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 시리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뱀파이어 다이어리' 연작의 저자인 L J 스미스가 10년 넘게 희귀 질환으로 고통 받은 끝에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고 일간 미국 더선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8일 캘리포니아주 월넛 크리크에서 눈을 감았는데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015년 그녀는 다발혈관염 동반 육아종증(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이란 희귀 질환을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을 뻔했다. 신장과 심장, 간, 쓸개(담낭) 등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두 달 동안 입원해 몇 주나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겨우 살아남았는데 이번에는 스러졌다.
1965년 9월 4일 오렌지 카운티에서 태어난 고인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를 나왔다. 데뷔작은 1987년에 집필한 'The Night of the Solstice'였으며, 1990년 속편 'Heart of Valor' 원고를 끝냈다. 이듬해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앞쪽 세 파트를 썼는데 엘레나 길버트란 이름의 여고생과 뱀파이어 형제 스테판과 데이먼 살바토레 형제의 삼각관계를 기둥 줄거리로 삼았다. 판매고가 지붕을 뚫을 정도가 된 뒤 앨로이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해 확장 3부작을 쓰기로 했다. 2009년에 책들이 각색돼 CW 네트워크를 통해 방영된 여덟 시즌의 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됐다. 로맨스에 도덕성을 버무린 이 쇼는 젊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덩달아 책 판매고도 늘어 2014년 뉴욕 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500만부 이상 팔렸다. 스미스는 유치원과 초등 1학년 사이에 한 교사가 자신의 시를 칭찬하자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20여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세 권의 작업을 끝내 매듭짓지 못했다.
작가의 홈페이지에는 "많은 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레전드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리사는 총명함, 창의성, 회복력과 공감으로 가족과 친구 팬들을 밝게 비춘 친절하고 따스한 영혼이었다. 상상력 넘치는 정신, 초능력 허구의 개척과 페이지 안팎에서의 관대함, 따듯함, 진심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 팬은 엑스(X)에 "L J 스미스가 떠남을 진심으로 슬퍼한다. 뱀파이어 다이어리를 만들어줘서 엄청 고맙다!"고 적었고, 다른 이는 "이 소식을 듣고 절대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Night World 책을 절대 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팬은 "고인의 시리즈 모든 책을 서가에 꽂아뒀다. 날 일으켜 세운 책들의 저자라고 항상 말한다. 내 유년의 한 대목이 돼 준 데 감사한다!"고 적었다.
고인이 오랜 친구(파트너) 줄리 디볼라, 여동생 주디 클리퍼드와 그녀 가족을 남겼다고 신문이 전한 걸 보니 결혼하지 않은 모양이다.
NYT에 따르면 고인은 리사 제인 스미스로 1958년 9월 4일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에서 태어났는데 얼마 안 있어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 남부로 이주했다. 어린 시절 빌라 파크에서 보냈는데 오렌지 재배지들에서 마법, 판타지, 초능력이 피어났다고 했다. 그녀는 좋아하는 작가 C S 루이스, J R R 톨킨처럼 L J 스미스를 필명으로 쓰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10년의 투병 중에도 늘 랩톱 컴퓨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했다. 작가 경력의 초기 계약 내용을 숙지하지 못해 저작권료 수입에 손해를 봤다. 앨로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쫓겨난 뒤 유령작가로 생계를 이어갈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제부와 어머니를 잃고 한동안은 전혀 창작할 거리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팬픽을 써왔다. 에이전트 존 실버색에 따르면 죽기 전에 'Night World' 시리즈 완결편과 성인 소설 '룰라비' 두 권 집필을 끝냈다고 앞의 내용과 상충되는 내용을 알렸다.