라!" "로만75 확인." 그래서 도로위에는 우군이 없단 말인데 그렇다면 난 살인면허를 받은거다.
그리고 저기 보인다.
북에서 남으로 구불거리는 회색 띠가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남동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경계부들은 대부분 불규칙하고 먼지에 휩싸여있었다. 기체를 움직여 기수를 목표에 맞추었다. 내 왼쪽 무릎위에 화면의 매버릭 미사일이 보고 있는 영상을 봤다.
깜깜하다. 빌어먹을 아무 것도 안보인다.
내가 눈을 치켜뜨자 이라크 행렬이 먼지속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바로 독파이트 스위치를 켜서 내 기관포 표시를 띄우고 기수를 내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내가 그 위를 지나갈 때 적 차량들, 몇대의 장갑 수송 차량들 그리고 수많은 움직이는 병력들이 보였다. 그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는 상상이 안가지만 약 3초만에 전체 지역을 지나쳐서 내 등뒤로 사라져버렸다.
내 HUD 밑에 달린 키보드로 마킹을 하고 서쪽으로 강하게 뱅크했다.
“치프텐… 치프텐… 로만75는 서쪽으로 빠졌다. 90초뒤에 북쪽에서 재공격한다.”
대답이 없다.
천천히 쌍욕을 하면서 목표를 등뒤로 하고 서쪽으로 향했다. 시야는 개판이었지만 둥근 고지쪽에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해병들일것이다.
잠시만 견뎌…
거기도 마크했다. 내가 버튼을 누르면 F-16의 컴퓨터 매직이 내가 상공을 날고 있는 지표좌표를 마킹해준다. 내가 비행한 정확한 장소의 위도와 경도와 조타각 그리고 거리를 계산해준다. 이 기능은 이런 상황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 나는 이라크얘들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알고 어떻게 공격할지도 알게 되었다.
표적에서 4마일 지점에서 2000ft로 상승해서 북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도로가 나올 때까지 타원을 그리며 날았다가 행렬 뒤쪽에서부터 내 기관포로 공격할 것이다. 그들은 먼지 때문에 내가 접근하는 걸 볼 수 없을 것이다.
“로만 투… 원 온 빅터.” 나는 트로틀을 뒤로 당기고 내 떨어지는 연료표시를 읽었다.
“고 어헤드 원.” 고맙게도 내 윙맨이 아직까지 저기 어디에 있다.
“루거를 불러서 급유기를 가능한, 최대한 북쪽으로 보내달라고 연락바란다. 그리고 탱커를 만나서 거기서 대기하라.” 루거는 선회중인 AWACS이다. 이론적으로는 루거는 언제던지 작전중인 모든 전투기들과 급유기들이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투 카피” 질문이나 군소리 없는 좋은 친구군. “일이 좀 더럽게 됐습니다.” 그 친구가 한 마디했다.
"원 카피… 나는 재공격해야 한다. 자넨 철수해서 가서 급유기 잡아라.”
이제 진짜 나 혼자뿐이다. 하지만 내 윙맨은 대레이더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무용지물이었다. 차라리 가서 연료나 보충해두는게 좋을 것이다. 난 급유기가 이라크 영내로 진입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시도는 해봐야 했다. 땀이 찬 내 마스크를 헬멧에 매달리게 풀고 바깥을 봤다. 물 한모금 마셨으면…
“로만… 로만, 여기는 치프텐…” 교신이 다시 들어왔다. “…움직인다…. 차량…도로. APC들과 탱크들… 대대전력…”
숨막히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교신이 끊어졌지만 배경에 중화기발사음이 들렸다. 우리쪽 사격이면 좋을텐데…
4.2 마일.
이제 목표는 내 왼쪽 어깨 너머로 있고 완전히 먼지에 싸여 있다. 폭풍의 끝부분의 난기류덕에 약간 흔들렸다. 이런, 지표가 시야에서 또 사라졌다.
존나 환상적이군.
하지만 더 기다릴 순 없다. 전투기의 기수를 들어올린 다음 재빨리 강하게 5G 선회를 해서 남동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나도 내가 도로 쪽으로 가야하는 건 알지만 만약 이라크얘들이 날 봤다면 아마 해병얘들에 잠시동안이라도 신경을 못 쓸 것이다.
돌아나와서 기관포 표시를 띄우고 산소마스크를 다시 채웠다.
“치프텐… 로만이 북쪽으로부터 진입한다… 30초.”
“로만… 서둘…”
그리고는 다시 교신이 끊겼다. 진짜 서둘러야된다.
친구들, 내가 간다… 잠시만 기다려.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내 피로감도 사라졌다. 저기 아래 미국 해병대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내 고향 같은, 여느 미국 동네에서 온 친구들이고 그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와 여자친구들을 가진 남자들이다.
X~옷까!
나는 트로틀을 당기고 기수를 밀었다.
기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서 1000ft에서도 여전히 지표가 안보였다. 기체를 살짝 왼쪽으로 일어서 400노트로 감속하면서 500ft로 내려갔다. 갈색 덩어리들이 조종석을 스쳐 지나가고 기체에 매끄럽지않은 구석은 어디든지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2.7마일, 나는 전투기를 200ft까지 밀어넣고는 송전탑이나 케이블이 없기를 기도했다. 기관총을 준비하고… 저기!
길이다.
단단히 고정시키고 HUD 주변을 보기위해 목을 옆으로 빼서 봤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기수를 정렬했다.
“로만… 로만… 더 많은 차량들… 북쪽으로부터… 함락…” 해병의 목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의 공포가 느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관측의 중압감으로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갑자기 사각형 형체가 내 시야의 구석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하나 더… 트럭이다! 대형 군용 트럭! 대략 20여대가 도로를 따라 줄지어 있고 남쪽으로 해병들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복수의 천사처럼 먼지를 뚫고 튀어나왔다.
HUD를 주시하면서 내 왼손이 마스터 암 스위치를 눌렸다. 오랜 훈련이 차고 들어오면서 차량행렬의 끝 방향을 향해 기수를 정렬했다.
기수를 낮추면서 내 HUD 아랫쪽으로 작은 조준원을 끌어내렸다. 조준원이 목표를 향해 올라오도록 지표를 향해 내려간다는 아이디어다. 에어스피드에 외과수술적 조정을 하고 조준원을 표적을 격파 가능할 만큼 가깝게 가져가면 된다. 그 도중에 지상에 초속 800ft로 때려박지 않아서 너도 죽지 않으면 더 좋고…
100ft를 지나는데 조준원은 여전히 트럭에 미치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살짝 당겨서 전투기의 기수(기관포의 조준도…)를 들어올려서 트럭에 맞췄다. 작은 초록 조준원이 트럭의 대문짝만한 뒷문에 닫는 순간, 내 오른 검지손가락이 당겨졌다.
“부우우우우욱…”
개틀링건이 수백발의 20mm 탄두들을 뱉아내자 전투기가 옆으로 들썩이며 밀렸다. 나는 즉각 다시 기수를 당겼다가 밀어서 행렬 중간을 겨냥했다.
“부우우우우욱…”
롤해서 오른쪽으로 이탈하면서 한쪽 날개를 세우고 행렬의 옆을 따라 날았다. 어두운 색의 작은 인영들이 길의 좌우를 따라 흩어져 있었고 덤불 뒤나 구덩이로 숨으려 들고 있었다. 나는 너무 낮게 날아서 심지어는 차량 문에 그려진 작은 이라크 국기까지 보였다.
몇가지 일들이 다음에 일어났다.
몇몇 집단의 군인들이 돌아서서 무기들을 겨냥하려는 시도들이 명백히 보였다. 몇 초 뒤 나를 향한 사격이 시작되었고 난 여전히 그들의 사거리안에 있었다.
“빙고... 빙고… 빙고…” 빗칭 베티라고 불리는 음성경고 시스템이 내 모자라는 연료 상황에 대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렬의 끝 쪽 두대의 트럭이 터져 올랐다. 겨우 100ft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러더를 밟고 다시 롤해서 300ft로 튀어 올라 갔다.
“치프텐… 로만75는 남서쪽으로 빠진다. 차량들이 불타고 있다. 행렬은 현 위치에 정지되어었다.”
“로만… 재공격 바란다… 공격… 로그들이…” 그리고 다시 깨지는 잡음과 함께 교신이 희미해졌다.
내가 방금 했던 것 같은 공격을 다시 했다가는 돌아갈 연료가 모자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왼쪽 날개가 행렬 앞쪽 끝을 지났을 때, 고개를 돌려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빡세게 시야를 고정시켰다. 불어오는 모래로 인하여 행렬이 어둠속으로 사라졌을 때 트로틀를 끝까지 열고 수직상승해서 오른쪽으로 거의 꺼꾸로 롤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200ft의 고도를 이용해서 지상과 이라크 선두차량을 향해서 내려왔다. 러시아제 장갑수송차량(APC)이었다.
그리고 그 놈도 날 봤다.
트로틀을 당기고 옆으로 미끌어져서 정렬하는데 그 놈이 날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두가닥 초록색 예광탄 줄기가 내 왼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지나갔고 사수는 나를 보고 조준을 보정해가고 있었다.
나는 그걸 무시하면서 수평을 회복하고 조준원을 표적에 오도록 조종했다. 너무 가까워서 사수가 헬멧을 안쓰고 있는 것과 그의 콧수염까지 보였다. 조준원이 APC의 앞 범퍼에 닫는 순간 트리거를 당겼다.
“부우우우우욱.” 장갑차는 갑작스럽게 튀어오르는 먼지와 불꽃에 휩싸여 사라졌다. 다시 기수를 들고 고도를 유지하며 재빨리 기관포탄 숫자와 레이더 고도계를 확인했다. 백발도 안되는 숫자가 남았고 지표고도 140ft 아래쪽을 날고 있었다. 지금은 우아하게 움직일 때가 아니다. 거칠게 조종간을 잡아채서 조준원을 선두 트럭에 맞추고는 마지막으로 사격을 했다.
“부우우욱.” 그리고 내가 50ft를 지날 때 기관포는 멈추었다.
서쪽으로 강하게 선회하면서 나에게 오는 사격 조준을 흩어버리기 위해 러더를 차고 조종간을 당기면서 내 오른쪽 어깨 너머를 봤다. 그때 날 본능적으로 움찔하게 만들만큼 크게 트럭이 폭발하면서 수천발의 탄약이 유폭되었다. 포탄 하나가 행렬 바로 뒤의 트럭으로 튕긴 것 같았다. 그 트럭도 역시 폭발했다. 지표가 갈색 안개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남은 트럭들과 BTR들이 길옆 구덩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는게 보였다.
목을 축이기 위해 침을 삼키고 재급유 경로로 가는 지점을 선택하고는 천천히 상승하게 시작했다.
“치프텐… 로만75는 서쪽으로 빠진다… 빙고… 윈체스터 앤 RTB.”
이 교신은 내가 연료와 무장을 다 소모해서 목표지역을 떠나서 기지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짧게 말한 것이다. 하지만 별 의미가 없었던게 난 답신을 못받았고 이제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다.
1700 파운드의 연료…
내 연료는 빙고수준보다 한참 아래쪽이었고 쿠웨이트의 전방 피항기지는 고사하고 국경까지 갈 수 있을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나는 차게 식은 진땀이 마르는 걸 느끼며 무장을 안전에 놓고 혹시라도 흐르는 유탄에나 맞은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엔진계기를 봤다.
국경을 향하여 남서쪽으로 날면서 고도 8000ft를 지나자, 선명한 하늘로 나왔다. 이 연한 푸른 하늘보다 내 인생에서 좋아 보이는 건 없다. 마스크를 풀고 내 까슬한 턱을 닦고 눈을 문질렀다.
“로만 2… 원 온 투.” 난 송신을 하고 기다렸다.
대답이 없다. 주파수를 바꾸고 AWACS를 불러봤다. “루거… 로만75.”
역시 대답이 없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한다. 아마 내가 마지막 남은 기체인가보다. 급유기 트랙은 대략 내 앞쪽 120마일 밖에 있는데 내가 거기 갔을 때 만날 수 있을거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면 만나더라도 급유해줄 연료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난 X된거다.
내 왼쪽으로 대략 비슷한 거리에 쿠웨이트가 있다. 거기에 기지들 몇 개와 아마 어떻게든 기체를 앉힐만한 해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AWACS와 교신없이는 나는 어떤 기지가 열려있고 착륙시킬만한 상태인지 알 방법이 없다. 그러면 그것도 X된거다.
더러운 날이다.
지금 난 전투기 조종석에 8시간이상 묶여 있었고 5번의 공중급유를 받았었다. 난 일반적인 6시간 비행계획을 세웠었기에 간식거리나 물을 준비하지 못했었다. 엉덩이가 아프고 눈이 쓰리다. 땀에 푹 젖은 조종복 때문에 오한이 느껴져서 조종석 히터온도를 높였다.
난 이 전쟁 시작전에 이미 100회 이상의 전투임무 출격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초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난 퍼플 하트를 포함해서 이전 분쟁들에서 받은 참전기장들과 메달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은퇴할 시점에는 4개의 수훈 항공 십자장을 받았다. 한 개는 1차 걸프전, 세개는 이라크에서 2번째 전쟁에서였다. 하지만 이건 다 과거와 미래의 일들이고 지금 당장 그리 멀지 않은 서쪽에서 자연의 악몽들 중 하나가 다가오고 있다. 캄신, 모래폭풍이 내 시야 가득 북에서 남쪽까지 지평선을 꽉 채우고 몰려오고 있다. 폭풍 위쪽으로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끔찍하다.
잠시 느꼈던 안도감이 증발했다. 이런 폭풍이라면 전 대륙의 항공기들이 그라운드되어 버릴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왜 내가 누구와도 교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끔찍한 생각을 삼키고 15000ft를 지나 내 아래 펼쳐진 갈색 융단을 내려다봤다. 만약 내가 25000ft나 30000ft까지 올라 가는 게 가능하다면 국경까지 활공해서 최소한 우군지역에서 탈출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더러운 날이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첫댓글 우와 ~ ~
CAS... 전투기 조종사의 상황을 ... 쬐금 실감합니다.
1970년 7월 베트남에서 미국육군 101공수사단의 Fire Support Base Ripcord 전투를 다룬 책 Ripcord에는 중대장이 FAC와 통화하다가 말고 RPG를 조준하는 북베트남군 병사를 M16으로 쏴 쓰러 뜨리고 그 다음 규정 무시하고 코 앞에 폭탄 던지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곧 F-4가 와서 500 파운드 폭탄 2발을 던졌고, 그 중 하나가 박격포 진지를 완전히 날려 버려 그 날의 전투를 사실상 끝냈죠.
2002년에 나온 영화 we were soldiers에서 이아드랑 전투당시 비슷한 장면을 묘사했던게 기억나네요 https://youtu.be/F3v_UfgAisE (해당부분의영상클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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