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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점은 교보문고이다. 대한민국의 서점 하면, 누구나 교보문고를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예전에는 종로서적이 있었지만, 종로서적은 문을 닫았다. 후발 주자인 교보문고와의 경쟁에서 도태된 때문이다.
종로서적이 문을 닫은 걸 단지 문을 닫았는가 보다고 넘기기 쉬운 일이지만, 종로서적이 문을 닫은 것은 문화 헤게모니가 우파에서 좌파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대사건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이게 대한민국 문화사에서 얼마나 지독한 일이었는지. 종로서적이 우파에게 얼마나 귀중한 서점이었고, 이걸 망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절대 안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지금 서점은 광화문의 교보문고와 종로의 영풍문고와의 양강구도로 자리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양강구도가 아니다. 매출액면에서 볼 때 영풍문고는 교보문고에 상대가 되지 않는 듯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실상은 자료를 찾아봐야 하겠지만, 양 서점을 십여년이 넘게 돌아다녀본 경험칙상 낌새가 그와같다.
영풍문고는 진짜 서점이다. 경제논리에 충실하게 운영이 된다는 것이다. 교보문고는 좀 다르다. 경제논리 이외의 논리가 작동한다. 워낙에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어 그럴 수 있는 것이겠지만, 경제논리 이외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경제논리 이외의 논리라면 정치논리이다. 교보문고는 서점운영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어 있다. 일반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종로서적이 교보문고에 무너지고 만 것은 그 대부분이 경제논리 때문이었겠지만 정치논리도 상당수 개입되어 있었던 것이었던 게 사실이다. 정치논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교보문고는, 좌파 서점이다.
우파가 좌파에게 문화 헤게모니를 빼앗기고 나서부터 우파 서적이 제대로 출판되어 나오지 못한 게 사실이긴 하다. 그 양이 현격히 준 게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양이 현격히 줄었다고는 하나, 우파 서적이 전혀 출판되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꾸준히 출판은 되어왔다는 것이다.
헌데, 교보문고에 가면 우파 관련 서적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다. 몇시간을 뒤지다 지칠 만 하면, 서가의 아주 구석탱이에서 하나쯤 발견되곤 하는 게 우파 관련 서적이다. 판매가 안돼서 그러려니, 시장에서 도태된 탓에 그러려니, 싶지만, 그렇게 치부하고서도 좀 이상한 구석이 남는다. 이게 신간이라는 거다. 신간에 대해 판매가 안돼서라느니, 시장에서 도태된 탓에 그러려니 하는 건 아무래도 넌센스다. 신간을 이렇게 구석탱이에 쳐박아둔다는 건, 팔지 않겠다는 의미 이외의 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런 책은 교보문고에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파 관련 서적을 대하는 교보문고의 오래전부터의 습성이다. 교보문고에 한번 가 보시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통로쪽이나 메인 부스에 진열되어 있는 책이라곤 좌파 책 일색이다. 우파 관련 서적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 우파 관련 서적이 부스에 진열되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아마도 무시못할 지명도를 지닌 분의 책이거나 출판사가 막강한 경우에는 진열 안 할 수 없으니까. 진열 하기는 하는 걸 터이다. 그러나 진열한다 하더라도 그 장소는,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을 아주 한갓진 곳이다.
오늘 이상돈 교수의 '비판적 환경주의자'라는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갔는데, 인문서적일 그 책이 기술서적 코너에 가 진열되어 있었다. 결코 사람들의 발길이 잘 가지 않는 뜸한 곳이었다. 반면에 성공회대 교수이자 김일성주의자인 한홍구의 새로나온 책은 도서검색대 바로 앞,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나다니는 통로의 바로 앞에 진열되어 있었다. 이 인간이 책을 냈는지 알고 싶지도 않는데, 하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는 바람에 알게 되고 말았다.
그나마 우파관련 서적이 한갓진 곳에서나마 진열되어 있는 경우는 다행이라고 했다. 신간인데도 불구하고 아예 진열조차 안하고, 곧바로 구석탱이 서가로 직행시키는 경우가 항다반사다. 이런 책은 교보문고에서는 팔 의사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교보문고의 이런 코드를 누구보다도 먼저 캣취한 게 좌파 문화인들이다. 그래서 좌파문화인들이 교보문고로 대거 몰려들었다. 좌파 학술인 좌파 예술인 좌파출판인. 생산과 유통이 일사분란하게 연결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종로서적이 문을 닫게 되었던 것이다. 종로서적은 경제논리에서 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와같이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이는 좌파 문화 헤게모니의 조작적 측면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교보문고는 교보생명의 자회사이다. 교보생명의 창업주는 신용호다. 신용호는 전라도 영암 사람이다. 광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성장은 목포에서 했던 모양이다. 김대중과 동향이고, 비슷한 연배이니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을 게 틀림없다. 젊어서는 만주에서 활동했던 모양이다. 이때 집안사람 신갑범 선생의 영향을 받았고 이육사와도 교분이 있었다고 한다. 김대중도 만주에 있었으니, 사업가라는 점에서 분명 김대중과도 교분이 있었을 터였다. 해방 후 1958년에 민족의 생명을 담보하기 위해서 교보생명을 창업했다고 한다. 2001년인가에 몰했다고 하는데 장례식장에서 헌사를 한 인물이 고은이었다고 한다. 고은의 헌사에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한다. '대산 신용호 선생은 진정한 민족 기업인'이었다 고.
대산 신용호가 만든 재단이 대산문화재단이다. 대산문화재단이 문화인들에게 많은 물적 지원을 해 준 공로가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 현재도 대산문화재단의 문화사업은 활발하며, 다른 재벌 문화재단에 비해 활성화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헌데, 이 대산문화재단이 돕는 문화인들의 면면이 어떠냐 하는 거다. 철두철미 좌파 문화인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고은이 대산의 장례식장에 가서 헌사를 한 걸 보면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게 우연이 아닌 것이다. 사실 대산문화재단이 문화지원사업을 한답시고 연계하고 있는 단체가 민족문학작가회의라든가 창작과비평사 따위이다.
교보문고에 가면 좌파 문화 밖엔 보이지 않는다. 좌파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게 실감난다. 우파가 살자면, 교보문고를 무너뜨려야 한다. 좌파 문화인과 교보문고가 합작으로 종로서적을 무너뜨린 것처럼. 물밑으로, 아주 경제논리에 철저한 것처럼. 이게 가능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