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면 부족한데로, 죄인이면 죄인인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 공생활 기간동안 보여주신 예수님의 치유 능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분이었기에 원격치유까지 가능하셨던 분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환자가 현재 처해있는 위중한 상황을 예수님께 설명하면서 직접 가주실 것을 청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 직접 가시지 않고도 원격치유를 하셨습니다. 굳이 가시지 않아도, 굳이 손대지 않아도 치유는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예수님 모습은 꽤 특별합니다.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데려오자 대뜸 그만을 따로 데리고 조용한 장소로 가십니다. 이어서 그의 두 귀에 당신 손가락을 집어넣으십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당신 혀에 대시고 침을 발라 환자의 혀에 갖다 대십니다. 예수님의 이런 행동에 환자는 꽤 당혹스러웠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치유해주시지, 남의 귓구멍은 왜 손을 집어넣지? 왜 자기 침을 내 혀에 묻히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러한 예수님의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귀에 손가락을 집어넣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 각자와 적극적으로 접촉하시려는 주님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침을 환자의 혀에 바르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 각자와 하나 되시려는 주님의 모습을 확연히 엿볼 수 있습니다. 환자를 사람들 사이에서 따로 불러내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 각자와 일대 일의 관계, 절친 관계를 맺고자 간절히 원하시는 주님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 측에서 바라볼 때 너무나 다행스럽고, 너무나 행복한 일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주님께서는 너무나 따뜻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너무나 다정다감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우리 각자를 사랑하시는지 우리와 끊임없이 접촉하길 원하시며, 우리와 1대 1로 만나기를 원하시며, 우리와 지속적인 스킨쉽을 바라신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주님께서는 존재 자체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극진히 사랑하십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허물투성이면 허물투성이 그대로, 죄인이면 죄인인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주님을 생각하니 그저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주님께서는 여전히 죄인인 우리와 하나 되기를, 완벽히 우리 안에 사시기를, 우리에게 기쁨과 웃음, 희망과 사랑, 결국 구원을 선사하기 위해 육화하시기를 바라십니다. - 양승국 신부님 -
출처: 희망의 문턱을 넘어 원문보기 글쓴이: S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