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부리처럼 주둥이 튀어나와… 물 밖으로 점프하는 독특한 습성 있죠
얼룩매가오리
얼룩매가오리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 /위키피디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있던 대형 수족관 ‘63씨월드’가 지난달 39년 만에 문을 닫았어요. 관람객들의 아쉬움 속에 이곳에서 살던 바다 동물들도 다른 수족관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어요. 그중에는 큰 인기를 끌었던 얼룩매가오리도 있답니다. 화려한 무늬로 덮인 커다란 몸을 펄럭이며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지요.
마름모꼴을 한 몸에 기다란 꼬리를 가진 얼룩매가오리는 동남아시아·인도·호주·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지역의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데요. 주로 수심 200m의 대륙붕 지역에 살고 있어요. 다 자라면 양옆의 너비는 3m까지,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길이는 5m까지 자란답니다.
몸의 윗부분은 짙은 남색 바탕에 하얀 점이 촘촘하게 박혀있어요. 몸의 아랫부분은 흰색이죠. 이렇게 햇빛에 노출된 부분이 어둡고 반대쪽 그늘진 부분이 밝으면 천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이 된대요. 또 얼룩매가오리의 기다란 꼬리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요긴한 무기랍니다. 꼬리에는 독가시가 돋아있거든요.
얼룩매가오리는 여느 가오리 무리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어요. 우선 눈의 위치예요. 가오리 무리는 대개 마름모꼴 몸의 앞쪽 윗부분에 한 쌍의 눈이 있고, 그 뒤로는 물이나 공기가 드나드는 ‘분수공’이라는 구멍이 있는데요. 얼룩매가오리는 눈과 분수공의 위치가 머리의 양끝 쪽에 있답니다. 또 전체적으로 납작한 다른 가오리들과 달리 몸의 앞쪽으로 주둥이가 툭 튀어나와 있어요. 이걸 옆에서 보면 마치 새의 날카로운 부리처럼 보이기도 해요. 매가오리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죠. 툭 튀어나온 주둥이로 물 밑바닥을 훑으며 조개나 새우 등을 찾아낸 다음 입속에 나있는 단단한 이빨과 돌기로 으적으적 씹어 먹어요.
얼룩매가오리는 바닷속을 멋지고 힘차게 헤엄치다가 별안간 물 밖으로 점프하는 독특한 습성을 가지고 있어요. 바다 위를 달리던 보트 위로 뛰어올라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일까지 벌어지곤 해요. 왜 물 밖으로 뛰어오르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대요. 다만 과학자들은 짝짓기 철에 암컷이 자신을 뒤쫓아 오는 수컷을 피하거나, 몸에 달라붙은 기생충을 떼어내거나, 자신의 몸에 착 달라붙어 이동하려는 기생 물고기 빨판상어를 피하려는 목적 등으로 점프하는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죠.
얼룩매가오리는 물고기이지만, 암컷이 수많은 알을 낳으면 수컷이 수정시키는 여느 물고기와는 아주 다르게 번식을 해요. 짝짓기를 통해 수컷의 정자가 암컷 몸속으로 들어가면 암컷이 배 속에서 수정된 알을 부화시켜서 어느 정도 키운 다음에 몸 밖으로 내보내죠. 이런 방식을 난태생(卵胎生)이라고 해요.
짝짓기 뒤 12개월이 지나면 최대 35㎝ 정도까지 자란 새끼 가오리들이 암컷의 몸속에서 나온답니다. 태어나는 새끼는 많아야 네 마리예요. 다른 물고기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지만, 이미 상당한 크기로 성장한 상태에서 태어나 생존할 확률은 더 높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